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멘토님은 UX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비유가 때론 정의보다 유용하다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이제 막 UX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한 24살 학생입니다. 수업이나 책을 통해 UX가 ‘사용자 경험’이라는 건 알겠지만, 정의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느껴져서 혼란스러워요. 어떤 분은 화면 설계를 중심으로 설명하시고, 또 어떤 분은 리서치나 서비스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멘토님께서는 현업에서 직접 UX를 경험하시면서 UX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또 실제로 UXer가 일할 때 어디까지를 UX의 범위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멘토님께서 생각하시는 UX의 핵심 키워드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 기본적이고 도발적이며,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을 주셨네요. UX가 ‘사용자 경험’이라는 단어로 정의되는 순간부터 오히려 그 안에 포함된 의미들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 성격을 지니게 됩니다. 그래서 비판의 시각이 일부 있지만, 저는 정의를 하나로 한정하기보다는 다양하게 비유하거나 관점을 달리해 표현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책에서는 UX를 두 가지 비유로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또 하나는 ‘라떼와 카푸치노의 차이’입니다. 두 비유는 UX의 본질과 그것을 실천하는 태도를 이해하는 데 꽤 유용한 관점을 제시해 줍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후자, 즉 커피의 미묘한 차이에서 UX 직무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좀 더 깊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UX 직무의 미묘한 비율 차이


라떼와 카푸치노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커피와 우유를 사용한다는 점에선 같지만, 우유 거품의 비율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차이뿐입니다. 이 비율 차이의 결과로 전혀 다른 음료가 되는 것이죠. 저는 이런 미묘한 차이를 UX 직무에 그대로 비유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리서치 중심의 UX와 기획 중심의 UX, 또는 UI에 가까운 UX 역할은 구성 비율만 달라졌을 뿐, 기본 재료는 동일합니다. 결국 모든 UX 직무는 '사용자의 경험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 구성 요소의 배합이 어떤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느냐에 따라 역할과 기대가 달라지는 것뿐입니다.


실제로 실무에서 UXer의 역할은 회사마다, 심지어는 조직 내에서도 다릅니다. 어떤 곳은 리서치 업무의 비중이 크고, 어떤 곳은 인터페이스 설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또 어떤 경우는 서비스 기획과 운영까지 포함하기도 합니다. 그 비율은 프로젝트의 성격, 조직의 구조, 심지어는 팀장의 철학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고, 이 비율의 조합이 바로 ‘그 조직의 UX’가 됩니다.


따라서 저는 ‘UXer는 어떤 일을 하나요?’라는 질문보다 ‘이 조직의 UX는 어떤 조합의 일을 요구하나요?’라는 질문이 더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한다고 봅니다. 물론 실무자로서 당황스럽긴 똑같습니다. 그리고 그 답변은 여전히 모호하긴 할 것입니다. 그래도 훨씬 유용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묘하지만 강한 영향력을 가진 요소들


여기에 더해 저는 종종 ‘시나몬 카푸치노’의 시나몬에 대해 이야기하곤 합니다. 커피의 주재료는 아니지만, 그 위에 살짝 뿌려진 시나몬 한 꼬집이 향 전체를 지배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UX에서도 이와 같은 작지만 결정적인 요소가 존재합니다. 사용자가 눌러보지도 않을 수 있는 도움말 문구, 실패했을 때 보여주는 에러 메시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인지조차 못하는 전환 애니메이션 같은 요소들이 그것입니다.


이런 요소들은 기능적 목적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사용자의 감정과 경험에 매우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우리는 때때로 아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소한 결정이 사용자 전체의 평가를 바꿔놓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이런 결정은 경험과 감각, 그리고 디테일을 보는 ‘안목’에서 비롯되며, 저는 이것이 UXer의 진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다 보고 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을 요구받는 역할인 셈이죠. 단순히 퍼소나를 만들고 저니맵을 작성하는 것을 넘어, 그런 디테일 속의 본질을 발견하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UX의 깊이를 결정짓는 요소입니다. 시나몬 같은 작은 UX 디테일을 설계하는 안목과 기술은 실무에서 점점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AI 시대에 웬만한 일들은 대체가 될 테니, 더더욱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함의 가치는 더 높아지리라 예상합니다.



실무 속 UX 정의의 확장


이렇듯 UX는 고정된 정의나 역할에 얽매이기보다는, 다양한 맥락에서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현업에서는 'UX 디자이너(?)'라는 두루뭉수리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UI 설계, 리서치, 전략 기획, 데이터 해석,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까지 포괄하는 넓은 스펙트럼의 업무가 존재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대기업 인하우스 UX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사용자 인터뷰를 직접 설계할 때도 있고, 때로는 디자이너(d)보다는 기획자처럼 기능 흐름도를 다듬거나, 제품 오너처럼 일정과 리스크를 조율하는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게 UX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 사용자가 제품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를 책임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모든 것이 UX의 일부임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UX의 핵심 키워드


이러한 실무 경험을 통해 저는 UX의 본질을 다음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합니다. 바로 맥락, 비율, 복잡도입니다.


‘맥락’은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서비스를 쓰는지를 파악하는 관점입니다. UX는 항상 맥락을 고려해야 하며, 이는 단지 데이터를 보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정성적 통찰을 요구합니다. ‘비율’은 앞서 말한 것처럼, UX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어떤 균형으로 조합되느냐의 문제입니다. 이는 조직별로 요구되는 UX 역할의 스펙을 해석할 때 유용한 관점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복잡도’는 이 일이 다루는 핵심을 뜻합니다. 결국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그것이 복잡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보기 좋게 푸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솔루션이란 이렇듯 문제를 쉽게 만들어 와해시키는 것으로, 이를 위해 기획이, UI가, 디자인(d)이, 마케팅이, 전략이 필요하다면 그것과 연계돼 일이 진행될 뿐인 것이죠. 마치 카멜레온처럼 다채로운 색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 UXer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UX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핵심은 HCI라는 구체적인 인터랙션으로 응축해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커피처럼 익숙하지만, 재료의 미묘한 배합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료가 되듯이 UX 역시 다양한 조합의 실천으로 구현됩니다. 작은 요소들이 큰 경험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이 세계에서, 무엇을 보고 어디에 집중할지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것이 UXer로서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멘티님처럼 UX를 처음 접하며 개념을 고민하는 단계에서 이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어떤 정의를 외우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이며 본인의 시선을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UX는 정의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실천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또 궁금한 점이 있다면 편하게 질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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