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문제는 ‘차별성’이 없는 게 아니라 회사라는 ‘맥락'이 없다는 것
안녕하세요. 졸업을 앞둔 대학생 멘티입니다. UXer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포트폴리오를 여러 번 다듬었음에도 “너무 평범하다”는 피드백을 자주 듣습니다. 나름대로 사용자 리서치도 포함하고, 와이어프레임이나 프로토타입도 넣었는데 무엇이 부족한 걸까요?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포트폴리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 멘티님, 안녕하세요. “평범하다”는 피드백은 가장 애매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내포한 말입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평범하다는 말이 가장 잔인한 말’ 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잘못 읽히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그 말이 뜻하는 바를 다시 해석하고, 어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지를 아는 것이겠죠. 이번 답변은 그 ‘해석’과 ‘전환’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우리는 자꾸 포트폴리오에 '객관적 기준'이 있다고 착각합니다. “이건 나쁘다”, “이건 좋다”는 말을 하도 들으면 마치 모두가 동의할법한 무언가가 있는 듯 느껴지죠. 하지만 실상 포트폴리오는 다분히 ‘주관의 세계’입니다. 10명이 보면 10명이 다 다르게 말하고, 심지어는 상반되는 피드백이 튀어나오기도 하니까요.
이게 중요한 이유는, 평가란 절댓값이 아니라 상대값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 말인즉, 멘티님의 포트폴리오가 그저 뭔가 부족한 게 아니라 ‘그 회사의 전형’과 ‘그 면접관의 시선’에 단지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평범하다는 피드백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멘티님 포트폴리오의 완성도가 무조건적으로 낮아서라기보다, 전형을 치르는 ‘회사와 딱 맞는 무언가’가 딱히 보이지 않았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반복적으로 “평범하다”는 피드백을 듣는다는 건 오히려 기본은 잘 갖춰졌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합니다. 치명적인 오류나 이해 부족이 보였다면 애초에 ‘이건 어떻다 저쩧다’는 등 피드백이 산재했겠죠. 그러니 이것은 어찌 보면 ‘안전한 포트폴리오’라는 긍정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문제이기도 합니다. ‘안전함’은 선택을 유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채용은 결국 수십 명 중 극소수, 심지어는 1명을 뽑는 일이기에, 평범한 포트폴리오는 ‘놓쳐도 괜찮은 지원자’가 됩니다. 잘 된 포트폴리오였지만, 우리 회사가 잡지 않아도 누군가가 잡을 것 같고, 우리와 꼭 맞는 느낌은 아니라는 인상. 다시 말해 “딱 우리 회사여야 할 이유가 안 보인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포트폴리오의 존재 가치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극단적으로 전형을 주체한 회사의 입장에서 찰떡궁합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여지가 관건입니다. 이걸 다른 말로 '경쟁력'이라고 합니다.
이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이 나옵니다. 같은 프로젝트라도 ‘채용자 입장에서 재편집해야 한다’는 전략적 시선입니다. 많은 포트폴리오가 ‘내가 했던 일’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대로 ‘좋은 평가로 이어질 것’이라 믿죠. 그러나 진짜 경쟁력은, 내가 한 일을 ‘당신이 원하는 방식과 관점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생깁니다.
예컨대, B2C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라면 객관적 리서치보다 A/B 테스트나 유저 반응 등 그 회사의 주력 타깃에 대한 집중적 설계 경험이 더 중요한 경험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반면, B2B 솔루션 회사라면 논리적 정보구조, 기능 우선순위 판단 등 고객사를 향해 어떻게 설득했거나 객관화했는가가 더 중요한 핵심일 수 있죠. 이걸 정리하면 이렇게 다음과 같습니다:
채용자는 ‘우수한 포트폴리오’를 뽑는 게 아니라,
‘우리 회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뽑는다.
그러므로 포트폴리오는 단일한 정답을 향해 가는 작업이 아닙니다. 매 전형마다 ‘그 회사의 문법’에 맞게 구성과 강조 포인트를 달리하는 작업이 최소한이라도 진행되어야 하죠. 쉽게 말해, 그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뭐야 돌려썼네" 이게 느껴지면 평범한 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경쟁력의 정체입니다. 잘하는 사람보다 ‘우리가 뽑고 싶은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 최종 합격자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보면, 이제는 불필요한 피드백의 ‘착시’에 휘둘릴 필요가 없습니다. 반복적으로 받는 피드백은 '내가 부족해서' 일수도 있겠지만, 다분히 상대의 기준과 맥락이 다를 뿐이라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무작정 휘둘릴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억지로 오류랍시고 짜낸 피드백은 독입니다. 마시지 마세요.
https://brunch.co.kr/@uxminxu/312
내가 정말 가고 싶은 회사는 어떤 성향의 UX를 중요시할까?
이 회사의 서비스는 어떤 지점에서 사용자 경험을 중시할까?
내가 가진 프로젝트 중 어떤 것이 그 문맥에 가장 맞는 사례일까?
이 질문을 바탕으로, 같은 프로젝트라도 리서치에 초점을 두거나, 사용자 흐름 중심으로 정리하거나, 혹은 비즈니스 목표에 대한 문제 정의부터 재편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잘 된 포트폴리오란, 전형을 치르는 회사의 포지션이라는 옷을 입기에 적임자로 보이는 그런 포트폴리오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그 기준은 주관이고, 상대적이며, 평가자마다 다릅니다. 그러니 진짜 해야 할 일은 내가 맞추고자 하는 타깃의 맥락을 해석하고, 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적 사고력입니다.
그러니 UX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아닙니다. ‘왜 이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고, 왜 이런 방식으로 해결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상대의 언어로 다시 짜여야 진짜 의미를 가집니다.
오늘 할 일은 간단합니다. 포트폴리오를 다시 열고, 이렇게 적어보세요:
이 프로젝트는 어떤 회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가?
그 회사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내 포트폴리오가 그 기대에 충분히 답하고 있는가?
이 작업이 ‘평범함’을 뛰어넘는 첫걸음입니다. 멘티님의 포트폴리오가 누군가에게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보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