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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수면의 질을 바꾸는 일상

잠보다 마음이 먼저 깨어나는 순간

by UX민수 ㅡ 변민수

* 이 글은 픽션입니다.


새벽의 균열


이것은 단순한 잠의 실패가 아니라 내가 나를 외면해 온 시간의 무게를 조용히 들추는 순간이었다.


새벽이면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지고, 잠에서 깬 것인지 마음이 먼저 뛰어나온 것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침대 위에서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가 뜨기를 반복했지만, 다시 잠들 만큼 마음이 잠잠해지지 않아 결국 이른 시간의 어둠 속으로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잠을 더 자도 되는 날인데도, 나를 깨운 것은 필요한 의무가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예감에 가까웠고, 그 예감이 몸보다 마음을 먼저 깨우는 힘처럼 느껴졌다.


그날도 거실은 고요했지만, 고요가 위로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마음속 어딘가에 작게 생긴 균열을 드러내는 스포트라이트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익숙한 집 안의 풍경일 뿐인데, 그 풍경 속에서 유독 나만 시간이 멈춘 사람처럼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균열이 언제부터 생긴 건지 정확히 떠올릴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불편하게 다가왔고, 그 불편함이 나를 다시 잠자리로 돌려보내지 못하게 했다.


불을 켜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아 있으니 어둠의 흐릿함이 지금의 나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흐릿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오래 밀어두었던 감정들이 조용히 스며 올라왔다. 나는 늘 일을 좋아했고, 일을 하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일이 나의 체온과 같다고까지 생각했는데, 그렇게 강하게 붙잡아온 일이 이제는 나를 서서히 조여 오는 족쇄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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