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지방 사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26살 취업 준비생입니다. 작년 말 졸업 후 계속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과 ‘지금 당장 갈 수 있는 회사’ 사이에서 계속 갈팡질팡하고 있어요.
광고/브랜드 마케팅 쪽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어서 관련 자격증도 준비하고 공모전이나 인턴도 찾아봤지만, 현실적으로는 경력자 우대가 많고 신입 TO도 너무 적더라고요. 반면 일반 사무직, 물류, 영업관리처럼 바로 지원 가능한 분야들도 있어서 요즘은 "일단 입사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멘토님께선 커리어의 시작점에서 ‘원하는 분야를 고집하는 것’과 ‘일단 어디든 입사해서 시작하는 것’ 중 어떤 선택이 더 낫다고 보시나요? 그리고 혹시 첫 회사에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택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지도 궁금합니다.
멘토님 글을 읽으면서 진심 어린 조언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질문을 요약하면, 광고/브랜드 마케팅이라는 ‘하고 싶은 일’과 일반 사무직 등 ‘지금 당장 갈 수 있는 회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우선해야 할지, 그리고 첫 직장을 고를 때 어떤 기준을 가져야 후회하지 않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보입니다.
아주 현실적인 고민이며, 저 역시도 같은 갈림길 앞에서 수차례 망설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래에 제 경험과 조언을 담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먼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실무 경험이 주는 감각은 학생 시절의 공부나 대외활동, 자격증 준비로는 결코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마케팅이든 UX든, 실제 조직에 소속되어 일을 해봐야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어떤 일인지, 그리고 ‘정말 이 일이 나와 맞는 일인지’를 정확히 체감할 수 있습니다.
광고나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분야가 멋있고 창의적인 느낌이 강해 보여도, 현실에서는 예산 관리나 실적 보고처럼 굉장히 숫자 중심의 업무 비중이 클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물류, 영업관리, 일반 사무직이라고 해서 전부 단순 반복 업무일 거라는 편견 역시 현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고 싶은 일’이라는 감정이 아주 구체적이지 않다면,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라도 실무를 경험해 보시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알 수 있거든요. 3개월, 혹은 6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작은 회사나 계약직, 인턴을 통해 실무를 직접 겪어본다면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맞는지 훨씬 명확해질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는 말에 너무 얽매이지만, 제 경험상 첫 직장이 인생을 결정짓는 유일한 변수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첫 단추’보다 중요한 건 그다음 단추들을 어떻게 꿰느냐였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하고 싶던 일이 아닌 모바일 앱 기획 일을 하게 되었지만, 그 경험을 밑거름 삼아 UX 분야로 넘어오게 되었고, 지금은 대기업 UX팀에서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습니다.
직무 간 전환은 물론 조직 간 이동도 가능한 시대입니다. 특히 마케팅이나 UX처럼 넓은 범주의 직무는, ‘경력의 쌓임’이 중요한 분야라서, 직무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차후 전환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기회가 마련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UX 분야로 넘어온 분들이 제법 있다는 것입니다.
즉, 처음부터 광고 마케팅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은 스스로를 좁히는 일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경로를 통해 그쪽에 접근하는 전략을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길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때문에 속단해선 안됩니다. 열어둬야 하는 이유죠.
첫 회사를 선택할 때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제게 가장 중요했던 두 가지는 ‘배울 것이 있느냐’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괜찮은가’였습니다. 연봉, 복지, 위치보다 더 중요했던 건 그 조직에서 내가 ‘경험의 밀도’를 쌓을 수 있느냐는 점이었어요. 초반 경력이 부실한 점이 있었기에 이러한 기준을 두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사무직이어도 마케팅팀과 협업이 잦은 부서일 수 있고, 물류 담당이더라도 브랜드 전략과 맞물리는 고객경험 개선 프로젝트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서라면 ‘하고 싶은 일’과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 셈이지요.
또한 팀 분위기나 상사의 스타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업무보다 더 중요한 요소일 수 있기 때문에, 면접 등에서 최대한 그 조직의 문화를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외부에서는 알 수 없기에 현업 멘토와 멘토링을 하거나 현직자와의 커피챗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도 그래서 중요합니다.
질문 중에 ‘일단 입사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는데요, 이건 도피나 패배가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물론 아무 데나 입사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의 답답함이나 초조함이 길어지면 자기 확신도 줄어들고, 자기소개서 한 줄 쓰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지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첫 경험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역시 처음엔 ‘마지못해 들어간 회사’라고 생각했던 곳이었지만, 그 안에서의 작고 우연한 기회들이 진로의 방향을 바꾸게 해 주었습니다. 버릴 경험은 없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면 되기에 겁을 먹기보단 나를 믿고 뛰어드는 과감함도 필요합니다. 물론 실행은 참 쉽지 않긴 합니다.
만약 그 첫 경험이 아닌 게 확실하다면, 다시 나와서 준비하면 됩니다. 이렇게 가볍게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꼬리표 같은 게 붙지도 않습니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이직도 훨씬 자유롭고, 1~2년 경력자 TO가 훨씬 많은 만큼 ‘경험 있는 신입’으로 훨씬 더 유리한 포지션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분야로 곧장 들어갈 수 없다면, ‘커리어의 길목’에 있는 직무나 조직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그와 가까운 소비재 회사의 MD, CRM, 혹은 내부 마케팅 지원 조직 등을 노려보는 전략적 접근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형화된 루트만이 길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정답이 아닌 ‘지름길’을 찾는다는 생각보다는, ‘연결 가능한 다리’를 놓아간다는 생각으로 임해 보세요. 회사들이 신입에게 바라는 건 ‘완성된 전문가’가 아니라, ‘배움에 대한 태도와 경험의 가능성’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마음을 너무 부정하지 마세요. 누구나 갈팡질팡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우연히 얻게 되는 작은 기회들이 결국 내가 진짜 원하는 길로 이끌어주더라고요.
혹시 더 구체적인 상황이나 지원하려는 직무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포지션별 현실적인 전략도 함께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겠지만, 그 또한 성장의 시간이라는 점 잊지 마시고 꼭 원하는 길을 찾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