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8년간의 멘토링 소회
멘토링 활동을 진짜로 내려놓기로 결심했던 24년 4월 5일, 한 달음에 써 내려간 글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힘든 시기도 있었고, 그때마다 이 멘토링 활동도 몇 번을 그만 두리라 다짐했었다. 마음이 무너져 너무 괴로웠던 날. 반년 동안 열심히 약도 먹고 다스리니 좀 괜찮아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내게 도전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 무탈하게 지내는 것도 같아 여전히 완전히 온전친 못한 것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무언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지며, 에너지가 안에 많이 모여 있음을 이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종종 다음과 같이 멘티들이 물어보곤 한다.
누군가의 간절함을 단순히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오랜 기간 동안 이렇게 멘토링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원동력은 바로 '멘티'들이다. 글에 섬세하게 반응하고 잘 소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그 고마움, 그 진심이 부메랑처럼 날아오는데 어떻게 안 할 수 있나? 이런 멘티님 덕분에 '그래, 그때 안 놓고 계속하길 잘했지?' 라고 스스로에게 얘기하는 자신을 오늘도 마주한다.
에라이 이게 뭐야, 싶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마음을 먹어도 몇 시간 뒤, 며칠 뒤면 곧 스스로 번복하게 되더라. 그들의 따뜻한 인정, 그리고 좋은 소식이 늘 다시 일어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글을 쏟아내고도 여전히 이러고 있다.
여러분, 잘 지내나 궁금합니다!
자신을 더 돌봐야 할 시기가 충분히 지났음을 이제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향하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미 소중한 무언가를 기꺼이 내놓아야 한다고도 느꼈습니다. 스스로가 건강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속단하지 말고, 행여 그리움에 못 견뎌 다시 뒤돌아볼 걱정이 들더라도, 멘토링 활동의 긴 챕터를 한 차례 매듭짓고 내려놓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시원섭섭한 소회를 차분히 남겨봅니다.
글쎄요. 저의 멘토링 활동을 그래도, 뭐 그나마, 지켜봐 온 분들이 계시다면 이게 얼마나, 얼마나, 정말 얼마나 크나큰 결단인지를 조금이나마 공감해 주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런저런 소소한 부침과 나름의 고충들, 속앓이에도 불구하고 꽤 오랜 시간을 의연하게 버텨냈고, 또 그렇게 가까스로 힘도 얻어가며 여러 감사한 기회들과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30대 초반 암흑 시절을 떠올리자면 가히 지금의 삶이란 기적 그 자체.
그렇게 말도 못 할 긍정과 기쁨으로 저 자신이 기대 이상으로, 마음이 몹시도 풍성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이끌어준 제 삶의 아주 듬직한 대들보가 바로 멘토링 활동이었답니다. 심지어 그 여파는 출간을 계기로 본업에까지 나비효과를 일으키기도 했으며, 때문에 멘토링이라는 단어는 제게 일어난 현상과 겪게 된 경험을 채 다 설명할 수 없을, 다소 단출한 단어가 될 정도에 이르기도 했답니다. 충분하고 또 충만했던 귀한 행운인 게죠.
그러나 언젠가부터, 상당히 오래전부터, 밑 빠진 독을 메우던 수면이 점점 낮아지기 시작해 부지런도 부질없어진 어느 순간, 그 바닥면과 마주해 적나라하게 깨진 구멍을 직시했음에도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을 속이고 또 속여가며 저 긍정과 기쁨만을 향한 탐욕을, 저는 끝내 멈출 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계속 찾아주는 것이 고맙고, 깨달음에 물드는 모습에 보람찼고, 때론 저를 향한 예쁜 언행에 오히려 감동받기도 했으니.
그래도 의미 있게 10년은 채워보자, 세대 차이도 점점 심해지는데 반드시 그 끝은 있지 않을까, 제조사 존심을 본류라 아무리 내세워봤자 꼰대 밖에 더 되지 않을까, 소문난 맛집보단 건강식을 추구하자는 구호 역시 영향력이 미비하다면 한낱 자화자찬 아닐까, 잠들어 있던 원고를 다시 깨워낼 에너지가 없다, 에너지가 없다..던 이 에너지 타령의 메아리는 멘토링 상황에까지 이어져 '여러분도 에너지 관리를 잘해야...'라는 위선 등...
구겨진 그림자는 단순히 그림자만 구겨진 모양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 습관적 외면의 타성은 마치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의 내리막 질주로 까마득히 작아진 소실점 주변이 전부 다 뭉개진 모습처럼, 제 눈을 다 멀게 한 듯합니다. 맨날 중장기적 어쩌고 조언했기에 이번엔 스스로를 길게 보자면, 클라이맥스를 부르고자 깊은 호흡을 들이쉬는 쉼 혹은 피카소의 블루처럼 저라는 멘토의 청색시대 정도로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오늘('24 4/5) 내내 자신과 한참의 대화에 집중해 보니, 처음으로 아 내려놓을 수 있겠다는 용기를 내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스스로에게 고맙고 뿌듯하답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제 손이 닿는 그곳만을 내 다스림의 영역으로 두자니, 더 이상 멘토링 활동도 예외일 순 없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어쩌면은 벌써 몇 년 전부터 그 차곡차곡 쌓아온 레이어를 다시 한 겹 한 겹 언인스톨해왔던 시간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스스로 'ㅈㅇ' 멘토가 뭔지 운운하기도 했지만, 마음과 몸이 건강치 못하다면 다 아무 소용이 없겠지요. 아, 뭐 그렇다고 그리 대단한 건강 이상은 아니니, 혹시라도 괜한 헛소문이 돌고 돌아 제 귀에 들리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노출해 온 그 연장선일 뿐, 이제 타인을 위했던 멘토에서 자신을 향하는 멘토가 되겠다는 작은 자기 선언이자 실천에 불과합니다. 거창 떤다기엔 그 곱씹을 아쉬움이 퍽 크기에 이해를 구해보며.
4월 취준컴퍼니 커피챗을 끝으로 소등할 예정입니다. 단 '잇다'만큼은 상징적으로 열어 놓을 겁니다. 소식과 근황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부족하지만 제 책 열심히 봐주시고, 직접적인 멘토링을 멈춘 것이지 오히려 글쓰기나 생산적 활동엔 조금씩 불씨가 댕겨지길 기대도 하는 바입니다. 기약 없는 휴식기를 가지겠습니다. 뭔가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벌써부터 마음이 가볍게 안녕하기 시작해서가 아닐까 싶군요!
이 글, 볼 사람이 그리 많진 않겠지만 모두 건강합시다!
멘토 변민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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