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1
'좋은 경험'은 '좋은 비즈니스' 일까?
UX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면 자주 마주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사용자를 위한 변화'가 언제나 '비즈니스적으로 좋은 선택'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UX관점에서는 분명히 개선해야 할 문제라도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수익 구조나 리스크의 이유로 우선순위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UX를 최우선으로 했던 예전의 저는 '사용자를 위한 것이니까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단언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UX가 훌륭해도 비즈니스가 지속되지 않으면 그 경험도 오래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좋은 경험' 보다 '지속 가능한 경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수익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사용자 만족을 잃지 않는 구조.
그 밸런스를 찾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UX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라는 말은 당연하게도 몸에 익히게 됩니다.
하지만 이 '당연함'이 때로는 함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디자인의 의도를 '감정의 언어'가 아니라, '구조의 언어'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 변화는, 사용자가 좋아할 것이다'가 아니라,
'이 변화는, 고객유지율 OOO의 영향을 줄 것이다, XX%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이를 위해 저는 자주 '비즈니스 밸류 체인 (Business Value Chain)을 의식합니다.
기업이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고, 그 흐름 안에서 디자인이 어디에 기여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디자인은 더 이상 '감정적인 만족'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 창출 구조 안에 '지속 가능한 성과'를 설계하는 행위로 확장됩니다.
디자인이 실제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데이터로도 증명됩니다.
맥킨지의 The Business Value of Design (2018)에 따르면,
디자인 역량이 높은 기업은 평균 수익률이 32%, 주주 수익률이 56% 높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이 돈을 벌게 한다'라는 뜻이 아닙니다.
디자인이 얼마나 깊게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통합되어 있는가가 성과를 좌우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디자인 가치는 아웃풋이 아니라,
그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조직의 구조와 의사결정 프로세스 속에 있습니다.
따라서 데이터를 단순히 인용이 아니라,
'디자인을 조직의 언어로 번역하는 근거'가 됩니다.
감각이 아니라 구조를 움직이는 로직으로서 디자인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UX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을 둘러싼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면, 공감은 표면적인 수준에 머물고 맙니다.
사용자의 행동이 어느 비즈니스 지표와 연결되어 있는지,
그 흐름을 파악해야 비로소 UX의 가치를 비즈니스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UX디자이너가 '비즈니스를 이해하다'라는 것은,
단순히 돈계산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험의 결과가 조직 구조 안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이해하는 것.
그것이 디자이너에 있어서 확장된 역할의 하나라고 느낍니다.
UX와 비즈니스 밸런스는,
아마 완벽히 일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이를 지속해서 탐색하는 과정이야 말로
디자인의 본질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좋은 UX란,
'사람을 위한 지속 가능한 선택을 조직이 할 수 있게 하는 구조'
비즈니스가 사람을 이해하고,
디자인이 그 이해를 구체화시켜 가는 것.
이 접점을 지속해서 찾아간다면,
UX와 비즈니스는 더 이상 대립이 아니라,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브런치가 디자이너는 물론
기획자, PM, 엔지니어, 혹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도 하나의 실마리이자 작은 영감이 되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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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