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고비고비마다 ‘간절함’과 ‘조급함’ 사이를 오가며 고민했던 기억이 나에게도 있다. 두 감정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조급함은 현재 상태를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불안의 표현이다. 내 능력이나 준비의 정도와 상관없이 당장 뭔가를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래서 오히려 방향이 흐트러지기 쉽다. 반면 간절함은 스스로의 목표가 분명하고, 그것을 향한 긴 호흡의 집중이 가능한 상태다. 내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알고 있고, 그 목표에 대한 애정과 끈기가 있는 상태다.
‘이 길이 맞나’, ‘이만큼 했는데 왜 아직도 감이 안 올까’ 하는 생각처럼 현재 과연 어떤 상태에 내가 놓여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자기 객관화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조급함은 주로 ‘이만큼 했으니 이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식의 조바심에서 비롯되곤 한 것 같다. 하지만 간절함은 오히려 ‘아직 부족하니 좀 더 해보자’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만들었다. 이 자체로 무엇이 더 필요하다 아니다를 논할 순 없다.
UX 분야의 특성상 공부나 자격증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실무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이제 익숙할 것이다. 나 역시도 막상 실무에 들어와 보니 놀랄 일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경험담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조급함에 쫓겨 공부와 준비에 여념 없던 시기는 나중에 후회가 남을 수 있다. 하나 앞뒤가 없더라도 어떤 간절함에 이끌려 주어진 기회들을 좇고 쫒다 보면 당장의 의미는 모르겠어도 나중에 내 커리어에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있었다.
작은 회사라도 일단 들어가 실무 경험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내게 맞는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길이 아니다’라는 결론조차도 귀중한 경험인데 조급함은 이런 생각을 등한시하게 날 만든다. 어떤 분들은 너무 준비만 하다 오히려 스스로의 가능성을 좁혀버리기도 한다. UX는 공부로 다 채워지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에, 간절한 사람일수록 결국 ‘실행’에서 어찌어찌 답을 찾아가는 경우가 결과론적으로 유리하다.
지금 내가 간절한지, 조급한지 헷갈린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자. “지금 이 선택이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불안해서 던지는 돌인가?” 조급한 선택은 종종 착각 속에서 일어난다. 예컨대 ‘망설이다 내가 정말 원하던 것을 선택’한다는 착각인지 확신이지 헷갈리게 한단 것이다. 사람이 간절해지면 무언가 주어졌을 때 재지를 않는다. 이것은 ‘아무거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못해 하는 선택’의 형태로 나타나곤 한다.
내 경우, 진로를 돌고 돌아 지금의 회사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첫 회사는 서른에 시작했고, UX라는 영역으로의 방향성도 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왜 이렇게 늦었지’ 하는 조급함도 분명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중심을 잡아준 건 간절함이었던 것 같다. 위에서 말했듯이 재지 않고 덤비게 날 만들었고, 결국 자연스럽게 여러 경험들이 켜켜이 쌓으며 UX라는 일을 내 일로 만들 수 있었다.
조급함을 느끼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다. 오히려 열심히 준비해 온 증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불안을 오래 품고 있으면 방향을 잃게 될 위험이 도사린다. 조급함은 ‘언제쯤 될까’에 집착하고, 간절함은 ‘어떻게든 되게 하자’에 집중한다. 간절함은 시간을 믿고, 조급함은 시간을 의심한다.
UX 분야는 누구나 처음엔 막막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기회라도 직접 부딪혀보는 게 중요하다. 심사숙고한 만큼 내 커리어도 성숙해지진 않는다. 간절함을 행동으로 옮기되, 조급함에는 휘둘리지 말라는 것이다. 조급함은 외부에서 답을 찾지만, 간절함은 자기 안에서 느끼는 방향 감각이다. 그래서 결국 간절한 사람이 더 멀리 갈 수 있고 생각한다. 결국적으로 이것은 향후 자기만의 경험과 서사로 발현된다. 이보다 소중한 자산이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