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아도 UX 디자이너(?) 가능?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저는 심리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25살입니다. 전공 수업 중 ‘인지심리학’을 들으며 사람의 사고 과정이나 선택 행동에 깊은 흥미를 느꼈고, 이후 UX라는 분야를 알게 되어 진지하게 커리어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UX 관련 서적을 읽고 Figma 등 툴을 독학하며 간단한 프로젝트를 개인적으로 진행해보고 있어요. 최근엔 여러 책과 강의도 접하면서, 더 깊이 이 분야를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인 건 ‘비전공자’라는 점이에요. 시각적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이 분야에서 디자인(d) 감각과 배경지식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학원을 다녀야 할지, 대학원 진학이 좋을지, 아니면 인턴부터 경험을 쌓는 게 맞을지 갈피를 못 잡고 있어요. 비전공자가 UXer 커리어 전환을 할 때 가장 현실적인 시작점은 어디일까요? 그리고 어떤 점을 강점으로 키워야 경쟁력이 있을까요? 도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질문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마도 멘티님이 말하는 ‘디자인’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시각적 결과물 중심의 ‘디자인(d)’에 가깝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것에 대해 먼저 살펴보죠.




디자인(D)과 디자인(d)의 구분


예쁜 화면, 세련된 UI, 툴 사용 능력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UX라는 분야에서는 ‘디자인(D)’의 개념이 훨씬 중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D)은 문제를 정의하고, 사용자 행동을 관찰하며, 적절한 해결책을 설계하는 사고방식이자 과정 중심의 접근을 뜻합니다. 이 모든 게 디자인이기 때문에 구분하기 위해 나눈 것이죠.


심리학이라는 전공은 바로 이 디자인(D)에 상당히 가깝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인지과정을 탐구하며, 선택 행동을 분석하는 일은 모두 UX의 핵심과 깊은 맞닿음이 있습니다. 즉, 디자인(d)은 툴과 시각적 감각에 관한 것이고, 디자인(D)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결 방식에 관한 것으로 얼추 요약 가능합니다.


UXer는 둘 모두를 다루긴 하지만, 전문성이란 어느 한쪽의 성향에 무게중심을 두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비전공자의 관점에서 디자인(D)에 대한 이해가 깊다면, UX라는 드넓은 숲에서 더 멀리 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비전공자란 가스라이팅


UX에 관심을 갖고 커리어를 탐색하다 보면 ‘디자인(d)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리하다’, ‘시각적 감각이 떨어져서 UX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말들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도 “나는 비전공자니까 안 될 거야”라고 내면화하게 되는 겁니다. 이건 일종의 가스라이팅입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비전공자’라는 이유만으로 UX 분야에 적합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분위기 말이죠.


정확히 말하자면, UX 분야에서 요구되는 시각적 감각은 전체 역량 중 부분입니다. 물론 프로덕트 디자이너처럼 UI까지 폭넓게 다루는 포지션이라면 디자인 툴 사용 능력이나 화면 구성 감각이 분명 중요하지만, 그것이 UX 업무의 본질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사용자를 이해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그 흐름 속에서 적절한 해결을 제시하는 사고 구조, 이게 UX 업무의 중심축입니다. 이 부분은 시각디자인 전공 여부와 무관하게 훈련을 통해 누구나 갖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전공자’라는 말에 스스로 주눅 들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현업에서도 시각디자인 전공자가 UX에 부적응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인문사회, 심리학, 공학 배경을 가진 분들이 훨씬 탁월한 UX 기획자로 자리 잡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느냐, 그리고 그 정의가 나를 앞으로 끌고 가는 힘이 되느냐입니다.


UX에 있어서 중요한 건 감각이 아니라 감도입니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화면을 만드는 감각보다, 사용자가 무엇을 불편해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직관적으로 포착하는 감도가 더 중요합니다. 이 감도는 전공이 아니라 경험과 관찰, 그리고 끊임없는 반복 학습에서 나옵니다. 비전공자라고 해서 불리하다는 말은 구조적인 진실이라기보다는, 준비가 덜 된 사람들에게 던져지는 일종의 회피성 레토릭일 뿐입니다.


따라서 ‘비전공자’라는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보완해야 할 약점으로 보지 마세요. 오히려 그 안에서 어떤 관점을 가져갈 수 있는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결국 UX는 관점의 싸움이기 때문에, 본인의 배경이 다르다는 사실은 역으로 강력한 차별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감각’과 다르게 ‘감도’는 훈련이 가능합니다. 그 점을 잊지 마세요.



목표 지향적인 준비의 균형 감각


다만 요즘처럼 '프로덕트 디자이너(Product Designer)'의 역할이 수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흐름에서는, 디자인(d)과 디자인(D)을 모두 겸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단순히 사용자의 흐름이나 사고 구조를 설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인터페이스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디테일을 다듬는 일까지도 역할로 포함해서 요구하는 경우죠.


이럴 경우 디자인(d)에 대한 역량 강화는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UI 수준의 퀄리티가 곧 사용자 경험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팀 내에서 시각적 결과물을 직접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생산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지향하는 UX 역할이 ‘프로덕트 디자이너’에 가깝다면, 디자인 툴 활용 능력이나 시각적 언어에 대한 이해, 화면 구성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려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역점과 무게중심이 어디에 놓여 있는 역할인가를 먼저 분명히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시니어 UXer로 갈수록 문제 정의와 사용자 설계에 집중하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초기 스타트업처럼 리소스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시각디자인을 포함한 모든 걸 혼자 수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UX=무조건 디자인(d) 스킬이 있어야 한다’는 일반화는 피해야 하며, 내가 하게 될 UX의 실체와 기대 역할을 냉정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UX 분야로의 진입에 있어 “더 공부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결국 “내가 어디까지 가고 싶은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입문해서 실무 경험을 쌓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UX 리서치 전문 조직이나 대기업 UX 실에서의 커리어를 목표로 하는지에 따라 준비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만의 디자인(D) 정체성 찾기


UX는 정답이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때문에 자신만의 문제 정의 방식, 사고의 구조, 협업하는 태도, 사용자에 대한 관찰력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직무입니다. UX 포트폴리오 역시 단순히 ‘잘 만든 결과물’보다도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때 디자인(D)의 태도가 명확한 사람이 가장 돋보입니다.


비전공자라는 점은 무조건적인 약점이 아니라, 차별화된 강점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셨음 합니다. 전공자가 UX를 ‘디자인(D)의 연장’으로 이해할 때, 멘티님은 UX를 ‘사람을 이해하는 관점’으로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적 사고, 실험 설계 능력, 데이터 해석력은 충분히 강력한 무기입니다. 이를 UX라는 문법으로 잘 풀어낼 수 있다면, 경쟁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디자인(d)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UX에 진입할 수 있을까 망설이는 질문은, 사실 디자인(D)과 디자인(d)을 혼동할 때 자주 생깁니다. UX는 툴과 감각의 싸움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의 훈련입니다. 단, ‘프로덕트 디자이너’처럼 d와 D의 양쪽 역량을 동시에 요구하는 역할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방향으로 준비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지금처럼 개인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툴을 익히며, UX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 행보 자체가 이미 훌륭한 시작입니다. 필요하다면 저도 그 길을 조금 더 함께 고민해 드릴게요. 조급해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차근차근, 자신만의 디자인(D)을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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