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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24

by UX민수 ㅡ 변민수


그렇다고 해서 목표 설정의 중요성이 희석될 이유는 전혀 없다. 특히 나의 취업 관련 조언에서 자주 반복되는 ‘목표를 명확히 해야 길이 보인다’는 전제에 대해서 재점검해보고자 한다.


한편 준비생에게는 목표가 없다는 사실은 마치 ‘준비가 부족한 증거’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일부 있는 것. 같다. 이런 압박 속에서는 애초에 목표를 세우는 행위가 성장의 출발점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행동이 되기 쉽다.


그러니까 마지못해 세우는 목표는 사실 목표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목표를 도대체 어떻게 세워야 할까?



목표 설정의 진짜 필요성


실무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람이 ‘선명한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경우에 따라선 공허한 요구로 남을 뿐이다. 특히 UX라는 직무는 책과 강의, 커리큘럼만으로는 윤곽을 정확히 잡기 어렵다. 같은 직함을 달고 있어도, 회사마다 업무의 범위와 기대 역량이 상당히 다르고, 심지어 같은 팀 안에서도 역할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준비생에게 목표 설정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를 만든다. 나 역시 준비생일 때는 UX를 ‘대략 이렇게 하는 일쯤이겠지’라고 상상만 했을 뿐이다. 그러나 조직에 들어가 실제 업무를 경험하고 나서야, 그 상상이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겪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경험 이전의 목표란 관찰된 현실이 아니라, 주로 이미지·상상·표면적 정보의 조합에 가까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목표는 정확성을 갖기 어렵고, 더 나아가 잘못된 확신을 심어 고착화될 위험까지 있다.



경험 이전 목표의 구조적 한계


멘토링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핵심 중 하나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다. 이것은 무책임한 말이 아니라, 실은 UX라는 직무의 속성을 정확히 드러내는 문장이다.


UX는 실무에서 부딪히는 이해관계, 조직 구조, 개발 방식, 제품의 생애주기, 고객사 요구, 비즈니스 KPI 등이 복잡하게 얽히는 영역이다. 이 모든 요소는 실제 환경에 들어와 경험해 보기 전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즉, 경험해보지 않고 배우기 매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준비생에게 목표 직무·목표 회사·목표 역할을 지금 당장 명확히 정하라는 것은 현실과 괴리된 요구다.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는 비교 기준, 즉 경험 기반의 판단력이 필요한데, 준비생에게는 그 기준 자체가 아직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문제는 ‘준비생이 목표를 못 정한다’가 아니라, 애초에 준비생에게는 명확한 목표를 정할 수 있는 정보·기준·경험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목표보다 우선되는 태도


그렇기 때문에 목표 자체보다 목표를 수정하고 탐색할 수 있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역설적으로 중요해지는 키워드는 결국 하나다.


무엇이든 일단 해보라.

이 말은 무작정 뛰라는 뜻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경험이라는 행위를 통해서만 드러나는 흥미·적성·선호의 결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정보를 모으란 의미에 더 가깝다.


작은 회사에서 시작하든, 스타트업에서 몇 가지 역할을 겪어보든, 에이전시에서 빠르게 여러 프로젝트를 반복해 보든 상관이 없다.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나에게 맞는 방향’이라는 감각은 생겨난다. 그리고 멘토링을 통해 한 간접 경험에 있어서도, 실제 현업에 있으면서 이 상황을 바라볼 때 목표가 명확해진 경우가 훨씬 압도적으로 많았다.


결국 목표는 선행 조건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교화되는 후행적 결과물에 가깝다. 목표 설정은 전제임이 맞지만, 이에 관한 대전제도 있었던 셈이다.




결국 준비생 시기에 중요한 것은 ‘선명한 목표’가 아닐 수도 있다. 목표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허용하는 태도다. 그러니 목표를 정하지 못했다고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능력 부족이 아니라, 당연한 현상이다.


오히려 이 시기에 목표가 지나치게 선명한 경우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경험을 쌓으면서 새로운 정보와 기회를 만나게 되는데, 이미 단단하게 고정된 목표는 그 가능성들을 차단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커리어 관점에서 볼 때, UXer가 되는 길은 ‘정해진 로드맵을 따라가는 과정’이 아니라, 경험의 축적 속에서 자기만의 길을 발견하는 과정에 더 가깝기에 어쩌면 목표란 달성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 조차도 만들어가는 대상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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