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팀원에 대한 비보를 전달받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이다. 사유는 차마 묻지 못했다.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고 황망할까. 얼마나 갑작스러울까. 얼마나 비통할까.
2. 장례식장에 가면서도 온갖 생각이 들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조문을 했다. 어머니의 그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이후 식당으로 들어가는데 그 팀원과 이사님이 이미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장례 절차라던가 건강관리라던가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말이다.
3. 내 아버지도 9년 전 암으로 돌아가셨다. 건강했던 사람이 어느 날 병들어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서점에서 암과 삶에 관련한 책을 몇 권 골라 아버지께 전달드렸었다. 근데 아버지는 책을 보실 수 없었다. 눈이 제대로 안보였기 때문이다. 병원에 문병 가는 시간이 잦아졌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평소와 같지 않게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사람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노력하신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 더 이상 병원에서도 입원하는 게 무리라고 판단하여 귀가 조치를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아침이었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아버지를 보았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내드렸다.
4. 팀원의 장례식장에서 팀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이 많이 되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진심이 조금이라도 전달이 될까 망설여졌다.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힘들게 이 한마디를 할 수 있었다. "힘들겠지만 잊으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어쩔 수 없어요."
5. 아버지의 죽음. 그 이후 내 가치관은 많이 변했다. 살아있음에도 항상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당장 내일 죽는다 하더라도 후회 없는 그런 삶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문득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마다 죄책감으로 슬프고 힘들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니까 그 빈도와 진폭이 예전 같지 않다. 그렇게 사람을 잊어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말 많이 필요하다. 이젠 아버지의 목소리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잊어가는 거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생을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면 그걸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