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도 자랑 나름이다
대기업이란 곳은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매력 아닌 매력이 있다. 드라마 때문 같지만, 사원증 목걸이부터 출근길 엘리베이터 타워 로비에 붙은 거대한 로고는 물론, 한겨울 늦은 밤까지 켜진 사무실 불빛조차도, 특히 취준생들은 묘한 기대와 긴장을 동시에 품는다.
누군가는 말한다. 대기업은 안전하고, 체계적이며, 배울 것이 많다고. 또 누군가는 그저 답답하고, 윗사람 눈치만 보는 곳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평가든 그 안에 들어가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이런 거대한 조직은 어떤 사람을 뽑고 싶어 할까? 그리고 나는 그 틀 안에서 어떻게 나를 증명해야 할까?
자기소개서, 흔히 말하는 ‘자소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많은 원리나 노하우가 있겠지만 내가 즐겨 쓰는 표현은 한 마디로 “기-승-전-회사” 혹은 “기-승-전-직무”라는 것에 있다. 특수만 목적을 가진 일종의 수필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목적은 매우 분명하다. 글에서는 반드시 “그래서 나는 이 회사, 이 직무에 가장 적합한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혹은 직접적으로 면접관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필수다. 이 명확한 귀결이 이뤄져야만 자소서다운 글로 비칠 수 있다.
이런 구조는 읽는 사람에게 회사에 대한 로열티, 즉 헌신적인 태도와 조직 적합성을 '문장 너머의 정서'로 전달하게 만든다. 특히 대기업, 공기업, 전통 산업군의 경우, 이런 로열티가 은근히 중요한 메시지로 작용한다. 사실 로열티는 작은 회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냐하면 채용 자체도 비용이기에 금방 나가지 않았음 하는 마음은 어디나 똑같기에.
그러나 이 지점에서 흔히 벌어지는 오해가 있다. 로열티를 '맹목적인 복종'으로 해석하는 순간, 자소서의 진정성은 쉽게 무너지고 만다. 충성심을 증명하려 애쓰는 자기 비하적 서술은 독자에게 신뢰감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불안감을 남긴다. 그렇다면 과하지 않게, 동시에 설득력 있게 나를 어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서부터 진짜 자기소개서의 핵심이 드러난다.
사실 자소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말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라, 나의 ‘역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조직이 사람을 평가할 때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역량’이라고 답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오히려 맞다. 하지만 조직, 특히 규모가 큰 조직일수록 절대 능력치보다는 ‘조직에 어떤 방식으로 이로울 수 있는가’를 더 중시한다. 단순히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이 조차도 역량이라면 역량이지만, 역량만을 어필해서 이걸 전달하기 참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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