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31살, 20대 내내 셰프로 일하다 최근 UX 분야로 커리어 전환을 결심한 취준생입니다. 식당에서 수많은 고객을 상대하면서 ‘좋은 경험이란 뭘까’를 늘 고민해 왔습니다. 맛뿐 아니라 동선, 인터랙션, 분위기까지 모두 포함된 ‘서비스 전체’를 설계하는 일이 제겐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였어요.
그러다 우연히 UX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고, “이건 디지털 세계의 셰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뉴판이 아니라 화면, 조리 순서가 아니라 사용자 플로우를 설계한다는 점에서요.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은 Figma 같은 툴을 익히고 리서치 관련 온라인 강의도 수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불안합니다. 제 커리어 전환이 너무 튀는 건 아닐까요? 면접이나 자소서에서 ‘셰프 출신’이 가진 장점이 오히려 설명되지 못하고 편견이 될까 두렵습니다. UX 포트폴리오 역시 실제 프로젝트 경험 없이 제 과거 경험을 UX 시선으로 재해석한 수준이라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멘토님이라면, 저 같은 이력의 사람에게 어떤 강점에 집중하라고 조언해 주실까요? 또 UX에서 말하는 ‘사용자 중심 사고’가 제 경험과 정말 연결될 수 있는지 확신이 필요합니다. 주방 밖으로 나온 제 도전, 가능성 있는 길일까요?
➥ 질문을 요약하면, 요리를 업으로 삼았던 셰프가 아닌 새롭게 UX 분야에 진출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그리고 어떤 접근이 적절할지 궁금하다는 고민으로 이해했습니다. 분야가 달라도 UX에 대한 진정한 흥미와 의지가 있다면 그 전환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UX가 실무 중심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공부나 자격이 아니라 '경험'을 어떻게 쌓고 표현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UX라는 분야의 특징 중 하나는 다학제성입니다. 실제로 디자인(d) 전공이 아닌 분들, 심리학이나 경영, 공학 등 전혀 다른 분야에서 넘어온 사례는 제 주변에도 정말 많습니다. 오히려 요리를 했던 경험이 UX의 본질인 사용자 중심 사고, 섬세한 관찰력, 감각적 판단 등과 접점이 많을 수 있습니다. 이미 질문에서 공통점을 잘 연결시켜 주셔서 자소서에도 이런 점을 잘 녹이면 좋겠다 느꼈습니다.
또한 UX는 단지 화면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디지털 환경뿐만 아니라 사용자와의 다채로운 인터랙션과 행동에 대한 이해는 물론 공간과 의미 등 맥락 파악 등의 역량이 중요한데, 요리는 바로 그 맥락을 해석하고 반응하는 일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요리를 하셨다는 건 결국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한 경험을 설계하고 제공했던 것입니다. 고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개선해 본 경험은 사용자 테스트나 인터뷰를 통한 UX 개선 활동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따라서 요리라는 경험 자체가 UX와 무관하다고 느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접점을 있으니 어떻게 꿰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무 경험이 없다는 불안감은 당연하지만, 오히려 '실무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면 더 빨리 감각을 익히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교육기관이나 자격 중심보다는 단기라도 실무를 접해보는 것이 전향 초기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3개월이라도 UX 관련 업무를 해볼 수 있는 스타트업이나 에이전시에서 일을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빠른 성장의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셰프도 그렇잖아요. 일단 주방에서 보조로 뭐라도 시작하면서 올라가는 것처럼, UX도 실무가 중요하기에 일단 뛰어드는 게 어쩌면 능사일 수도 있답니다. 게다가 이미 유사 경험을 하셨을 것 같기에 그러한 과정에 대한 부담이 남들보다는 적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도 해봅니다.
UX는 실제 업무와 교과서가 가장 동떨어진 분야 중 하나입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툴이나 방법론, 일의 흐름을 몸으로 익혀야 진짜 감각이 생깁니다. 그래서 책이나 수업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내가 하고 싶은 UX가 무엇인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UX 전향을 위한 실질적인 첫걸음은 실무 경험 기반의 UX 포트폴리오입니다. 꼭 대단한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요리 경험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 레스토랑 예약 프로세스 UX 개선안, 키오스크 UI 재설계 등 본인의 실제 경험과 연결된 주제를 UX 프로젝트로 재해석해보세요. 관찰, 문제정의, 아이디어 발산, 프로토타입, 피드백 등의 과정을 거친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UX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점은, 너무 ‘UX 디자인(?)’라는 타이틀 하나에 매몰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UX라는 분야는 리서처, 콘텐츠 디자이너(d), UX 라이터, 서비스 기획자, 프로덕트 디자이너(d/D) 등 다양한 역할이 존재합니다. 본인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좁혀보고, 그에 맞는 진입 포지션을 전략적으로 고민해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조심스럽지만, 서비스 기획이나 서비스 디자인 나아가 CX 분야 등과의 접점도 있으실 것으로 저는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포지션 외에도 어쩌면 멘티님의 독특한 경험과 더 매칭이 잘 되는 직무도 있을 수 있기에 남과 다른 나의 차별점을 살릴 길에 대해서도 잘 모색해 보셨음 하는 바람입니다.
UX는 매우 현실적인 분야입니다. 스펙보다는 경험, 자격보다는 설득력 있는 UX 포트폴리오가 통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요리라는 백그라운드를 UX라는 전혀 새로운 테이블 위에 어떻게 맛있게 풀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시면 됩니다. 예컨대 ‘사용자 경험을 요리하듯 디자인(D)한다’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본인의 색깔을 내세울 수도 있습니다. UX는 결국 사람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하니까요.
단언컨대, UX는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느냐보다 지금부터 어떤 경험을 만들어가느냐가 훨씬 중요한 분야입니다.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다만, ‘공부만 더 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보다는, 작더라도 현장에서 부딪히며 나만의 스토리를 쌓아가는 방식이 UX와 더 맞는 접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UX적인 사고방식을 익히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UX는 ‘사용자의 문제를 내가 해결해 주겠다’는 진심이 있어야만 버틸 수 있는 직무입니다. 이제는 사용자 경험을 요리하고 싶다고 하셨죠? 그 말에는 이미 UXer로서의 감각이 담겨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 끼의 요리를 정성껏 만들듯, 하나의 인터랙션과 한 장의 화면도 사용자 입장에서 섬세하게 고민해 보신다면, UX라는 영역은 오히려 더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준비가 조금이라도 되셨다면 조심스럽게라도 회사의 문을 두드려 보시길 바랍니다. 직접 부딪혀보면 길이 열릴 겁니다. 언제든 질문 주셔도 좋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