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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23

by UX민수 ㅡ 변민수


UX 분야는 방대하다. 때문에 기업마다 역할과 정의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목표가 불명확하면 어쩔 수 없이 전 영역을 겨냥해 준비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는 접근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어쩔 수 없기도 하다. 목표가 없는 게 나쁜 것만도 아니다. 그럼에도 효율을 추구하려면 이 점을 묵과해선 안될 것이다. 언제까지나 취준을 하고 있고 싶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니 말이다.




UX 영역의 방대함과 정의의 다양성


UX는 단일 직무처럼 보이지만 실무에 들어가면 역할이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 특히 조직 규모가 크면 클수록 더욱 그러하다.


어떤 회사에서는 UXer가 리서치만을 거의 전담하기도 하고, 또 어떤 다른 회사에서는 UI 작업을 중심으로 전개되기도 하며, 리서치는 외주에 맡기고 내부 기획 중심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실제로도 UX 라이터, UX 리서처, GUI 디자이너, 서비스 디자이너 등 다양한 세부 직군이 존재하며, 이들 마다 준비를 해야 하는 점이나 역점을 두는 역량 등이 다 다르다.


이처럼 UX의 정의가 조직마다 다르고, 실무에서 요구되는 스킬셋도 다르기 때문에 ‘UX 준비’를 전방위로 한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을 얕게 아는 상태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럽게 경쟁력 약화로 전형을 치르기 십상이 된다. 특히 신입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명확한 포지셔닝이 되어 있지 않으면 채용 과정에서 자신만의 ‘핵심 역량’을 보여주기 더더욱 어렵게 된다.


이런 가운데 뾰족해지기 위해서는, 목표가 구심점이 되어야 하는 것은 지당하다.



실무 경험과 목표 설정의 중요성


UX 분야에서는 실무 경험이 특히 중요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직접 업무를 해보기 전에는 어떤 역할이 나에게 맞는지 감이 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여러 번 강조된 바와 같이, 짧게라도 스타트업이나 작은 조직에서 실무를 경험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실무를 통해 내가 어떤 UX 역할에 흥미와 적성이 있는지를 체득하고 나면, 이후 준비도 훨씬 명확하게 할 수 있게 된다. 경험이 없이는 알기 어려운 요소다.


또한, 실무 경험을 통해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원 진학이나 툴 학습에만 몰두하게 되면 ‘내가 왜 이걸 배우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을 때 그대로 방향을 잃게 된다. 목적 없이 UX 방법론이나 툴만 익히다 보면 방법론 자체에 매몰되는 느낌을 받기 쉬운데, 이런 신호는 결국 ‘경험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한다.


준비를 하는 이유가 이런 경험의 기회를 얻고자 함인데,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기회를 어떻게 얻냐 반문할 수도 있겠다. 내 눈높이가 높다는 반증이다. 수많은 회사들 중에는 특히 신생회사의 경우, 너무 경력자들을 모시기 어렵다. 이런 경우 경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회사와 함께할 이를 찾기에 서로 니즈가 부합한다. 이런 회사에서 경력을 차곡차곡 모으며 점차 경력을 활용해 이직을 하며 커리어를 성장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첫 단추를 잘 꿰려는 욕심이 성장을 오히려 방해하는 셈이다.



전방위 준비의 비효율성과 리스크


UX 전반을 준비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이유는 단순히 ‘시간이 오래 걸려서’가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결국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UX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 기획 중심으로 준비한 프로젝트와 UI 중심의 프로젝트는 평가자에게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본인이 기획형 인재인지, 디자인(d)형 인재인지, 혹은 리서치 중심인지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면 보는 사람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애매하면 뽑기 어렵다. 방향이 잘 보이고, 전형에 부합하기까지 하다면 그런 이에게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어설프게 흉내 내는 UX 포트폴리오는 막연한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일 수밖에 없고, 이는 평가자에게 오히려 혼란을 주기 쉬워진다. 특히 기업의 입장에서는 특정한 역할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전방위적 역량보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더 어필될 수 있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스타트업처럼 작은 조직은 한 명에게 특정 역할만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전방위적인 역량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지원할 조직에서 도대체 뭘 원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통해 전형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 경력자다운 눈을 갖는 길이다.



실리적 관점과 장기적 전략


UX는 실용 분야다. 때문에 전략적으로 경력을 쌓아야 하며, 그 전략은 목표 설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Figma 등 툴을 능숙하게 다루고 GUI 중심의 작업을 잘한다면, UI 기반의 UX 조직을 타깃으로 삼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부합할 것이다. 반대로 사용자 리서치나 문제 정의 과정에 강점이 있다면, 리서치 중심의 에이전시나 인하우스 기획 조직을 노려봄직하다.


대학원 진학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공부가 부족해서 진학하기보다는, ‘내가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기 때문에 석사를 간다’는 식의 명확한 목적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준비하는 시간만 길어지고, 실질적인 경력 없이 학력만 쌓이는 비효율적 루트가 될 수 있다. 어차피 졸업 시점 똑같은 고민을 다시 이어서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UX를 준비할 때 전방위로 공부하는 것은 언뜻 보면 성실해 보일 수 있지만, 실무에서는 그보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회사는 이러한 성실함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목표 설정은 준비의 출발점이자 나침반이다. 명확한 목표 없이 이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진입 장벽을 더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UX 역할이 무엇인지 먼저 경험을 통해 파악해 보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 준비해 보시기를 권한다. 말로 백날 설명을 해줘도 들어도 해소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UX는 ‘시작이 반’이 아니라 ‘방향이 반’인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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