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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 그릴 줄 아는 것 vs. 찾을 줄 아는 것

가르쳐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진짜 문제들

by UX민수 ㅡ 변민수

멘토링을 시작하기 전에는 종종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정말 이런 질문까지 내가 답해야 하는 걸까? 이 정도는 굳이 말해줄 필요가 있을까? 이런 내 경험이 의미가 그들에게 도움이 얼마나 될까?




아는 것과 모른다는 것 사이에서


어렵게 얻어낸 경험도 시간이 지나 현실이 되어버리면 그 소중함을 쉽게 잊는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난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러나 멘토링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지식의 가치는 절대적이지 않고 철저히 상대적이라는 점을. 누군가에게 너무 기초적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길을 찾게 해주는 유일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 깨달음 이후부터 오히려 내가 기본기를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정말 알고 있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되묻고, 이해했다고 넘겼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감각을 다듬는 시간이 생겼다.



실무의 결과 멘토링의 결은 다르다


내 책에 대한 평 가운데에는 “시시콜콜한 취업 조언집”이라는 말이 꽤 많다. 하지만 그런 말은 오히려 묘한 확신을 준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아마도 단 한 번도 누군가를 길잡이 해본 적 없을 것이다. 멘토링에서 필요한 시시콜콜함은 하찮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중요한 층위기 때문이다. 정작 타깃 독자가 아닌 이들이 더 많은 의견을 남긴 꼴이다.

실제로 현업에는 멘티가 필요로 하는 ‘영양가’를 잘 모르는 실무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멘티의 맞은 편에 서본 적 없는 사람은 어떤 조언이 본질적이고, 어떤 조언이 소음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경력은 계속 쌓여가는데 반해, 초심자를 계속해서 마주하는 일이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지식이 늘어날수록 설명은 더 쉬워져야 한다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진 두 목표가 동시에 요구되기도 했다.


그만큼 실무자의 길과 멘토의 길은 결이 완전히 다르다. 두 결을 모두 갖춘 사람은 드물고, 이것이 이 분야가 오랫동안 겪어온 고질적 구조라고 생각한다.



북두칠성을 그리는 일과 찾는 일


이 지점에서 나는 자주 ‘북두칠성을 그릴 줄 아는 능력’과 ‘하늘에서 실제로 찾을 줄 아는 능력’의 차이를 떠올린다. 책상 위 종이에 북두칠성을 얼추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별자리에 대한 이해를 이미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밝은 조명 아래에서 참고 이미지를 보며 논리적으로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수많은 별들 가운데 그 별자리를 찾는 일은 전혀 다른 능력이다. 방향 감각, 거리감, 밝기의 차이를 헤아릴 줄 아는 식별력, 도시의 빛 공해, 구름의 흐름 등 모든 것이 실전의 감각이다. 앎이 아니라, 읽어내는 능력이다.

멘토링은 바로 이 간극을 건너게 한다. 머릿속에만 머물던 지식이 실제 사람의 삶과 맞닿는 순간, ‘그린다’는 능력은 ‘찾는다’는 능력으로 서서히 변환된다. 그 감각은 실무에도 깊게 영향을 미친다. 설명하려고 이해가 깊어지고, 깊어진 이해는 결국 실무적 판단력까지 정교하게 만든다.



밤하늘의 북두칠성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것을 보는 내 눈은 시간이 흐르며 계속 달라졌다. 그릴 줄 아는 데서 찾을 줄 아는 쪽으로 건너가는 이 미묘한 변화는, 결국 내가 또 다른 차원으로 성장했음을 조용히 알려주는 신호다. 멘토링은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밤하늘을 다시 보게 하는 의식이고, 그 순간마다 나는 다시금 내가 지닌 별자리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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