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경험의 가치, 나눔

by UX민수 ㅡ 변민수

경험은 저장이 아니라 유통이다


경험은 오래 묵힌다고 저절로 가치가 되지 않는다. 혼자 간직하면 기억으로 남고, 꺼내 놓아야 비로소 기술이 된다. 퇴직 이후에야 그 사실이 또렷해졌다. 성과로 환산되던 시절의 경험은 늘 보고서의 끝에 붙어 있었고, 숫자와 그래프에 가려 목소리를 얻지 못했다. 잘한 일은 팀의 이름으로 정리되었고, 실패한 일은 개인의 몫으로 남았다. 조직은 효율적으로 움직였지만, 경험은 언제나 요약본으로만 존재했다. 디테일은 생략되고, 맥락은 삭제되었다. 무엇을 왜 그렇게 했는지는 남지 않고, 결과만 기록되었다.


직함이 사라지자 이상한 변화가 찾아왔다. 설명해야 할 대상이 줄어들었고, 증명해야 할 이유도 옅어졌다. 그제야 경험이 성취가 아니라 경로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서 넘어졌는지, 왜 돌아 나왔는지, 무엇을 붙잡고 다시 일어섰는지. 그 경로는 성공담보다 훨씬 길었고, 실패담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다. 경험을 꺼내 놓는다는 것은 결과를 자랑하는 일이 아니라, 선택의 흔적을 펼쳐 보이는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지름길을 알려주는 대신, 나의 우회로를 조심스럽게 공유하는 순간들이 늘어났다. 그 우회로에는 판단의 망설임도, 타이밍을 놓친 아쉬움도 함께 담겨 있었다. 그렇게 경험은 저장된 자산이 아니라, 흘러 다니는 지도처럼 바뀌어 갔다.



가르침이 아니라 옆자리를 내주는 일


나눔은 가르침과 다르다. 가르침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나눔은 옆으로 번진다. 질문을 받았을 때 즉각적인 답을 주는 대신, 잠시 멈춰 함께 생각해 보자고 말하는 일이 많아졌다. 해결책을 던져주기보다, 그 문제를 둘러싼 맥락을 함께 살피는 쪽을 택했다. 요령보다 방향을, 정답보다 판단의 기준을 건네는 일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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