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생각의 근원은 지금은 pxd를 퇴사하신 동료의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초심(初心)'의 사전적 정의는 '처음에 먹은 마음'이다. UX를 처음 시작하게 된 동기. pxd에 처음 입사할 때 그 마음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 UX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명확하지 않았다. pxd에 입사할 때도 처음에 먹은 마음은 열정, 기대 그런 것이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지금은? 업무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진 면이 있고, 어떤 면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들이 있고. 어떤 면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로 개선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뒤떨어지는 것들이 있다.
그동안은 일을 잘하는 기획자/디자이너에서 이것만큼은 '내가 정말 잘하는 것'을 찾아서 떠나는 여정이었다. 내가 잘하는 것들을 몇 가지 쥐어짜서 생각해보면... 글쓰기, 벤치마킹, 화면 설계, 특정 현상을 쪼개서 보기(분석하기), 여러 곳에서 축적한 DB를 통해 사례(인사이트) 끄집어내기, Rapid UT(특정 화면의 문제점 분석), 오타/맞춤법/문제/픽셀 깨진 거 집요하게 찾아내기 같은 것들이 있다.
이제 내가 앞으로 pxd에, 그리고 나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어떨까? 하는 일에 ‘진심'을 담은 여정 말이다. 나는 과연 하는 일에 진정성을 가지고 하고 있나? 때로는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지는 않았나 반성한다.
정말 사소한 개선에 불과하지만, 지하 1층 비상문이 갑자기 열려 등에 기대고 있던 사람들이 다치는 현상이 발생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픽토그램을 그리고, 회사 건물 화장실에 휴지만 버려달라는 청소 아주머니의 요청을 들어드리기 위해 휴지만 버려달라는 픽토그램을 그린 것. pxd에서 내가 했던 업무 중에 제일 신나고 재밌었던 작업이었다.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주지는 않지만 내 주변의 소소한 문제를 개선하고 소소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것들 말이다.
기획자는 문서로 모든 것들을 말한다. 문서 한 장 한 장에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소소한 문제 개선을 통해 잠깐이나마 불편이 해소되고, 잠깐이나마 웃을 수 있는 그런 것... 과연 내가 이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생은 짧고 시간은 화살같이 지나간다.
당장 오늘 생을 마감한다 하더라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살아간다면. 일이 고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이상향과 잘 맞아떨어진다면. 때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2010년 1월 4일. 그날은 눈이 무던히도 내렸다.
오늘 새벽에도 눈이 무던히도 내리는 듯. 녹는 듯.
*이 글은 2016년 5월에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