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일상
1. 우연히 지인과 인생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향후 5년, 10년 뒤의 인생도 미리미리 설계하고 틈틈이 준비해야 한다고 말이다.
2. 그렇지만 나는 미래 인생 계획이 없다.
3. 우선 내 현재 상황을 보면 지금 당장의 일을 쳐내기 급급하다. 그리고 인생관 자체가 현재의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 이런 인생관을 갖게 된 것은 아버지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다.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는 평생을 가족의 삶을 위해 버텨온 인생을 살았다.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대규모 해외 건설 사업에 투입되어 일 년에 한두 번 어쩌다 얼굴을 봤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난다. 아버지가 집에 올 때면 냉장고에 외제 초콜릿이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어렸을 때 아버지와의 추억이 별로 없다. 내가 커서도 아버지는 일하고, 집에서 쉬는 것 외에는 단조로운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 인생이 끝난 거다. 내가 쉽게 아버지의 인생을 재단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시야로 본 아버지의 인생은 그렇다.
5. 나는 그렇게 인생을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우리의 인생은 불확실의 연속이다. 코로나 팬데믹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6. 그래서 인생에는 답이 없다. 인생을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은 불확실한 인생에 있어서 당연하고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미래보다는 지금 현실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게 현실에 충실하다 보면 정말 우연한 계기로 미래에 대한 실마리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지금 인생에 충실히 살아가고 있고, 꽤 나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내일 인생이 끝나더라도 괜찮을 정도이다. 이만하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