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내가 이야기하는 커리어 관련 모든 것들은, 디자이너(d/D)로서의 방향성을 정립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디자인(?)의 의미를 제대로 성찰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나 역시도 '나는 과연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여러 번 되뇌었던 기억이 많다. 디자인(d)을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이나 미적 판단의 영역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특히 UX 같은 영역에서라면 그 의미는 훨씬 더 깊고 다층적인 개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업에서 느끼는 디자이너(?)의 진짜 역할은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 행위에 가깝다. 특히 UX 분야는 사용자와 비즈니스의 목표, 그리고 기술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기에 매우 현실적이다. 사용자를 배려하면서도 회사의 전략을 이해해야 하고, 미적 감성과 논리적 사고가 동시에 요구되는 복합적인 역할이다.
따라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정의 내리는 과정은, 앞으로 내가 어떤 디자이너(d/D)로 성장할지를 정하는 첫 단추와도 같다.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내가 디자인(d)과 디자인(D)을 구분하니까 마치 이것이 서로 다른 것인 양 생각하는 것도 같다. 아니다!
이 둘은 모두 디자인(d/D)이라는 일종의 스펙트럼 안에서 양 극단의 끝과 끝의 이름일 뿐이다. 즉,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야라는 방향 감각도 물론 있겠지만, 이 스펙트럼 안에서 어느 위치와 바운더리를 커버하는 영역을 내가 점유하고자 하는지 위치 감각에 있겠다.
개념적으로 디자인(?)이라는 말은 학문적, 예술적, 기술적 의미를 모두 내포하고 있어서 때로는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무에선 매우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의 UX를 설계(=디자인)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단지 ‘보기에 좋음’이 아니라 ‘사용하기 쉬움’, ‘오해하지 않음’, ‘과업을 빠르게 끝낼 수 있음’ 등의 기능적 판단 기준까지도 포함해서 평가된다. 따라서 디자인이란 말보단 더 구체적으로 서술해서 표현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매일매일의 과업은 이러한 사안에 관한 문제 해결이 주를 이루며, 변화하는 요구사항과 여러 제약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도출해 내는 과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다분히 전략적 행위이며, 소통이자, 때로는 설득 행위이기도 하다. 이렇듯 디자인(d/D)의 의미를 실무 안에서 재정의하게 되는 순간, 내가 어떤 디자이너(d/D)로서 기능하게 될 지도 명확히 스스로 이해할 수 있어진다.
하물며 나 자신 내부에서도 헷갈리는데 어떻게 남에게 이 일에 대해 온전히 설명하고 전달할 수 있으랴?
많은 분들이 ‘디자이너(?)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라고 질문하곤 합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조언은, 그전에 먼저 ‘디자인(?)을 왜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부터 스스로 던져보란 것이다. 즉, 디자인(D)부터 디자인(D) 수많은 역할 중 나에게 어떤 디자인(d/D)이 의미로 다가왔는지를 알아야, 그다음 준비를 향해 나아갈 길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사용자와 공감하고 싶어서’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싶어서’라고 답하곤 했다. 중요한 건 정답을 말하라는 게 아니 각자의 이유다.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툴을 다루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위치의 디자인 스펙트럼을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 생각과 목표 의식이다. 이것이 모든 준비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면접 시 이런 태도나 관점을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결국 포지션 오픈 시, 암묵적으로 이러한 스펙트럼에 대한 영역 정의가 되기 마련이다. 그것을 외부에 오픈하고 안 하고 와는 별개로 말이다.
디자인(d/D)을 ‘문제 해결’이라고 퉁쳐서 정의할 수도 있고, ‘사람 중심의 사고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정의를 이래도 저래도 된다는 식의 이야기 자체가 정의냐는 반문도 물론 가능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상임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조직은 디자인(d)이라고 하지만 브랜딩의 수단으로 보고, 어떤 조직은 프로덕트의 완성도에 기여하는 요소로 보기도 하는 등 다르다. 심지어 같은 회사 안에서도 UX 조직이 여럿 존재한다면 각 팀의 일하는 방식이나 전문성이 다를 수도 있다. 즉, 천차만별, 일반화하는 것이 오히려 거짓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바라보는 이보다는 하고 싶은. 디자인(?)의. 정의가 무엇이고, 그 정의에 따라 어떤 역량을 개발하고 싶은지가 잘 설정(=디자인)돼야 한단 것이다.
내 업에 관한 정의를 고민하지 않으면, 주어진 업무나 요청에 부지불식간에 끌려다니게 된다. 반면, 내 업의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이는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되고, 주도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된다. 이는 자기 주도적 디자이너(d/D)로 성장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마인드셋이다.
결국 나만의 디자인(?) 정의는 나만의 방향성과 곧장 연결될 수밖에 없다. 면접관은 어쩌면 이 지원자다움을 쇼핑하는 이인지도 모른다.
여러분은 어떤 디자이너(d/D)가 되고 싶은가? 이를 명확히 하려면, 내 나름 디자인(?)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역할로 생각하는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현실에서 그에 부합하는 디자이너(d/D)가 어디에 서식하는지를 알고 그곳을 목표로 삼으면 가장 쉽다.
결국 디자인(d/D)은 단순한 결과라기엔, 과정이자 태도다. 툴이나 결과물 이전에 어떤 관점을 갖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해야 한다. 본의 아니게 개념 자체가 우리에게 이러한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관점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나는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가’, ‘나는 왜 하필 그래서 디자이너(d/D)가 되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곧 내가 어떤 디자이너(d/D)가 될 것인지를 정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