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lla May 29. 2024

세상이 그대를 막을지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시작.

2020년 1월. 정체 모를 호흡기 질환이 중국을 덮고 있다는 뉴스가 퍼졌다. 워낙에 다양한 소문이나 이슈가 있는 나라이기에, 이 또한 중국에서 일어난 해프닝이겠거니 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 기괴한 바이러스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더니, 수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항공기를 결항시켰다.


2020년 3월.

세상이 멈추었다. 온 세계는 처음 겪어보는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었다. 병원은 환자들로 넘쳐났고, 감염경로조차 불확실한 괴담이 세상에 떠돌았다.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허용했고, 학교들은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원격근무, 원격진료.. 십여 년 넘게 콘셉트로만 존재하던 것들이 정말 우리 삶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미세먼지나 황사 때나 쓰던 마스크를 숨 쉬듯 착용해야 했고, 수많은 물리적 상호작용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금지되었다.


2020년 5월.

정체를 모르던 바이러스에 Covid 19이라는 공식 명칭이 붙은 지 몇 개월 -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수와 사망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오래 기다리고 준비해 온 유학이고,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은 만큼, 시애틀로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과연 내가 올해 미국을 갈 수 있을지, 가도 될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학교로부터, 올해 클래스는 모두 원격수업으로 진행될 것이며,  혹시 이로 인해 입학을 미루고 싶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을 해준다는 메일을 받았다.


첫 유학, 첫 미국생활. 1년 과정이기에 잘못하면 내 유일한 유학생활은 온라인코스로 시작해 끝날 것 같았고, 그렇게 과정을 수료하고 싶지 않았다. 삼십 대 초반, 이미 마지막 열차라고 생각한 시기에, 내 계획은 그렇게 일 년 더 빗나갔다. 고민 끝에 함께 유학준비를 하던 친구와 일 년 입학을 미루기로 했다. 이렇게 가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충분한 경험을 할 수도 없기에 졸업을 한다 해도 취업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반강제적으로 일 년의 쉼을 부여했다.


인생은 스프린트가 아니라 마라톤이야.

회사를 다니던 시기, 한동안 몰아치던 야근에 지친 나에게 같은 부서 친구가 해준 말이다. 당시 4년 반, 인턴을 포함해서 6년 반을 장거리마라톤을 뛰고 있던 나에게 마지막 라운드는 의도치 않은 쉼이 되었다. 코로나가 휩쓴 그 시기는 우리 모두에게 태풍과 같은 시기였고, 모두가 그 태풍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태풍 안에서 무리해서 쉬지 않고 달리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거센 바람과 좁은 시야에 좋은 성과도 내지 못하고, 빨리 지쳐버리지 않았을까?


2021년 9월.

일 년을 기다린 이후. 전 세계를 휩쓴 그 태풍은 잠잠해졌고, 세상은 뉴 노멀에 적응하기 시작하였다. 난 다시 운동화끈을 동여매었다. 푹 쉰만큼 더욱 힘차게 뛸 준비를 위해.

이전 04화 어디를 가야 하오, 어떻게 가야 하오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