문제를 대하는 주인의식이 곧 해결의 시작
멘토링을 하다 보면 멘토가 문제해결사가 되어 주길 원하는 현상을 많이 겪는다. 특히, 돈을 받고 임하는 만남은 이미 이해관계자 얽혀 있기 때문에 그러한 기대치는 더욱 지대하다. 나는 그래서 거래에 밀접하게 기반한 멘토링은 선호하지 않는다. 사실 이 고집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본질 아닐까 싶다.
<심플라이프>의 저자 제시카 로즈 윌리엄스 역시 본인의 정리되지 않은 삶의 공간을 전문가에 의뢰하면서 똑같은 기대치를 가졌던 모양이다. 흡사 패키지 여행처럼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콕 집어 알려주길 원했다지만, 끝내 해결책은 찾는 것은 온전히 내 몫임을 깨달았다 고백한다.
언젠가 집정리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고 나 역시도 열심히 챙겨보곤 했었다. 전문가에 내 모든 것을 맡겨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실재하는 현상이긴 하다. 그렇지만 방송의 이면에는 물건 하나하나와 처리 기준에 관해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고, 정리함에 몇 개의 물건들을 시범 삼아 넣어주고서는 나머지는 의뢰인의 몫으로 넘기는 데는 변함이 없다.
포트폴리오 정리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런 기대에 부흥을 하려면 혹할만한 꿀팁이나 반색할 어떤 스킬이나 방법론을 늘어놓으면 처방이 되기도 한다. 마치 목이 탈 때 물 한 잔만으로도 온몸이 시원해지는 듯한 느낌을 충분히 줄 수 있기에 만족감도 높이기 그리 어렵지 않다. 그치만 이게 맞나?
나 역시 멘토라는 자의식이 형성되기 전, 멘토 활동 초기에는 그 선을 자기도 모르게 넘나들었던 것 같다. 어떨 땐 거의 내가 해주다시피 조언을 했던 적도 더러 있었다. 그렇게 고쳐진 포트폴리오란, 더 잘 정리된 문서는 정녕 맞을지언정, 그게 진정 '포트폴리오'가 맞았을까?
그렇게 합격이라는 선물을 주게 된다면, 물론 내가 손을 직접 댄 것은 아니니 만든 멘티의 전적인 성공임은 맞겠지만, 전체 업계의 관점에서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올초에 이와 밀접해 충격적인 제목의 책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도 '멘토'라는 것을 정의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계속 시험 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올초에 또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끝까지 차올랐던 적이 있었다. 작심삼일 이후 올해는 또 그전에 느껴본 적 없는 충만함을 만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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