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을 다닌 회사를 끝마치고 마지막 출근을 했다. 많이 아쉽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것들을 하나하나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전에 우선은 정신적, 육체적 휴식을 가져야겠다. 아래는 퇴사 메일 전문이다.
1. 사실 인생을 살면서 퇴사는 처음이라 뭐라고 적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 개인의 인생의 목표를 찾아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2. 2010년 1월 4일. 무던히도 눈이 내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첫 출근의 설렌 마음이 이제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사실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1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이 많았습니다. 좋았던 기억, 힘들고 좌절했던 기억.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던 기억들로 가득합니다.
위스포츠에서 춤추던 그때, 장첸 코스프레를 하기도 하고 새벽 늦게까지 일하고 퇴근하던 힘겨웠던 순간들도 결코. 결코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3. 그 조각조각인 기억의 순간들을 저와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우리 기존 그룹 팀원들께 죄송하고 또 프로젝트 팀원들께 고맙고 또한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은 그런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4. 그동안 그렇게 많은 분을 떠나보냈음에도 정작 최근의 저 자신을 돌이켜보니 서툴기만 했던 퇴사의 과정이었습니다. 혹시라도 퇴사의 과정에서 마음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 개인의 감정은 하나이지만 저를 둘러싼 개개인의 감정은 여럿이기에 제 진심을 온전히 전달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5. 마지막으로 pxd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나중에라도 생각나신다면 언제든 연락 주시고요. 밥이나 차도 괜찮고 그냥 연락만으로도 매우 고맙겠습니다.
6. 아무쪼록 건강이 우선이니 건강 잘 챙기시고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니 어떤 운동이든지 주기적으로 꼭 하세요. 필자의 의지 부족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운동하는 디자이너> 시리즈 글도 한번 봐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