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넷플릭스의 '테이크 원'이라는 영상을 봤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을 뽑아 해당 뮤지션들에게 '당신이 죽기 전, 단 한 번의 완벽한 무대를 남길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하고, 시간제한 타이머를 뮤지션들에게 준다. 그리고 단 한번(Take One)의 완벽한 무대를 재 촬영 없이 하게 한다. 단 한곡의 노래, 장소, 무대 Concept, 그리고 누구를 초청할 것인지까지 뮤지션들에게 정하게 한다. 조수미, 악동뮤지션, 비, 마마무, 박정현, 임재범. 그리고 논란이 있었던 유희열까지 말이다.
2. 매 화가 재밌었지만 나는 임재범 편이 제일 인상 깊었다. 임재범은 임재범만의 스토리가 있다. 임재범은 개인사로 6년의 공백이 있었다. 그 6년간의 공백을 깨고 마치 재활하는 느낌으로 노래를 불렀다. 섭외 장소도 재개발 중인 아파트 옥상이었고, 섭외 대상도 코로나로 고생하시는 의료진들, 코로나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입은 배우 같은 사람들이었다. 노래 제목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노래로 코로나로 인해 일상의 변화가 생긴 모든 이에게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임재범 그 자신이 위로와 치유를 받는 것을 보았다.
3. 지하철에서 이 영상을 본 나는 영상을 보는 내내 하염없이 울었다. 어쩌면 나 스스로도 치유와 위안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4. 친구 생일이라 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 차 안에서 문득 생각이 나 친구에게 물었다. '너 죽기 전에, 단 하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뭘 하고 싶어?' 친구는 나름 진지하게 대답했다. 친구의 답을 듣고 나서 나도 대답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죽음에 대한 생각이다.
5. 내가 죽기 전에 단 하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은 고즈넉한 펜션에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것이다. 그동안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짧게나마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썩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다고,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고, 즐겁게 살았다고 말이다. 그 외에도 정리할 것들이 있다. 우선 재산 분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제일 좋은 건 돈을 다 쓰고 생을 마감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수 있으니까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지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 이것도 가능하면 자선 단체에 기부하기보다는 근거리에 있는 지인들에게 나누고 싶다. 그리고 SNS 계정을 정리해야 한다. 더 이상 내가 관리할 수 없는 텅 빈 디지털 공간에게도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한다. (점점 하고 싶은 게 늘어나는데...)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만 뽑자면, 떡볶이를 먹고 싶다. 시장에서나 팔법한 매콤하고 소박한 떡볶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