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17

by UX민수 ㅡ 변민수


UX가 산업 전반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에서의 UX는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것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다. 특히 제조업 제품들 중에는 대중적인 히트작도 많았음에도, 정작 그 뒤의 UX 측면의 성과나 흐름에 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데서 출발한 문제의식이었다.





비가시성이라는 한계


제조업 UX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결과물의 비가시성’이다. 물론 표현에 부정확함은 있긴 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서비스 UX는 앱이나 웹사이트처럼 사용자와의 인터랙션이 그대로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이건 UX가 잘됐구나’ 등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반면 제조업은 제품의 성능이나 스펙이 전면에 부각되고, 사용자 경험의 총체로서의 UX는 상대적으로 그 안에 녹아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언젠가부터 테크 유튜버들도 이러한 경험적 측면을 리뷰를 통해 잘 설명해주기는 하나, 전체적인 사회 인식을 생각하면 아직도 역부족이란 생각이다.


때문에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성을 가진 제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는 UX 측면에서의 일거리로 우선적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조직 구조와 인식의 문제


조직 구조적 특성과 UX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제조업은 오랜 기간 기술 중심, 제품 중심의 개발 문화가 주를 이뤄왔다. 이런 구조 속에서 UX는 부가적인, 또는 후반부에 들어가는 ‘스킨’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과거부터 많은 제조사들이 UX 전담 조직을 별도로 갖추고 역량을 강화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다른 R&D나 상품기획 부서 대비 영향력이 낮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UX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거나, 그 성과가 외부에까지 공유되는 문화가 비교적 더딘 것이다. 문화라기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제품 특성인 탓도 무시할 순 없다. 그래도 경우에 따라서는 ㅇUX 주도적이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외부 공유와 확산의 제약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제조업의 특성상 UX 결과물들이 외부로 노출되기 어렵다는 점도 크다. 대다수의 제조업 UX 프로젝트는 보안 이슈가 강하고, 내부 산출물이기 때문에 외부 발표나 케이스 스터디로 활용되기 쉽지 않다.


반면 서비스 UX는 공개된 앱이나 웹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기에 누구든 리뷰하거나 벤치마킹이 가능하다. 그래서 서비스 산업은 자연스럽게 UX 커뮤니티, 학회, 콘퍼런스에서 사례가 풍부해지고, 이에 따라 인지도가 상승하는 구조다.


딱히 비밀주의를 고수하지 않더라도 제조업계의 문화나 업무 이야기는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뭔가 금기시되는 게 있다. 안하는 게 속 편하단 생각을 하자면 외부로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위해선 이제 노출 가능한 수준에서 정보를 내보내는 것도 중요한 시대이자 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성공의 귀속 문제


또한 제조업에서의 성공은 종종 기술력이나 마케팅의 성과로 귀속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 잘 팔렸다면 그것은 프로세서 성능, 카메라 화질, 브랜드 이미지, 가격정책 등 다양한 요소들의 복합 결과로 간주되고, UX가 이뤄낸 성과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곤 한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숨어있는 것처럼 여겨지다보니 결과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도 애매한 구석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제조업에서 UX는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인식되기보다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되는’ 정도로 격하되는 경우도 때론 있다. 안타까운 경우다. 물론 그런 일 때문에 세상이 바뀔 대변혁 앞에 회사가 휘청휘청 좌지우지 되기도 하고, 반대로 UX에 힘입어 경쟁우위를 차지하고 독보적인 위상을 얻기도 하니 아이러니하다. 회사가 이러한 맛을 톡톡히 보기 전까진 아마 가치는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는게 우리네 현실 같다.



내부 변화는 분명 존재함


하지만 이는 단순히 외부에서 잘 안 보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제조업 내부에서의 UX 역할은 분명 강화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조 기업들은 제품의 경쟁력을 더 이상 하드웨어 스펙만으로 구분짓기 어렵다는 인식을 이미 오래전부터 갖고 있으며, UX 조직을 별도 구성하거나 C레벨 조직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규모가 거대한 만큼 그늘에 가려지기 쉽다는 것이지, UX 측면에서 낙후되었다고만 여기긴 어렵다.


때문에 단순한 화면 설계나 비주얼을 넘어 사용자 여정, 물리적 조작 환경, 인공지능 인터랙션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UX 설계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매일 실감하고 있다. 특히나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러한 업무 경계를 파괴적 혁신할 계기임에 벌써부터 느껴지고 있어, 이와 더불어 UXer의 위상이나 역할에도 변화는 분명히 생길 것 같다.




제조업 UX의 비가시성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 분야 역시 조금씩 외부와의 소통을 늘려가는 단계에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제조업체들도 UXer를 전면에 내세워 외부 콘퍼런스에 발표를 하거나, UX 관련 콘텐츠를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발신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양적으로 부족하나, 이런 흐름이 확산되면 제조업 UX에 대한 대중적 인식도 점차 바뀔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무엇보다 UX의 본질은 ‘사용자의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제조업의 영역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여지도 충분하지 않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