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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16

by UX민수 ㅡ 변민수


기업이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술적 완성도보다도 시장에서의 반응, 즉 ‘잘 팔릴 수 있을 것이냐’에 집중해야 한다는 비즈니스 가치가 UX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한 구절 중 하나다. 아이디어가 실제로 비즈니스에 적합한 솔루션이 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실무 중심의 비즈니스 관점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UX의 사례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각자 기억 속에 무언가 떠오르는 것들이 하나쯤을 있을 것 같다. 그 중요성이야 잔소리일 것이다. 기업에서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 콘셉트를 도입할 때, 기술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기획보다 시장에서의 반응 가능성을 더 먼저 검토하는 이유다. 물론 모든 제품을 그렇게 만들기는 어렵지만, 신제품이라 아무런 사전 정보가 마련되지 않은 시장일 경우 수용도 조사 등을 통해 이 반응을 미리 확인하곤 한다.


이러한 시장 중심적 사고는 경우에 따라서는 단기적인 이익을 따른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존속과 성장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신사업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고객이 반응하지 않는 제품은 시장에서 존재의 이유조차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UX 업무에서도 “시장성”을 이해하는 관점이 매우 중요하다.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과 확장성


학창 시절에 가까울수록 대개 “좋은 아이디어”에 집착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나 역시 그랬었고. 하지만 현업에서는 아이디어 그 자체보다도 “이 아이디어가 지금 왜 필요한가”, “어떻게 확산 가능할까”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실현가능성(Feasibility)을 반드시 유념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신기술 기반의 대화형 커머스 기능을 제안한다고 할 때, 그 기술이 ‘재미있고 참신하다’는 이유만으로 절대 채택되지 않는다. 실제 소비자들이 챗봇이나 인터랙티브 UI에 얼마나 익숙한지, 이를 어떤 방식으로 친숙하게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경쟁사 대비 우리 제품이 갖는 차별성이 무엇인지를 함께 설득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결국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는 설득력이 약하고, 시장 상황과 연계된 “맥락” 속에서 해석되어야 비로소 살아난다.



평가자가 중요하게 보는 것


지원자의 기획이나 제안서에서 평가자가 궁금해하는 건 “과연 이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와 시장에서 의미가 있을까”이다. 즉, 기술적 완성도나 실현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소비자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가 왜 이걸 지금 도입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단 뜻이다.


이는 단순히 논리적인 타당성을 넘어, 경쟁환경, 소비자 트렌드, 시장의 수용성까지 포함한 다각도의 분석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UX 포트폴리오나 과제를 작성할 때도 “내 아이디어가 어떻게 시장에 접목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구조화해야 훨씬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현실적인 UX 업무의 맥락


실제 대기업 UX 조직에서는 늘 제한된 리소스와 촉박한 일정 속에서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과학적 타당성이나 이상적인 유저 모델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고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으로 예상되는 방향으로의 개선이 더 우선시 된다. 즉, UX 업무에서도 데이터 기반의 분석이나 리서치보다도 유저 피드백, A/B 테스트, 경쟁사 동향에 기초한 기획이 더 실질적인 평가 기준이 된단 것이다. 오해해선 안된다.


리서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리 중요하고 꼭 필요한 준비운동이라고 해도 너무 오래 해서 되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과학성’보다 ‘시장성’을 우선하는 구조는 UX 실무자 입장에서도 마냥 아쉬운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제약과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면 사용자 경험을 더 설득력 있게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욱 사용자 중심적인 사고가 강화되는 면도 없지 않다.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


그렇다면 UX 포트폴리오나 UX 제안서를 구성할 때도 단순히 창의적이거나 독특한 아이디어를 나열하기보다는, 그 아이디어가 왜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시장 반응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리라고 금방 응용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이 기능은 고객의 구매 전환율을 N% 향상할 수 있으며, 최근 1년간 트렌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XYZ 사용자에게 높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같은 식의 시장적 근거를 함께 보여줄 수 있다면, 훨씬 더 설득력 있는 UX 기획이 될 수 있다. UX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다. 비록 모수가 적은 주변인 중심의 간단한 리서치일지라도 이러한 근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다.


아이디어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그걸 정당화할 수 있는 시장적 논거는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심하게 표현해 아무것도 안 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리하자면, 기업이 시장성을 더 중시한다는 것은 UXer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것이 ‘기술적 엄밀성’이나 ‘이론적 근거’를 버려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기반 위에서 시장과의 접점을 어떻게 잘 포장하고 제안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신입이나 취준생의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연습한다 생각하고, “과연 이게 지금 이 회사에 왜 필요할까?”, “실제로 팔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식의 시장 중심적인 해석을 꼭 곁들이는 방식으로 표현하길 권한다. ‘업계의 검증’이라는 취업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시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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