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12
우리는 가끔 어떤 사람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 뭔가 있다.” 능력 때문도 아니고, 성과 때문도 아니고, 외모 때문도 아닌데 신경이 자꾸 간다. 말로 설명되지 않는 어떤 한 줄기의 느낌. 그걸 굳이 이름 붙이자면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매력이라는 건 이상하게도 완벽한 사람에게서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비어 있고, 조금 흔들리고, 조금 모호한 사람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매력은 명확함에서 오지 않는 것 같다. 애매한 움직임에서 오는 이 녀석, 매력의 정체는 뭘까?
이걸 이미지로 그려보면 조금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한쪽 끝에는 위험이 있다고 치자. 벼랑처럼, 발을 조금만 잘못 디디면 떨어질 것 같은 곳. 반대쪽 끝에는 안정이 있다. 두꺼운 돌로 쌓은 성처럼 흔들림 없고 안전한 곳.
인생은 사람들이 이 두 지점을 왔다 갔다 하는 것에 비유해볼 수 있겠다. 어떤 날은 모험을 선택하고, 어떤 날은 조심스럽게 성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는 등. 삶 자체가 이 두 극 사이를 오가는 계속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 움직임이 아주 뚜렷하거나, 아주 단조롭지 않다. 조금 위험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가도, 다시 안정 쪽으로 돌아오는 듯한 미세한 흔들림을 유지하는 무언가 예측불허의 사람. 이 사람에게서 우리는 묘하게 시선을 떼지 못할 것이다. 마치 불확실성을 즐기는 것처럼도 보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 흔들림은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다음은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미묘한 기대와 긴장을 동시에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완전히 위험한 사람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너무 위험하면 무섭고,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안정적인 사람에게도 오래 끌리지 않는다. 너무 안정적이면 예측 가능한 사람, 즉 변수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력을 느끼는 대상은 늘 그 중간에 있는 듯하다. 위험한 듯하면서도 안전하고, 안전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가볍게 어긋난 사람.
그래서 ‘나쁜 남자/나쁜 여자’에게 어느 순간 사람들이 끌리는 것도 같은 원리일 것이다. 정말 나빠서가 아니라, 위험과 안정 사이를 살짝 오가는 그 리듬 때문이다. 다가오는 듯하다가도 일정 거리에서 멈추고, 밀어낼 듯하다가도 끝까지 밀어내지 않는 그 흐름. 우리가 매력으로 느끼는 건 바로 그 예측할 듯 말 듯한 벡터의 움직임이다.
결국 매력이란 단단한 완벽함이 아니라 흔들리는 생동감에 보다 가깝다. 정답을 체득한 사람보다, 정답에 도달하기 직전의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간다. 딱 90%쯤 완성된 느낌, 지금도 계속 어딘가로 향하는 듯한 그 가능성의 기류.
어쩌면 매력이란 극단의 어느 한쪽이 아니라 두 극 사이에서 일어나는 ‘오묘한 진동’이다. 그 진동 속에서 사람은 살아 있고, 그 생동감 속에서 우리는 눈을 떼지 못한다. 완벽함이 사람을 감탄하게 만든다면, 애매한 흔들림은 사람을 끌어당긴다면, 매력의 실체는 바로 그 지점에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