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더라도 다시, 더 단단하게 회복하는 커리어의 근육을 위해
안녕하세요. 저는 UXer 2년 차 직장인입니다. 현재 스타트업에서 혼자 UX 전반을 담당하며 일하고 있는데, 실무자 간 피드백이나 체계적인 성장 구조가 없어 역량 향상에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멘토님은 실무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UX 스킬을 점검하고 발전시키셨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다양한 직군과 협업하며 얻는 인사이트를 어떻게 자기 성장을 위해 정리하고 활용하셨는지도 듣고 싶어요!
➥ 스타트업에서 UX 전반을 혼자 맡고 있는 2년 차 UXer로서, 실무 역량을 더 발전시키고자 하시는 고민은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멘티님의 질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실무 안에서 UX 스킬을 점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둘째, 협업을 통해 얻게 되는 인사이트를 어떻게 자기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입니다. 아래에 저의 경험을 토대로 조목조목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비유하자면, 근육은 찢기고 회복되면서 성장합니다. 커리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흔히 커리어 성장이란 걸 차곡차곡 단단하게 쌓아가는 어떤 누적의 과정처럼만 여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어느 날 익숙하던 업무가 통하지 않고, 확신했던 판단이 틀리며, 좋은 결과라고 믿었던 산출물이 예상 밖의 반응을 받으며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들이 오죠. 그때가 바로 성장의 ‘계기’입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성장'이라는 단어 대신 '계기'라는 표현을 씁니다. 무너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진짜 성장은 그다음의 회복 과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어떤 조직도 이상적인 프로세스를 온전히 갖추고 있지는 않습니다. UX 실무자가 혼자서 모든 설계부터 협업, 조율까지 담당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무너짐에 저항하게 만들고, 더 큰 피로를 초래하게 되죠.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회복력’입니다. 저 역시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넘나드는 여정 속에서 종종 결과물을 본의 아니게 엉성하게 전달하거나, 피드백이 없어 판단에 혼란이 있었던 적이 당연히 많았습니다. 불안한 만큼 과정이 순탄치 않았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순간이 성장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마다 저는 '다음엔 더 잘하고 싶다'는 오기를 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기란 흔히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만 생각되지만, 저는 그것을 ‘회복을 향한 추진력’으로 봅니다. 누군가는 좌절의 상황에서 유관 부서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며 자기 입장을 고수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단지 아물어버린 흉터만 남긴 채 아픈 기억으로만 남게 됩니다.
반면에 회복이란 것은 다시 원래 가야 했던 방향으로 나를 되돌리는 행위입니다. "왜 실패했지?", "무엇을 간과했지?", "다시 한다면 어떻게 할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회복이란 질문이고, 성찰이며, 그 속에서 마침내 더 나은 방식이 탄생합니다.
결국 UI 설계 하나를 하더라도, 기획안을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 하나를 하더라도, 매번 작은 선택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 선택이 항상 옳지 않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다시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성장합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성장의 ‘기회’ 임을 인식하는 태도입니다. 모르고 겪는 시행착오는 그저 소모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또한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무게 운동’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마주치는 모든 문제들이 덜 버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흔히 이 과정에서 무너짐, 파괴, 상처남만 반복되는 듯 보이면 ‘물경력’이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무의미한 시간의 연속처럼 보일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물경력은 어디까지나 ‘중간 상태’ 일뿐입니다.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태도, 그것을 극복하려는 사유의 흔적, 그리고 회복을 통해 도출된 작은 교훈들이 하나둘 축적될 때, 그것은 더 이상 물경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불경력’이라 부를 수 있는 독자적인 경험의 형태로 전환됩니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실험, 그 속에서 나온 배움이 쌓이면, 그것은 더 이상 애매한 경력이 아니라, 단단한 자기 기반이 됩니다.
지금 회사에서 당연히 천년만년 성장할 수 있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환경에서 얼마만큼의 에너지로 얼마나 밀도 있게 성장하고 있는가입니다. 성장은 시간의 길이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확실성과 엉성함 속에서도 자기 방향을 잃지 않고 회복하는 힘, 그것이 진짜 성장을 만듭니다.
저는 커리어란, 작아 보이던 내가 점차 커지고 무거워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식물이 자라는 것과 비슷해요. 씨앗이 아름드리 줄기를 뽑아 꽃과 열매를 맺듯이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커진 나에게는 반드시 더 큰 옷이 필요하게 됩니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조직의 크기나 완성도와는 별개로, 내가 쌓은 내공과 관점이 나를 어디론가 이끌게 됩니다. 성장은 탑을 쌓듯 단단히 다져가는 과정이 아니라, 무너지고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반복 속에서 완성됩니다. 그 안에서 자기만의 결을 가진 커리어가 형성되고, 그때 비로소 ‘나에게 어울리는 더 큰 옷’을 입을 준비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하고 계신 고민과 답답함이 언젠가 성장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겁니다. 그 시기를 지나 회복하게 되었을 때, 지금보다 훨씬 더 단단한 나를 마주하게 되실 겁니다. 저는 그 믿음을 가지고 지금의 자리에서도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