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천문학을 전공하고 올해 졸업한 25살 취준생입니다. 별과 우주를 좋아해서 전공까지 선택했지만, 학부 중반쯤부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사람의 문제를 탐구하고, 그걸 해결하는 일’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여러 분야를 알아보다 UX를 접하게 되었고, “이거다” 싶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고민은 지금부터입니다. 저는 디자인(d)도 몰랐고, Figma 같은 툴은 졸업하고 나서야 처음 접했어요. 포트폴리오도 이제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지만, 제 전공과 너무 동떨어진 이력이라 과연 채용자 입장에서 제가 설득력 있는 지원자일 수 있을지 걱정이 큽니다.
특히 요즘은 “내가 이쪽으로 진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늦은 선택은 아닐까?”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어요. 멘토님은 UX 분야에서 ‘전공이 달라도 괜찮다’는 말이 진짜 현실적인 얘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게는 천문학이라는 특이한 배경이 오히려 ‘비논리적인 UX 준비자’로 비춰질까 두렵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 전공이 UX에서 강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녹여야 좋을지도 너무 궁금해요.
멘토님의 글 중에 “UX는 결국 복잡도와의 전면전”이라는 표현을 보고, 저도 언젠간 그 복잡함을 해석하는 UXer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천문학 출신 UX 지망생의 길,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 질문을 요약하자면, 천문학이라는 전공이 UX 분야와 너무 거리가 있어 보여 진입 자체가 이상하게 보일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라 보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UX는 애시당초 특정 전공만을 요구하지 않으며 오히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분야입니다. 실제로도 디자인(d), 인문학, 공학 등 다방면의 전공자들이 UX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심리학, 기계공학, 경영, 국문학 등 아주 다양한 전공자들이 UXer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UX라는 분야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사용자 중심의 사고, 논리적인 구조화 등 ‘사고의 방식’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을 전공하며 기른 분석적 사고와 복잡한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능력은 UX 분야에서도 매우 유용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이걸 자산삼아 잘 설득하시는 게 핵심입니다. 결국 전공은 출발선에 불과하며, 이후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영역입니다.
하지만 전공이 비연관 분야일 경우, 실무 경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UX는 이론보다 실무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분야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가급적 빠르게 실무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짧은 인턴십이나 계약직, 스타트업에서의 프로젝트 참여라도 좋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해당 경험을 통해 사용자 중심 사고, 문제정의, 프로세스 등의 관점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풀어갔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UX 관련 학원, 부트캠프, 온라인 과정 등을 통해 방법론이나 툴(Figma 등)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곧 실무감각을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UX 포트폴리오용 프로젝트가 아닌, 실질적인 사용자 니즈를 고려한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차별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천문학 전공자만이 갖는 고유한 시각과 논리성은 UX 분야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데이터 분석 기반 UX 리서치, 복잡한 시스템의 설계나 모델링, 혹은 대용량 정보 시각화 등의 업무에 특화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전공을 ‘버리는’ 접근보다는, ‘이식’하고 ‘융합’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합니다.
현업에서는 오히려 이런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천문학 전공자인 내가 UX를 하겠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일까?”보다는 “천문학 전공자이기에 할 수 있는 UX는 무엇일까?”라는 관점 전환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인터페이스나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B2B 기업, 공공정보 플랫폼 등에서는 천문학적 배경이 오히려 높은 이해도와 설계력을 뒷받침해줄 수도 있습니다.
아예 천문학 장비 관련 B2B 업체나 천문학 언저리의 과학 관련 서비스나 제품을 다루는 곳과의 궁합은 그렇지 않은 전공자보다 훨씬 메리트 있는 지원자로 돋보이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따라서 세부 직무에 대한 탐색에는 반드시 도메인에 대한 고민도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도 포인트입니다.
준비는 철저히, 실행은 과감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UX라는 분야는 전공을 정해서 공부하듯이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더 준비하고 나서 움직이자”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실무에서 겪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공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UX 분야는 어떤 의미에선 ‘탐색의 영역’이기도 해서, 직접 경험하면서 그 길을 구체화해 나가야 합니다. 가령 UX 리서치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고, 정보설계에 강점을 느낄 수도 있으며, 또는 인터페이스 그래픽 디자인(d)에 매력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다보면 달라질 수도 있기에 지금은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해야 할 시기입니다.
UX 포트폴리오는 대체로 필수입니다. 반드시 대단한 결과물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문제정의와 프로세스 중심의 사고, 사용자 중심 설계, 반복적인 개선 노력 등이 잘 드러나야 의미가 있습니다. 천문학 전공이라는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컨대 별자리 보는 앱의 사용성 개선을 천문학적 전문성을 겸비해서 보여준다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UX 분야는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진입장벽도 분명 존재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본인의 백그라운드를 유연하게 해석하고, 이에 맞는 역할을 잘 찾는다면 경쟁력이 됩니다. 천문학 전공이라고 해서 UX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은 지극히 편견에 가까운 시선일 뿐입니다. 만연해 있는 어떤 일반론에 의해 가스라이팅 받지 않으셨음 합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학문적 탐구심과 끈기를 자기만의 무기로 전환하면 큰 힘이 됩니다.
다만 조급해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너무 빠르게 ‘정답’을 찾으려 하다보면,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경험’을 놓치게 됩니다. UX는 경험 기반의 실무이고, 경험이 곧 실력입니다. 그래서 실전에서 본인을 던져보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본인의 일인지 비로소 감이 오게 될 겁니다.
UX디자이너가 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흥미롭고 자연스러운’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속의 갈증이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고, 그 방향으로 한 걸음씩 옮겨보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