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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승용 uxdragon Aug 28. 2022

직장상사와의 관계와 예민함에 대해서

어쩌다 일상


1. 정신없이 일하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회의에 호출되었고, 기획 의도에 대해서 설명을 하던 와중에 직장 상사로부터 '위팀장 이 정도밖에 못해요?'라는 피드백을 들었다.



2. 프로젝트는 어려웠다. 야근은 밥먹듯이 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쳐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부담되는 프로젝트로 중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안 그래도 여러 가지 힘든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었던 터였다. 그 순간 뭔가 인내심의 끈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결국에는 폭발해버렸다.



3. 이후부터 직장상사와의 관계에 온갖 신경을 쓰게 됐다. 상사의 말투, 어조,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신경 쓰느라 괴로웠다. 회의는 언제 시작할지 모르고 또한 그 끝도 알 수 없었다. 정말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 혼란스러웠다. 어떤 때는 다 포기하고 뛰쳐나가고 싶었다.



4. 감정의 소용돌이를 그렇게 거치고 시간이 꽤 지났다. 이제는 직장 상사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때의 기억이, 감정이 조금씩은 희석되기도 했다. 나는 본래 예민한 사람이다. 타인의 반응이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 감도의 레이더가 최고조이다. 그걸 이미 잘 알고 있고 평소에는 그 감도를 낮추려 노력하지만 지금같이 지쳐 있는 상황에선 그런 조절이 잘 안 됨을 느낀다. 어떤 때는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잘 모를 때가 있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5. 지금은 최대한 그런 나 자신의 예민함에서 벗어나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바빠서 하지 못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고민해보니 오전밖에는 없더라. 잠을 줄이더라도 일찍 일어나 운동을 했다. 그렇게 작은 시도에 성공하니 일말의 성취감을 느꼈다. 그리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해보기도 하고 최대한 객관화해서 현상을 이해해 보고자 시도했다. 타인의 말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에 집요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나를 온전히 지켜내고 싶은 요즘이다. 힘들지만 힘든 와중에 훌훌 털고 일어나면 조금은 성장한 나 자신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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