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UX 리서치 결과, 팀과 안 맞을 때?

리서치보다 어려운 건 설득입니다

by UX민수 ㅡ 변민수
UX 리서처로 인턴을 경험한 졸업 예정인 학생입니다. 리서치 후 인사이트를 정리했는데, 이를 공유하는 자리에서 기획자와 디자이너(d)가 “우리가 기대했던 방향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사용자의 진짜 목소리를 담은 결과인데 왜 이렇게 반응하는 걸까요? 제가 뭔가 잘못했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설득하고 조율해야 할지 걱정되는 마음에 조언 부탁드립니다.


➥ UX 리서처로서 인턴 중 진행한 사용자 리서치 결과가 기획자나 디자이너(d)의 기대와 달라 부정적인 반응을 받으셨군요. 특히 “사용자의 진짜 목소리”를 담은 결과인데도 이런 반응이 나온 이유가 혼란스러우실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는 의사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이 죽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모든 일에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요소가 있는데, 이런 점을 실제로 접하고 놀라신 게 아닌가 싶네요. 꼰대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통과의례라 여기시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현실적인 이야기를 조금 드려볼까 합니다.


결론적으로 때론 리서치의 ‘정확성’보다는 ‘조직과의 방향성’이 더 우선시된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 같네요. UX라는 직무는 늘 사용자와 조직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간극이 매우 크고, 때로는 이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조직에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리서치를 잘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겠네요.




현업에서의 리서치 수용성


실무에서 UX 리서치 결과가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대기업이나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힌 환경에서는, 이미 내부적으로 방향이 정해진 상태에서 UX 리서치를 병렬적으로 진행하는 경우 또한 많습니다. 교과서적으론 말이 되질 않지만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정말 많답니다.


이럴 때 리서치가 그 방향을 정당화해 주면 좋은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반대로 부정하거나 다른 길을 제시하면 “우리가 기대했던 방향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오기 쉽습니다. 일을 어렵게 해 나아가야 하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고, 시간과 비용마저 추가로 발생한다면 회사의 순리 상 묵살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 산학 프로젝트 중에 ‘사용자 피드백이 명확히 경영진의 구상과 반대되는 결과’를 내놓았을 때, 실무자들이 그 결과를 축소하거나 무시하려는 분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는 리서처의 역량 문제도, 조직의 UX 성숙도의 문제와도 다른 무언가입니다. 바로 조직의 ‘리서치 수용성’입니다.



설득과 조율의 기술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설득하고 조율할 수 있을까요? 우선 UX 리서치 결과를 단순히 ‘사용자 의견’으로만 제시하는 대신, 그 의견이 비즈니스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같이 풀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이 A를 선호한다”는 결과만 던지기보다는, “A를 선택했을 때 비즈니스 위험 요소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어떤 기회가 생기는지”를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즉, 사용자 관점과 비즈니스 관점을 ‘병치’해서 결과를 해석해 주는 것이 설득의 핵심입니다. 잘못된 게 아니라 어떤 기회 요인이 있는지를 일깨우는 과정인 것이죠.

또한, 결과 공유 자리에선 처음부터 모든 데이터를 한 번에 내놓기보다, 주요 스토리라인을 설계해 점진적으로 논리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하면 상대가 거부감을 느끼기 전에 ‘공감대’부터 형성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명료한 만큼 사람을 딱딱하게 만들 수 있어 이를 부드럽게 풀어줄 스토리는 정말 중요한 설득의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조직과의 방향성 맞추기


또 UX 리서치에 착수하기 전, 조사 목적과 기대하는 산출물을 팀과 충분히 합의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즉,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에 대한 사전 알림이라고 할까요? 이를 ‘alignment meeting’ 등으로 부를 수 있겠는데, 이 단계에서 방향 합의를 잘해놓으면 나중에 “기대와 다르다”는 반응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리서치 부서가 따로 있는 경우 독립성으로 인해 실무 부서에서 인지하지도 않았던 리서치와 결과가 갑작스럽게 공유되면 반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어떻게 보면 실제 프로덕션에는 관여하지 않으면서 딴지만 거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거든요. 설령 그 이야기가 모두 맞는 이야기일지라도 말이죠.


특히 인턴이나 주니어 시절에는 조사 설계 전에 기획자·디자이너·PM과의 사전 조율을 통해,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설이나 비즈니스 목표를 반드시 파악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결과가 달라도 대화의 장이 열리고, ‘방향성 충돌’이 아니라 ‘해석 차이’로 풀 수 있습니다.



다음 스텝에 관하여


이번 경험은 오히려 UX 리서처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의견이 아무리 진실해도, 그것을 조직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역량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UX 리서치 결과를 ‘팩트’와 ‘인사이트’, 그리고 ‘비즈니스 연결점’ 세 가지로 구분해 전달하는 연습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이 구조를 따르면, 팀은 팩트를 무조건 부정하기 어렵고, 인사이트와 연결점에 대해 어느 정도는 토론의 여지를 열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다고 해서 설득력이 무조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의 리서치 수용성을 자꾸 건드려가며 가능성을 높이는 활동은 리서치 그 자체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일니다.


마지막으로, 리서치 결과를 제시할 때 ‘이게 맞다’보다는 ‘이렇게 볼 수도 있다’와 같은 어조로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의 방어심리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장점과 단점을 적절히 섞여서 설명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러한 것은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숙성되는 소프트스킬일 테니, 부지런히 여러 상황에 스스로는 내던지고 시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멘티님, 멘티님께서 무엇을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사용자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담아낸 것은 UX 리서처로서 중요한 기본기를 갖췄다는 좋은 증거가 될 것입니다. 다만, 현업에서는 그 목소리를 ‘어떻게 전달하고 녹여내는지’가 결과의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리서치 결과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전략을 익히신다면, 앞으로 어떤 팀과도 더 매끄럽게 협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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