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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승용 uxdragon Sep 12. 2022

사람의 감정에는 이유 따위는 없다

어쩌다 일상


1.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한껏 들뜬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떠있었다. 그렇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오전 일정이 취소되었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나는 당황했다. 그래도 오전에 같이 보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 친구는 일이 갑자기 생겨서 어렵겠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나 혼자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계획이 틀어져서 속상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당초 예상보다 30분 늦었고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화난 나는 왜 내가 화났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그리고 난 화를 풀었다. 대화가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한 나는 이후 일정에 충실했다.



2. 시간이 지나고 보니 반대로 그 친구가 화나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뭘 해도 화내고 짜증 섞인 말투였다. 말을 하지 않길래 여러 가지 대화를 시도해봤다. 하는 대화마다 단답형에 까칠한 대답이었다. 사실 그 친구에게 나에게 왜 그런 태도인지 허심탄회하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치 불난 집을 들쑤시는 것만 같았다. 싸우고 싶지 않았다.



3. 나는 대화가 잘 되는 상대가 좋다. 물론 MBTI가 다르고 성격이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얼마나 귀 기울여 듣느냐이다. 그 당시 대화를 복기해보면 나는 나의 대화를 하고 있었고, 그 친구는 그 친구의 화법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자 노력했지만 그 친구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4. 그 이후 며칠이 지났다. 좀 나아졌나 싶어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별 진전이 없다고 느꼈다. 내가 상대방을 이해해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상대방도 그렇기를 항상 바란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잘 되지는 않는다.



5. 누군가와 추억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마음이 나를 향해있지 않는다면, 적어도 차이를 인정하고 같이 발맞춰 갈 생각이 없다면. 쿨하게 끝내는 것이 서로에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이유가 궁금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람의 감정에는 이유 따위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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