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er 업무 일상이 궁금한 이유

by UX민수 ㅡ 변민수

UX 실무 담당자의 일상이 궁금하다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심히 이해는 가는데 여러모로 난감 혹은 아쉬운 질문이긴 하다.


당연히 누군가 혹은 어떤 대상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여다보는 일에는 묘한 재미가 있다. 결과만 보던 대상의 이면을 엿본다는 감각, 완성본 뒤편에 숨은 사소한 장면들을 알아간다는 등 어떤 쾌감 때문일 것이다.


이 궁금증, 여러 방향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직무에 대한 단순 호기심일 수도 있고, 나도 저 자리에 설 수 있을지 가늠해 보고 싶은 마음일 수도, 일에 대해 알 수가 없다 보니 그냥 보여달라는 호소일 수도 있겠다. 한편으론 이 질문은 요즘의 콘텐츠 환경이 만들어낸 습관적 기대도 한몫을 하는 듯하다.




숏폼처럼 이해하고픈 직무


어쩌면 이 궁금증은 Vlog 콘텐츠나 숏폼 문화 부산물에 가깝다. 누군가의 일상을 보다 보면, 실제로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묘하게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커피를 마시고, 회의를 하고,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장면들이 반복될 뿐인데도 말이다. 실은 별것 아닌 일상이라 스스로는 “이걸 굳이 보여줄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Vlog라는 형식으로 편집되는 순간 그 일상은 괜스레 의미를 획득한다. 보는 이에게는 충분히 볼 만한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얻어걸리듯 직무도 이해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일상이 궁금한 것은 아닐까. 물론 나 역시 이러한 문화가 생기기 전 학창 시절에 실제 일하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했었다. 그러니까 이러한 궁금증은 과거로부터 내려온 이유에 요즘의 이유가 더해진 인상이란 의미다.



불편한 진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대표 선수의 Vlog를 본다고 해서 우리가 운동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들의 하루를 지켜본다고 선발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이 비유가 다소 냉정하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취업과 실무라는 맥락에서 보자면 일상은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


물론 반론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간접적이지만 직업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막연했던 세계가 조금은 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면 그것 역시 도움이 아니냐고 말이다. 또 너무 빡빡하게 선을 긋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공감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지점이 더 위험해 보인다. 일상은 설명이 되기보다 해석을 유도하고, 해석은 곧 환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Vlog 형식은 필연적으로 ‘첨가’를 요구한다. 맥락을 설명하고, 분위기를 부연하고, 때로는 의미를 덧입힌다. 그 과정에서 실제보다 더 그럴듯한 직업상이 만들어진다. 꼭 Vlog가 아니더라도 일상을 설명하게 되면 어떠한 하루를 샘플링하거나 몇몇 사건들을 이어서 전형화된 하루를 재편집할 수밖에 없다.


이건 사실 일상이 될 수 없다. 즉, 질문자가 필요한 정보가 애초에 담길 수가 없는 미디어인 것이다. 질문이 잘못되었다고도 실은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너무 평범해서, 혹은 말할 수 없어서


UX 실무자의 일상이 답변으로써 부적절한 이유는 또 있다. 위에서처럼 연출을 안 할 수가 없는데 이걸 제거하면 사실 너무 별 볼 일 없어서 부끄러운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대부분은 메일을 확인하고, 회의에 참석하고, 이미 합의된 제약 안에서 작은 선택들을 반복하는 일로 채워지곤 한다. 사용자를 위한 그 심오한 가치나 어떤 고귀한 활동을 소개해주고 싶어도 별반 없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이런 걸 하나요?’라는 질문을 불러올 만큼 말이다. 그래서도 일상은 호기심을 채울 순 있어도,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영역도 많다. 보안 이슈, 내부 의사결정, 아직 공개되지 않은 기획과 전략들은 금지된 이야기다. UX 실무는 특히 조직의 맥락과 깊이 얽혀 있기 때문에, 일상을 이야기하려다 보면 자연스럽게 특정 조직과 특정 프로젝트의 내부로 들어가야만 한다. 이것도 피하고 저것도 피하고, 그러다 보면 “이건 말해도 되나”라는 검열이 먼저 작동하고 이건 편집이 아니라 왜곡과 은폐로 이어진다. 당연히 원하는 답변을 줄 수가 없다.



일상과는 다른 구조의 가치


이러나저러나 일상에 대한 질문은 안타깝게도 잘못된 질문의 대표적인 전형이라고 나는 본다. 나 역시 실무자가 되고 나니 이 질문을 원하는 걸 얻기 위한 유용한 질문이 될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달아 버렸다.


지금의 하루만 떼어놓고 이야기하자니, 과거에 있었던 조직과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 빠질 수 없고, 그럴 바엔 차라리 전체를 조망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큰 그림과 숲에 대한 이야기에 매진하게 된 것이다. UX 실무자의 일상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성실히 답하려다 보면, 결국 “어떤 하루를 보내느냐”가 아니라 “어떤 구조 안에서 일하느냐”를 설명하게 되는 이유다.


더 잘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은 결국 이 지점으로 귀결된다. 일상을 나열하는 대신, 그 일상이 만들어지는 조건과 맥락을 이야기하는 것. 그렇다면 이 마음을 포기해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방향은 달라져야 한다. Vlog처럼 소비되는 일상이 아니라, 환상을 덜어낸 구조로서의 실무, 그리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판단과 책임의 무게를 말하는 쪽으로 말이다.




UX 실무자의 일상이 궁금한 이유는 어쩌면, 그 직업이 무엇을 ‘하는지’보다 무엇을 ‘감당하는지’를 알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하루를 따라가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를 둘러싼 바깥의 이야기에서 더 또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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