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이 진정한 UXer로 이끈다
집중은 어떤 상황에 빠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그 상황을 빠져나가지 않게끔 하는 노력이 집중인 것이죠. 반면, 몰입은 약간 다릅니다. 어떤 상황에 빠진 것은 같은데 깊게 빠져든 상태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몰입은 쉽게 말해 온오프가 있는 개념입니다. 우리가 무언가에 몰입을 했다는 것은 즉, 깊게 빠졌다는 것은 그것으로부터 빠져나온 뒤에 깨닫습니다. 이렇듯 몰입은 상황을 유연하게 대하고 더 깊게 혹은 그 밖으로 왔다 갔다 하는 유동적 개념입니다.
집중은 반대로 유연성이 결여된 고착화된 상태로 스스로를 취약하게 만듭니다. 경주마처럼 만든다는 것이죠. 그것 말고는 안 보이게 주변을 차단합니다. 얼핏 몰입하는 것처럼 외부에서 관찰될 수 있지만, 실은 그 상황에 그냥 갇힌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게다가 집중을 계속한다는 것은 마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얼음’처럼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같기에 경직되기까지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UX 분야로의 진출을 위해 집중하고 있나요? 아니면 몰입하고 있나요? 예를 들어보죠.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자’, ‘이런 스킬을 배워야 한다’, ‘UXer가 되기 위해선 이것을 꼭 해야 해’—이런 생각들은 분명 중요하지만, 특정 목표만 바라본 나머지 사고의 스펙트럼을 좁혀버리곤 합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만 UX를 바라본다면, 언젠가는 방향을 잃게 됩니다. 그건 마치 잘 닦인 길을 따라가다가 길이 끝났을 때 멈춰 서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길이 끝나면 길과 함께 끝나는 여정입니다.
반면 몰입은 다릅니다. 만약 제대로 몰입하고 있다면, UX를 단지 ‘직무’로만 보지 않고 있을 겁니다. 화면에 보이는 요소를 배치하는 일이 아니라, 그 화면 너머에 있는 사람의 경험을 탐색하고 있을 것입니다. 왜 어떤 버튼은 눌리고, 어떤 여정은 중단되는지를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사용자의 삶 속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이건 단순한 ‘집중’으로는 어렵습니다. 몰입의 상태에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왜냐하면 몰입은 그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찰하고, 회의하고, 적용하고, 다시 빠져나오는 과정을 반복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UX는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기술이나 도구는 거들뿐, 핵심은 언제나 사람입니다.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삶을 들여다보고, 맥락을 캐내고, 문제를 함께 공감하며 푸는 여정—그게 몰입의 본질이죠.
지금 여러분은 UX를 향해 다가가는 중입니다. 눈앞에 있는 정보만 보며 집중하고 있나요? 아니면 그 정보의 이면에 숨어 있는 감정과 의미를 더듬으며 몰입하고 있나요?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몰입은 언제나, 그 너머로 향합니다.
나무도 봐야 하겠지만, 반드시 숲을 느낄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