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커리어 피봇팅은 기술이다

커리어 피봇팅은 주행 중 끼어들기와 같다?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4년 차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최근 들어 지금까지 해온 마케팅 커리어를 지속하는 것보다는, 사용자와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UX 분야로 커리어를 전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그동안 캠페인 기획이나 콘텐츠 제작 시 유저 인터뷰와 퍼널 분석을 자주 해왔고, 이를 통해 사용자 경험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독학으로 UX 관련 책도 읽고, Figma 등 툴을 다루며 개인 프로젝트도 만들어보고 있어요. 그런데 마케팅적 배경을 가진 제가 실무자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특히 이직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강조하고, 어떤 부분을 저만의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멘토님 책을 보며 ‘커리어 피봇팅도 결국 기술과 전략의 문제’라는 내용이 와닿았는데요. UXer로 커리어를 전환하기 위해 실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또 어떤 마인드셋이 중요한지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현재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고 계시며 UX 분야로의 전향을 계획하고 계시군요. 커리어 피봇팅에 관해서 많은 분들이 가능한지 혹은 가능성에 관해 궁금해합니다. 단언컨대 질문이 틀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능성이 10%면 안 할 거고, 90%면 할 거란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이럴수록 중요한 것은, 멘티님 말씀처럼,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그 가능성을 높이는 성공 전략을 잘 짜는 것에 있답니다. 그래서 기술이라 저는 표현합니다.




진입 타이밍의 특징


커리어 피봇팅은 그 자체로 어려운 과정과 결정이지만,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포인트는 “아무 때나 되는 게 아니다”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걸 주행 중 끼어들기에 자주 비유하곤 합니다. 고속도로에서 끼어들기를 시도할 때, 내가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되는 게 아니잖아요. 마찬가지로 커리어 전환도 ‘빈 공간’이 필요합니다. 조직 안에서 해당 직무에 수요가 있거나, 내가 가진 역량이 ‘포지션의 공백’을 메꿀 수 있을 때야 진입이 가능한 거죠. 이걸 무시하면 위험하게 끼어들거나 그냥 도로에서 위험하게 멈춰서는 차량처럼 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커리어 피봇팅은 감정적 동요나 조급함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철저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한 ‘전략적 끼어들기’라는 점입니다.



신호 보내기와 존재의 입증


또 중요한 것은 ‘내가 끼겠다고 알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자동차도 방향지시등 없이 끼어들면 사고 나기 쉽듯이, 커리어 피봇팅도 그냥 속으로만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실제 업무와 무관한 프로젝트를 병행하면서 UX 관련 역량을 갖췄다는 걸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등의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조직 내 파일럿 과제를 스스로 제안해 진행하거나, Figma 등 툴로 프로토타입을 직접 제작해 성과물을 만드는 등의 액션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노력이 헛되어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러한 노력 자체를 소홀히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신호를 내보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저절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밖으로 표출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죠. 그래야만 팀 안팎에서 “저 사람은 UX 쪽도 잘하네”라는 인식이 생기며, 자연스레 포지션이 열리거나 연관된 업무의 연결고리가 마련되었을 때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걸 확률의 문제로 인식하면 매우 희소하기에 투자 매력도가 낮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달리 대안이 없다면 해볼 필요가 있는 의미 있는 노력입니다. 말했듯 어떻게 하기에 달린 문제입니다. 이처럼 커리어 피봇팅은 신호와 증명이 동시에 따라야 하는 직무 실행입니다.



커리어 피봇팅의 전제: 실행력과 설득력


커리어 피봇팅을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조건은 내가 가고자 하는 직무를 ‘해본 적이 있느냐’가 아니라 ‘실행할 수 있음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입니다. 전환 대상 직무와 접점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협업을 자처해서 서브 역할이라도 맡아봐야 합니다.


예컨대, 데이터를 해석하는 UX 리서처로 가고 싶다면 조사 설계나 인터뷰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직접 분석 리포트를 작성해서 팀에 공유하는 식이겠죠. 단순히 구경하거나 이론만 공부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해보았고 성과도 만들었다는 ‘사례 중심’의 설득이 필요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단순한 관심을 실무 수행 가능성으로 바꿔주는 핵심 기술입니다.


그러려면 편하게 일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회색지대의 업무 영역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성과를 내야 합니다. 즉,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서 성과를 보여주는 과감함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세상에 공짜란 없습니다.



조직 내 포지셔닝과 관계 설정


사실 커리어 피봇팅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조직과 조직을 오가는 경우는 보통 이직이라 부르고, 조직 내부에서의 리포지셔닝 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직무를 바꾼다는 건 나의 업무 범위, 정체성, 관계 지형까지 다시 설정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새로운 일을 잘하는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존의 신뢰’를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덧입히는 균형감각입니다.


딴짓을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이 기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주어진 일도 잘 못하는데 자꾸 다른 영역을 탐하는 모습은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습니다. 그렇기에 커리어 피봇팅의 대전제는 현재 업무에서 내가 어느 정도 조직과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 안됩니다.


저 역시 이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업무 영역을 병행했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도 부정적인 인식 없이 폭넓은 업무의 전환을 꾀할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도약이 아니라 점진적인 전이로 접근한 것이죠. 그런 점에서 커리어 피봇팅은 내부 설득과 조직 이해도, 그리고 관계 설정이라는 다면적 기술이 요구됩니다.



위험 회피가 아닌 성장 전략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커리어 피봇팅은 단지 기존 커리어에 대한 회피가 아니라 ‘성장 전략’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일이 재미없어서, 혹은 남들이 하는 게 좋아 보여서 움직이는 커리어 피봇팅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대신 지금 내가 쌓아온 기반 위에서 무엇을 확장할 수 있고,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저는 시각디자인을 시작으로 전시, 서비스 기획, UX로 오랜 기간에 걸쳐 전환해 왔지만, 각 단계가 완전히 분리된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서사는 객관적일 수 없는 나만의 인생이기 때문에 이를 잘 정리해서 타인에게 설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커리어 스토리는 ‘정체된 커리어’가 아니라 ‘확장된 커리어’로 보이게 도와줍니다. 이런 연계성을 보여주는 시각화와 메시징 역시 피봇팅의 마지막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커리어 피봇팅은 주행 중 끼어들기처럼 빈틈을 잘 포착하고, 타이밍에 맞춰 신호를 보내고,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어서는 기술입니다.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건 실행력, 설득력, 관계감각, 전략적 사고 등 복합적인 역량이며, 단순히 마음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실행으로 증명하고, 기회를 탐색하며, 준비된 자로서 보여줘야 하는 것. 이것이 제가 경험을 통해 얻은 커리어 피봇팅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그건 분명히 ‘기술’로 연마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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