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B2B 제품도 ‘UX’라고 부르는 게 과연 맞을까요?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올해로 3년 차가 된 UI 담당자입니다. 현재는 물류 관련 B2B 솔루션을 제공하는 중견 IT기업에서 사내 전산 시스템 UI 개선 업무를 맡고 있어요. 회사에서는 저를 ‘UX 디자이너(?)’라고 부르지만, 솔직히 제가 하는 일이 정말 UX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 계속 의문이 들어요.

저희 고객은 주로 기업이고, 실사용자는 물류 관리자, 창고 직원, 본사 실무진 등인데요. 이분들의 요구는 대부분 “이전처럼 만들어 달라”거나 “기존보다 클릭 수 줄여달라” 수준이라서... 뭔가 사용자 경험을 설계한다기보단 요구사항에 맞춰 화면을 그리는 느낌에 가까워요.

또한, 유저 리서치나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환경도 거의 없고, 기능 중심의 백오피스를 만들다 보니 ‘경험’을 설계한다는 말 자체가 너무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점점 제가 하는 일이 UX인지, 아니면 그냥 B2B 시스템 구축 및 관리인지 혼란스러워지고 있어요.

B2B에서도 ‘UX’라는 말을 쓰는 게 맞는 걸까요? 혹시 멘토님도 B2B 프로젝트 경험이 있으셨다면, 그 안에서 UX적인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고 실현하셨는지 듣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 질문을 정리하자면 “B2B나 내부 전산 시스템처럼 일반 소비자가 아닌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도 UX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기능 개선이나 요구사항에 맞춘 화면 설계 위주의 업무가 대부분이다 보니, 사용자 경험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고민을 했었기에 그 마음이 무척 공감됩니다. 이와 관련해 제가 실제로 경험하고 느낀 내용을 기반으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고객 개념의 재정의


UX라는 단어에 내포된 ‘사용자’가 꼭 일반 소비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B2C 제품은 명확한 구매자와 사용자가 존재하고, 서비스 자체가 트렌드와 시장 반응에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됩니다. 반면 B2B, 특히 내부 SaaS 시스템은 그 사용자가 특정 직무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이고, 주로 반복적인 업무 수행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고객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내부 사용자든 외부 소비자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대상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고객 즉, 사용자입니다. 뭐, 원론적인 것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요.


고객을 기준으로 삼고 그들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태도 자체가 UX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멘티님이 맡고 계신 시스템 개선 업무 역시 충분히 UX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뭔가 구차해 보인다는 구석 때문에 생긴 일종의 심통이랄까요? 저도 심통 많이 부려봐서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면, 그 업무에 대한 의미도 아주 조금은 달리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만족도 격차에 대한 이해


다만 멘티님의 말씀처럼, 보람이나 만족감의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그런 게 어느 정도 맞기도 하고요. B2C에서는 사용자의 반응이 빠르고 명확하게 돌아오며, 시각적으로도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하지만 B2B에서는 개선 결과가 ‘업무 효율성 향상’이나 ‘클릭 수 감소’ 정도로 추상화되거나, 매우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담당자 입장에서 오는 보람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회의감이 드는 것이 솔직히 정상이라고 저 역시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이 간극 때문에 스스로 하는 일이 UX가 맞는지, 내가 정말 UX 업무를 하는 게 맞는지 무수히 많은 의문이 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스템을 사용하는 내부 직원들이 “이제 이거 덜 헷갈린다”,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말을 해줄 때, 그게 곧 사용자 경험 개선의 증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비록 감성적 만족은 아니더라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는 원론적으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B2B 업무 고유한 결이 있어서, 어떤 의미에서는 업무에 집중하기 더 용이한 측면도 있고, 숙달되면 복잡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난이도가 낮아진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B2B 업계에서는 당연히 B2B 경력자를 우대합니다. 이것 또한 일종의 전문성으로 특화 영역인 셈이죠. 그래서 엄연히 B2B UX라는 것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UX라는 직무의 본질


UX는 단지 예쁘고 감각적인 UI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트렌디한 비주얼을 제공하거나 마케팅 요소를 부각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은 UX의 일부일 뿐입니다. UX의 본질은 사용자가 서비스나 시스템을 사용하는 전반적인 여정을 더 나은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 여정이 스마트폰 앱이든, 창고관리 시스템이든, 결국 사용자가 느끼는 효율성과 편의성을 개선하는 작업이라면 모두 UX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내부 시스템 설계처럼 명확한 사용 목표와 반복 사용 패턴이 존재하는 환경이야말로, 진짜 ‘사용성 중심’의 UX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장입니다. 그 일이 뭔가 팬시하지 않을 뿐이죠. 기능 위주의 백오피스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업무 흐름을 개선하고 사용자의 혼란을 줄이는 작업은 엄연한 UX 실천입니다.



난이도가 높은 B2B UX


B2B UX는 단순히 ‘따분한’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기업에서는 B2C만 해본 UX 경력자보다 B2B 경험자를 더 우대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습니다. B2C에서는 사용자와의 접점이 많고 피드백도 빠르지만, B2B는 사용자조차 ‘요구사항만 주는 사람’으로 역할이 제한되어 있거나, 명확한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UXer가 설계적 사고와 시스템적 이해력을 갖고, 유관 부서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간접적인 사용자 맥락을 추론해 내야 하죠. 저는 이 지점이야말로 B2B UX가 가진 진짜 난이도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B2C 환경에서는 다양한 UX 프레임워크나 툴을 적용하기 쉬운 반면, B2B에서는 그런 것들이 사치처럼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제한된 리소스, 빠듯한 일정, 기능 중심의 요구사항 속에서 UXer의 존재감을 증명해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실전 감각과 문제 해결 능력이 더 필요합니다. 저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의 설계야말로 진정한 실력을 요구한다고 느꼈고, 이를 해냈을 때 오는 자부심도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일이 되게끔 만드는 능력은 B2B 무대가 훨씬 어렵답니다.



UX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


멘티님이 느끼는 혼란은 사실 굉장히 중요한 감정입니다. 이는 단순히 업무에 매몰된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을 고민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멘티님이 현재 그리고 있는 화면 하나하나, 설계한 플로우 하나하나가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것은 UXer로서 매우 올바른 태도입니다.


환경과 조건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UX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제약 속에서도 사용자 중심을 놓지 않고 의미 있는 개선을 지속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성숙한 UX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이 낡았든, 조직이 보수적이든, 그 안에서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면, 멘티님의 역할은 분명 UXer서 당당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B2B와 같은 내부 시스템 설계도 명백히 UX 업무입니다. 고객이 내부 직원이든, 그들이 사용하는 툴이 ERP 시스템이든, 그 안에서 사용자 경험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은 분명 UX를 다루는 일입니다.


B2B UX는 B2C보다 제약이 많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그만큼 더 정교하고 깊이 있는 사고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멘티님이 지금 겪고 계신 고민은 성장의 과정이며, 스스로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흔히 말하는 ‘UX 답지 않은’ 환경에서 진짜 UX를 실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UX의 본질에 더 가까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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