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19
UX 분야로 진입하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래서 단순한 호기심이나 취업을 위한 차선책이 아니라, 왜 내가 UXer가 되고자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동기와 목적이 있어야만 긴 여정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준비 기간의 불확실성
UXer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일반적인 취업 루트에 비해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준비와 실전의 간극도 크다. 즉, 준비를 아무리 잘해도 실제 실무에선 겪어봐야 아는 부분이 정말 많다. UX는 실용 분야이기 때문에 이론적인 준비만으로는 부족하며, 회사마다 UX를 정의하고 운영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리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동기가 불분명하다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흔들림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이것은 정상 반응이다. 문제는 이 흔들림을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완벽한 준비를 꿈꾸는 데 있다. 불확실성은 없앨 수 없다. 갖고,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불확실성과 공존할지 삶에 노하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다. 마치 파도를 타는 것에 비유를 하는데, 그 누구도 파도를 외우거나 예상하며 타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때그때 파도를 느끼며 균형을 잡아 나아갈 뿐인 것과 같은 이치란 것이다.
실무 경험의 중요성과 한계
현장에서 UX 직무를 직접 수행해보지 않으면 어떤 일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학원이나 교육기관에서 배운 방법론이나 툴은 실제 업무에서 거의 쓰이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어떤 조직에서는 매일같이 리서치와 분석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업무의 결은 조직의 성격과 도메인에 따라 매우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어떤 업무에 매력을 느끼는지를 모른다면 나중에 큰 실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왜 UX 일을 하고 싶은가? 단순히 디자인이 좋아서인지, 사용자 중심 사고에 흥미가 있어서인지, 혹은 문제 해결의 과정 자체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인지를 말이지요.
목적 없는 선택이 불러오는 결과
UX는 다양한 전공과 배경이 섞이는 다학제적 영역이라 진입 자체는 열려 있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개발자, 마케터, 리서처, 시각디자이너, 서비스 기획자 출신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UXer’라는 같은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실제 수행하는 역할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UX라는 필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런 일을 하면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커리어 방향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저것 해보면서 점점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인고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을 기본값으로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방법은 나의 이유부터 정립하는 것 외엔 없다. 물론 이런 주문을 당황스럽게 여기는 모습도 더러 목격했다. 다 안된다면 남아 있는 방법이란 없다.
효율성을 갖고 전략적으로 임하고 싶다면, 나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나를 여러 조직이나 환경에 두루 넣어보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이유이다. 어쩌면, 경력자를 우대한다는 것은 이러한 절차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사람을 뽑겠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망설일 이유란 없다.
장기전에 필요한 내적 연료
내 경우 서른에 첫 회사를 다닐 수 있어 시작 자체부터 이미 늦었다. 나보다 늦은 경우를 나는 못 본 것 같다. 때문에 그 어떤 죽는소리에도 나는 겸허할 수 있어졌다. 그전까지 긴 시간의 방황과 진로 탐색을 무수히 거쳐야 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 동안 UX를 지향한 적은 없다. 하지만 나에 대한 이해가 점차 생겨날수록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감각은 깨어나고 있었다. 사용자 중심의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관심, 더 나은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만드는 것이 실제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데 기여한다는 믿음 같은 것들이 형성되면서 조금씩 UX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것이 나의 내적 연료였다. 이 내적 동기가 없다면 중간에 포기하거나 더 헤맬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나는 이걸 커리어의 북극성이라고 부른다.
동기의 명확성이 주는 실질적인 이점
단순히 ‘UX가 핫하니까’, ‘취업이 잘 될 것 같아서’라는 동기로 시작했다면, 경쟁자들과의 차별화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면접에서도 금세 드러난다. 탄로가 날 것이다.
반면, 본인의 경험과 가치관에서 우러나온 ‘진짜 동기’가 있다면 그것은 면접관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묻어난 애정을 담아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포부를 밝힌다면 그것은 단순히 잘 보이기 위한 아첨이 될 수 없다.
UX는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관심과 경험에서 비롯된 진정성 있는 동기야말로 이 직무에 적합한 사람임을 보여주는 가장 큰 증거가 된다. 그렇기에 억지로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 진짜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깊이 있는 성찰은 경쟁력의 원천 그 자체다.
UX 분야는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 있어 회사를 잘 고르는 것만큼이나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만 하는지, 이 일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하고 기록해 보는 것도 좋다. 그래야 긴 준비 과정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을 수 있다. 나를 통해 북극성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필연적으로 UXer가 되는 여정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이다. 하지만 목적과 동기가 분명하다면, 그 길은 분명히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