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성과를 위한 전제조건
몸이 쉬어야만 뇌에 쌓인 단백질 찌꺼기들이 제거된다. 이 과정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생리적 회복이며, 실제로 집중력과 몰입력을 되찾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머리가 멍해지고 의욕이 사라지는 상태는 종종 ‘의지 부족’이 아니라 ‘정화 부족’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정화는 단순한 쉼이 아니다. 감정의 찌꺼기를 비워내고, 끊어진 리듬을 회복하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되짚는 시간이다. 이 과정을 통해 비로소 ‘몰입할 준비’가 된다. 그 위에서 생산성은 힘을 발휘한다. 같은 시간, 같은 자원을 투입했을 때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능력—그것이 생산성이지만, 이 능력은 ‘정화된 상태’ 위에서만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연구에 따르면, 안식휴가를 통해 직원들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연구 참여자들은 휴식 후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향상되었으며, 이는 조직 전체의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hbr.org)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은 우리를 쉴 틈 없이 움직이게 만든다. 잠깐의 결과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본질적으로 유지되지 못한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아무리 애써도 채워지지 않는다. 조금 나아지는 듯하지만, 정신적·육체적 회복이 없는 상태에서는 결국 같은 자리만 맴돌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과도한 생산성 추구가 언젠가 반드시 벽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몸이 고장 나거나, 마음이 붕괴되거나, 어느 순간 모든 의욕이 끊긴다. 그러면 성과의 흐름은 급격히 멈춘다. 아무리 좋은 도구나 시스템이 있어도, 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것들이 작동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54%가 지난 12개월 동안 번아웃을 경험했으며, 72%는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러한 과도한 스트레스는 결국 조직의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withdouble.com)
반대로, 정화에만 머무는 것도 위험하다. 쉬는 데 익숙해지고, 회복을 반복하지만, 이를 바깥으로 연결하는 힘이 없다면 내 안의 가능성은 갇힌 채 머물게 된다. 몸과 마음은 유지되지만, 세상을 바꾸는 움직임은 나오지 않는다. ‘편안함’이 ‘무기력함’으로 바뀌는 순간은 생각보다 빠르다.
정화는 시작일 뿐이다.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실행과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 아무리 내면이 정돈되어 있어도, 그것을 바깥으로 표현하고, 결과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변화는 없다.
사회적인 단절로 인한 소외감도 파이어족이 노동 시장으로 다시 뛰어드는 주된 이유이다. 실제 유튜브 채널 ‘싱글파이어’와 인터뷰를 진행한 파이어족 A 씨와 ‘파이어드’를 써낸 공동 집필자인 B 씨는 현재 일선으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B 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만나 본 젊은 부자들 또한 일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캐스트픽)
생산성은 도구이고, 정화는 조건이다. ‘성과를 낸다’는 말은 결국, 정화 몰입 실행 회복이라는 순환이 지속될 때 의미를 가진다. 회복 없는 성장은 파괴로 이어지고, 실행 없는 회복은 무기력으로 끝난다. 이 균형을 잡는 일이 곧 ‘지속가능한 성과’를 만드는 핵심이다.
지속가능성이란 말은 거창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 핵심은 단순하다. 내 에너지의 파동을 한 번씩 쉬어가며 다시 조율하는 것. 그것이 정화다.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기술은, 쉬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