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실무와 학문 사이, UX 대학원 진학은 어떤 의미일까?

나중에 10년을 돌이켜 언젠가 석사도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현재 27살 UXer로, 스타트업에서 1년 반 정도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거의 1인 디자이너(D)로 근무하면서 웹/앱 디자인(d)부터 기획, 리서치까지 전반적인 UX 프로세스를 경험했어요. 빠르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지만, 동시에 체계적인 프로세스 없이 일하다 보니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UX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특히 리서치나 정보 설계 같은 영역에서 실력을 쌓고 싶은데, 현업에서는 깊이 있는 학습이나 멘토링이 어렵더라고요. 최근엔 멘토님 책도 읽으면서 HCI 기반의 UX 대학원 진학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학원을 다녀도 실무에 바로 도움이 되는지, 오히려 그 시간에 다양한 기업에서 인턴이나 경력을 쌓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은 아닌지 갈등이 큽니다.

UX 실무자로서, 멘토님은 대학원 진학이 어느 시점에, 어떤 사람에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처럼 경력이 짧은 상태에서 학문으로 방향을 트는 게 괜찮을지, 아니면 실무를 더 쌓고 가는 게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 스타트업에서 1인 디자이너(D)로 1년 반 동안 실무를 경험하셨고 UX 리서치와 정보 설계 등 보다 체계적인 학습을 위해 HCI 기반의 UX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으시군요. 실무 경험이 짧은 지금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괜찮은 선택인지, 혹은 경력을 더 쌓은 후 진학하는 것이 나은지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계시네요.




실무경험의 가치와 한계


저는 멘티님처럼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경험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1인 디자이너(D)로서 UX 프로세스를 전반적으로 경험하신 건 결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체계나 멘토링의 부족으로 인해 갈증을 느끼신 것도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저 역시도 대학원에 오기 전까지는 실무에서의 한계와 아쉬움을 많이 느꼈고, 그래서 풀타임 석사를 통해 HCI 기반의 이론과 방법론을 보완하는 길을 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정답은 아닙니다.


UX는 실무 기반의 실용 학문이기 때문에 ‘현장감’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이론적인 학습이나 논문적 깊이보다는 실제 사용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훨씬 크기 때문에, 실무 경험은 언제나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특히 대학원에서도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교수님조차도 인정할 만큼 강점으로 작용하곤 했습니다.



대학원 진학의 의의와 주의점


UX 대학원은 단순히 학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소위 이 바닥(HCI 분야)이라는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는 기점이 되기도 합니다. 연구실, 교수, 프로젝트 등에서 얻게 되는 인적 네트워크나 산학 연계 경험은 실무에 버금가는 무형의 자산이 될 수 있지요.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진짜 UX에 진심인 경우’에 해당됩니다.


반면, 단지 실무의 부족함을 채우는 수단으로써 대학원을 고려하고 있다면 섣부른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학원이라는 공간은 꽤나 학술적이며 때로는 현실 UX와 동떨어진 이상적인 탐색을 요구하기도 하거든요. 특히 졸업논문이라는 산은 결코 작지 않으며, 그 과정을 소화해 내기 위해선 꽤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멘티님처럼 경력이 짧은 상황이라면 현실 UX와의 간극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음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원 그 자체가 아니라, 대학원 취학의 이유와 목표를 명확히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에 따라 나에게 맞는 학교, 연구실, 학풍 등을 선택할 기준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학원 그 자체로는 어떠한 의미부여도 함부로 하지 않으셨음 합니다.



실무를 통한 방향성 정립


저는 되도록이면 지금 시점에서는 실무를 더 경험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UX라는 분야 자체가 워낙 다양하고 포지션도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방식의 UXer가 되고 싶은지 더 분명해질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GUI 중심의 디자인, 서비스 기획 기반의 UX, 리서치 특화형 UX 등 여러 형태가 있고, 이를 직접 겪어보기 전엔 스스로의 적합성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실무 경험이 풍부할수록 대학원에서 배우는 내용도 체화되는 깊이가 달라집니다. 이론을 그냥 외우는 게 아니라, 실무에서 겪었던 문제와 연결해 통찰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죠. 흡수력의 차이는 졸업시점 역량의 차이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답니다. 같은 인풋에도 다른 아웃풋이 나오는 것이죠.


물론, 지금도 이미 UX에 진심이고 리서치나 정보 구조 설계에 명확한 갈증이 있으시다면, 실무와 병행 가능한 형태의 대학원(야간, 온라인, 주말 중심 등)을 고려해 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현재의 실무를 조금 더 이어가며 방향성을 구체화한 뒤, 그에 맞는 학문적 필요가 생겼을 때 진학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석사란 것이 급하게 필요한 이력은 아니기 때문이죠.



UX 커리어 설계의 현실성


현업에서는 UXer를 채용할 때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큽니다. 그래서 신입보다도 경력자나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이는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해도 예외가 아닙니다. 따라서 대학원 진학이 ‘UX 커리어 전환을 위한 카드’로 쓰이려면 실무와의 연계성이 확실해야 하며, 산학 프로젝트나 인턴십 같은 실질적 경험을 포함하고 있어야 실효성이 큽니다. 그러지 않으면 석사 학위는 오히려 커리어의 텀(gap)으로 비칠 수 있는 양면성도 가집니다.


지금처럼 실무에서 리서치나 설계 역량을 기르기 어렵다고 느껴질 때는, 분야 특화 에이전시나 리서치 중심 조직으로의 이직도 진지하게 고려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때로는 직무나 조직 이동만으로도 대학원 이상의 실전 경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멘티님의 고민은 단순히 ‘대학원을 갈까 말까’라는 선택지 그 자체보다는, 지금의 UX 커리어를 어떤 방식으로 성장시키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실무 경험은 아주 훌륭한 밑거름이고, 그 위에 무엇을 더할지는 본인의 관심사, 목표, 리소스(시간·비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럼에도 제가 감히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이렇습니다. 아직 커리어 초반인 지금은 학문보다는 경험이 더 많은 답을 줍니다. 빠르게 다양한 UX 경험을 통해 본인의 롤모델을 발견하고, 필요할 때 학문이라는 무기를 들이밀어도 늦지 않습니다.


언젠가 멘티님이 UX라는 분야에서 더 단단해진 모습을 뵐 수 있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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