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프로그램 정하기.
미국에 UX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석사학위 프로그램을 가기로 했다고 하자. (여기까지 고민도 보통 몇 년 정도 걸린다. 나 또한 스무 살 때부터 유학을 오고 싶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들로 서른이 넘어서야 드디어 실천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50개 주의 다양성만큼이나 미국의 석사학위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흔히 석사프로그램을 Cash cow (캐시카우: 확실한 자금원) 이라고들 하는데, 그만큼 석사 프로그램은 학교 입장에서 비싸고, 수익성 높은 자금줄이며, 자본주의의 중심답게 미국에는 학교들의 재정건전화와 외국인 학생들의 비자 해결이라는 니즈가 맞닿아 1-2년 내의 다양한 석사 프로그램들이 발달되어 있다.
석사 프로그램을 선택함에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던 요소는 세 가지였다.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으로 인증받은 프로그램 일 것, 기간이 짧을 것, 도시에 있을 것.
1. 국가로부터 인증받은 STEM 과정일 것
졸업 후 취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이는 권장사항(Good to have)이 아닌 필수사항(Must to have)였다. 취업비자인 H1-B의 경우 매년 자격이 되는 지원자들 중 추첨식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STEM 이 아닌 프로그램으로 갈 경우, 일반적인 취업 승인이 1년에 제한되기에, 그 첫 년도에 운이 좋게 H1-B에서 당첨되지 않으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기가 어려워진다. UX 관련한 전공은 공학뿐 아니라 다양한 아트스쿨들에서도 운영하고 있기에 비자이슈가 없는 학생들의 경우는 굳이 STEM 인증을 받은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들로 폭넓게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들이라면, 무조건 졸업 후 3년간의 취업 승인 (Optional Practical Training) 이 가능한 전공으로 가길 추천한다.
2. 기간이 짧을 것
이는 지원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갓 졸업하여 취업시장에 나오는 취업준비생들을 New grad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바로 졸업을 하기보다, 방학 때 인턴쉽을 할 수 있는 1년 이상의 프로그램이 더 적합하다. 아무래도 인턴 후 정규직의 전환율이 높고, 같은 회사로 가지 않더라도, 인턴 때의 포트폴리오를 살려 정규직(Full-time)에 지원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케이스는 아니었다. 긴 경력은 아닐지라도, 이미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했고, 5년 이상의 풀타임 경력이 있었으며, 이전 회사를 포함하여 대학시절부터 여러 회사에서 인턴을 했던 만큼, 더 이상 학생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 다시 빨리 현업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3. 도시에 있을 것
미국 유학을 해보았거나 준비를 해 본 사람들은 도시에 있는 학교가 생각보다 적다는 것에 다들 한 번쯤은 놀랬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익히 아는 명문중 하나인 코넬대학교 (Cornell university) 또한 뉴욕주에 있다고 하여 맨해튼의 반짝반짝한 뉴욕을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뉴욕주 (Ithaca, NY)에 속해있어, 맨해튼까지는 차로 편도 4시간이 걸린다. 코넬이 좋은 학교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으나, UX (사용자경험)은 디자인, 컴퓨터공학, 심리학, 인문학이 섞인 간학문적 연구로서, 산업체와 긴밀히 연결된 분야라는 점에서 나는 사용자, 마켓, 테크 회사들과 공간적으로도 밀접하게 있는 도시를 선호했다. 특히 다양한 회사가 주변에 있을 경우, 학교를 다닐 때도 여러 네트워킹 이벤트 등을 통해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생생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세 가지의 기준을 가지고, UX와 연관된 전공을 살펴보았다. 내가 주로 참고했던 사이트는 Top UX school (link)라는 사이트였는데, 미국 내/외/온라인 UX 관련 학교 및 전공을 순위, 기간, 위치, 지원요건, 지원 시기까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둔 사이트였다. 이 사이트의 랭킹 1-50위 프로그램을 지인들의 조언과 위의 세 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분석했고, 결과적으로 내가 지원했던 학교(프로그램)들은 다음과 같다.
- University of Washington: Master of Human-Computer Interaction and Design (MHCID)
- Carnegie Mellon University: Master of Human-Computer Interaction (MHCI)
- UC Berkeley: Master of Design (MDes)
- Harvard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Design (GSD)
- Georgia Tech : Master of Human Computer Interaction (MS-HCI)
- University of Michigan: M.S. in Information (MSI)
- Cornell University: Information Science Master of Professional Studies (MPS)
결과적으로 가장 가고 싶었던 UW (University of Washington)의 MHCID 프로그램을 포함해 몇 군데의 학교들에서 합격 메일을 받았다. 회사를 다니며 틈틈이 포트폴리오와 토플, GRE를 일 년 넘게 준비해 온 결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