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꿈이 없는 자에겐 기회를 주지 않아
어릴 때 되고 싶은 방향성이 계란 후라이라던 동생의 상상력 하며, 또 그의 계란 후라이 프사와 사연으로 뚝딱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만들어내는 오빠의 창의력도, 역시 참 대단들 하다 싶은 그 노래: 이찬혁 작사 작곡의 '후라이의 꿈'
원래 10년 전에 쓴 곡이라지만, 본인 위인전에 대한 포부도 있는 야심가가 어떻게 이런 곡을 쓸 수 있는지 내내 미스터리였다. 이윽고 이스터 에그를 발견!
작년에 관련 인터뷰를 열심히 보면서 내내 감탄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리스너가 아닌 작사작곡가의 입장으로 노래를 곱뜯어 보기 시작했다. 변변찮은 계란 후라이에 대한 찬양, 이 녀석이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와닿는 감성이 못된다고 하더라도 참신한 감성만큼은 납득할 주제의 노래. 멜로디와 가사의 대중성이야 말해 뭐해. 심지어 침착맨도 흰자를 이불로 쓴 계란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다며 독보성을 칭찬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혹시 꿈노래들이 보통 어떤가 찾아봤나 보다. 그렇게 가요에서 예부터 꿈과 연루되어 온 거위, 달팽이, 고래, 하다못해 네모를 소환해 제물로 바치는 전통적인 대비 기법으로 곡은 시작된다. 마치 용비어천가처럼 후발 꿈노래로써 철저한 문헌조사는 물론 이를 통한 모종의 정통성을 획득하고자 했다고 나는 느꼈다. 야심가다운 조치이자 위트 같았다. 말이 그렇단 거지 뭐 여기까진 그냥 재밌게 잘 썼네 쯤 볼 수도 있겠다.
점점 곡이 반숙처럼 익어가니 어느 순간 소름이 돋더라. 가사에서 불거진 이 작사가 야심의 흔적 때문이다.
곡은 내내 이수현이 화자인 분위기로 전개된다. Verse 이후 Pre-chorus 초반부 묘하게 화자가 혼자 생각하거나 독백하는 느낌을 주는 구간이 있다. 그런데 어투가 이중적인 게, '꿈을 찾으래'까진 남의 말을 빌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 가사는 '해'라고 애매하다. 두 번째 Pre-chorus에서의 첫 구절은 타인의 어조다.
아무도 꿈이 없는 자에겐 기회를 주지 않아
물론 전언으로 해석 가능하지만 기가 막히다. 그리고는 바로 아닌 척 독백체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원래 분위기로 회귀한다.
이게 참 난 의도인진 몰라도 의도라면 진짜 대단하다. 그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게 명확한 사람 아닌가. 그리고 그 꿈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어찌 보면 이룬 삶을 사는 이다. 마치 유경험자로서 꿈이 없다면 기회가 나를 알아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듯.
이 트릭 같은 요소가 다른 꿈노래와 비교했을 때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 큰 차이점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계란 후라이'로 회자되었지만 결국 후라이의 '꿈'이 그 정체였던 것도 나는 어느 정도 연개연성이 있는 것처럼 느꼈다.
이건 후라이를 빙자해 본인 꿈의 지론을 은연 설파한 노래. 후라이는 몰라도 계란은 야심을 품은 게 확실해.
Screenshot from https://youtu.be/3kGAlp_PNUg?t=64
Photo by Marga Santos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