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어떻게 하면 UXer로서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요?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저는 2년 차 UX 디자이너로 커머스 앱 운영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박○진입니다. 처음엔 매일매일이 새로웠고 즐거웠는데, 요즘은 반복되는 운영 업무와 수치 중심의 피드백 루프 속에서 점점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더라?'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많아지고 있어요.

사용자의 불편을 줄이려는 본질적인 일보다도 마감과 KPI에 쫓기는 느낌이 들어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멘토님의 콘텐츠를 읽으며 다시 마음을 다잡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UX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저만의 기준과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업에서 멘토님은 어떻게 자신의 일에 보람과 재미를 유지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또, 감정이 소모되지 않고 오래 UX 일을 즐기기 위한 마인드셋이 있다면 꼭 듣고 싶어요!


➥ 질문을 읽으며 멘티님이 처음 UX를 시작할 때의 설렘과 요즘 느끼는 감정 사이에서의 괴리감이 얼마나 클지 공감이 되었습니다. 특히 커머스 앱이라는 특성상 '운영' 중심의 업무 비중이 높고, KPI나 성과 지표로만 피드백을 받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왜 UX를 하려고 했지?'라는 자문이 드는 시점이 오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 시기를 지나왔고, 지금도 주기적으로 마주하고 있답니다.




커리어의 지속성과 감정 노동


UX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문제를 해결하는 직군이자, 사람을 상대하는 감정노동에 가까운 역할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커머스 서비스처럼 피드백 루프가 빠르고 반복적인 업무가 많은 환경에서는 특히 이 점이 두드러지죠. 단순히 기능을 잘 만드는 것 이상으로 사용자 경험의 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때론 기획자나 개발자, 마케터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기에 스스로를 자주 소모하게 됩니다. 질문처럼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를 자문하게 되는 시점은 대부분 이런 감정 노동의 누적에서 시작됩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감정의 ‘거리’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감정 소모 줄이기 위한 관점 조정


UX 디자이너로 오래 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태도 중 하나는, 일을 일로서 ‘객관화’하는 습관입니다. 사용자의 불편을 공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역량이지만, 그것이 곧 ‘나의 책임감’으로 모두 연결되면 어느 순간 감정 소모가 너무 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일정 부분 ‘감정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의식적으로 사용자와 저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둡니다. 문제를 나의 잘못처럼 여기기보다는, 시스템 안에서 반복되는 구조적인 문제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관점을 조정하면 내 감정을 덜 소모하면서도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어떤 피드백이 들어오든 그것을 ‘문제 상황’으로 인식하고 내 감정을 최소화해 대응하는 자세가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도메인 선택의 중요성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는 ‘UX’ 그 자체보다도 무엇을 다루는 UX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UX 업무라도 어떤 도메인을 다루느냐에 따라 감정의 결은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저 역시 한때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게임 UX, AI 서비스 UX 등을 경험한 적이 있었지만, 해당 도메인에 별다른 애정이 없던 저로서는 일의 깊이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대로, 제가 원래부터 흥미와 애정을 가지고 있던 분야에서는 조금 고된 상황이 닥쳐도 훨씬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덕업일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단순히 ‘재미있다’는 차원을 넘어, 재미없어도 견딜 에너지가 생기는 조건이 되어준다고 느낍니다.


번아웃 예방을 위한 경계선 설정


UXer는 본질적으로 사람과 시스템 사이의 간극을 연결하는 사람입니다. 이 역할을 감정적으로 계속 감당하다 보면 결국 감정이 축적되고 번아웃에 이르기 쉽습니다. 실제로 저도 초반 커리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에 지쳐 몇 번의 고비를 넘긴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도움을 준 건 ‘경계선’이었습니다. 하나는 시간의 경계, 즉 퇴근 이후에는 업무에 대한 생각을 의식적으로 멈추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책임의 경계,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시스템 레벨의 문제는 스스로 떠안지 않는 훈련이었습니다.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으면 번아웃은 정말 조용히, 빠르게 다가옵니다.


UX 커리어의 기준 세우기


지속 가능한 UX 커리어란 단순히 오래 일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감정적으로 소진되지 않고, 나다운 방식으로 성장하며, 일에 대한 애정이 유지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그 구조를 ‘내 기준’과 ‘내 리듬’으로 만들어갑니다. 어떤 피드백을 들어도 무너지지 않을 기준, 어떤 일정에도 흔들리지 않을 리듬. 이 두 가지는 쉽게 갖춰지진 않지만, 작은 프로젝트에서도 “이건 내가 생각하는 UX의 방향에 맞는가?”, “이 페이스는 나에게 무리가 없는가?”를 계속 자문하면서 스스로에게 맞는 기준과 태도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UX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창의성과 책임감이 공존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만큼 감정적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과 감정의 경계를 건강하게 설정하고, 내가 좋아하는 도메인을 중심으로 일의 의미를 재정의하며,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간다면 충분히 오래, 즐겁게 이 일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박○진님처럼 이런 고민을 이른 시점에 진지하게 시작한 디자이너는 그만큼 자신의 커리어를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번아웃이 오기 전에 감정의 거리 두기, 도메인과의 궁합 점검, 나만의 기준 세우기를 꼭 실천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과정 자체가 이미 건강한 UX 디자이너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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