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문제를 주로 해결하는 경험 디자이너(D)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심리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는 26살 취업준비생입니다. 졸업을 앞두고 UX 관련 직무에 관심이 생겨 여러 직무를 탐색하던 중에 ‘CX’라는 생소한 직무를 알게 되었는데요, 솔직히 아직도 이게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건지 감이 잘 안 잡힙니다. 고객 경험을 설계한다는 말은 멋있어 보이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어떤 문제를 풀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VOC 분석’, ‘여정 지도’, ‘CS 프로세스 개선’ 같은 키워드가 자꾸 보이긴 하는데, 이게 단순한 고객 응대랑은 어떻게 다른 건지… 또 기업마다 CX를 ‘기획 직무’로 두는 곳도 있고, ‘운영’에 가까운 일로 구분하는 곳도 있다 보니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입니다. 데이터 분석이나 리서치에 강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브랜드 경험, 서비스 전략에 가까운 건지도 너무 헷갈려요.
멘토님께서 보시기에 CX는 어떤 성향의 사람에게 잘 맞는지, UX와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취준생 입장에서 CX 직무를 준비할 때 꼭 염두에 두면 좋은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CX(Customer Experience)'가 무엇을 하는 직무인지 잘 모르겠고, 고객 응대 업무와는 어떻게 다른지, 준비 방향은 어떤지,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 잘 맞는지 알고 싶다는 고민으로 보입니다. UX 관련 직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CX에 대한 정보를 접하셨고, 기업마다 역할이 달라 보이기에 혼란이 크셨던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CX는 고객의 '경험 전체'를 다루는 포괄적 역할입니다. 고객과 기업 간 모든 접점에서의 경험 품질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일을 중심에 둡니다. 말 그대로 고객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넓게 보는 시선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실무에서 요구하는 역량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CX라는 직무가 생소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사실 본래 개념적으로 UX가 UI를 포함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업무 현실에서 이들이 따로 구분되고 중첩되면서 생긴 틈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UX팀이 담당하지 못하는 업무가 계속 발생하다 보니, 이를 포괄하고 설명할 새로운 표현이 필요했고 그 자리를 CX가 차지하게 된 셈입니다.
쉽게 말해 UI나 디지털 환경 내에서의 UX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고객 경험 전반의 문제들을 다루는 영역을 CX라 부르게 된 것이죠. 원론적으로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UX가 업무적으로 UI 특수한 속성으로 현실적으로 격하되면서, (다소 어이없게) 더 큰 개념을 새로이 필요하게 된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엄밀히 원론적으로 따지면 UX나 CX나 그게 그거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태생적 맥락에 의해 업무적으로는 차이를 둘 수 있긴 합니다. 어렵죠..?
CX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디지털을 넘어선 경험까지 다룬다는 점입니다. UI 디자인(d/D)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예를 들어 앱 안에서의 사용성 개선은 UX의 몫이지만 실제로 고객이 상품을 받고 포장을 열 때 느끼는 패키지의 감성, 고객센터에 전화했을 때의 대화에서 얻는 경험, 매장에 방문했을 때의 물리적 동선이나 직원 응대는 UX팀의 전통적인 역할인 UI라는 무대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이런 부분들이 CX의 주요 무대가 됩니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경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는 것이 CX의 핵심 역할입니다. 그러자니 UI 위주의 사용자라는 개념보다 포괄적으로 오프라인까지 아우르는 고객이라는 주체를 중심에 둘 수 있게 된 것이죠.
또한 현업에서 CX는 종종 “회사의 고객경험 소방대” 같은 성격을 띠곤 합니다. 급하게 불거진 고객 불만, 위기 상황, 기존 UX팀에서 다루거나 소화하기 애매하거나 부적절한 화두의 문제들이 발생하면 그 몫이 CX에 돌아가곤 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배경이 가장 크죠.
당장 고객 이탈이나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긴급성과 영향력이 크며, 이 과정에서 CX 담당자는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래서 CX는 대응과 기획을 동시에 요구하는 다층적인 직무일 확률이 높고, 태생적으로 모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이 어디서 날 지 미리 예측할 순 없잖아요?
흥미로운 점은, CX가 늘 긴급 대응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런 일이 항상 있지도 않을뿐더러, 평상시에는 다른 조직이 소화하기 어려운 ‘선행 과제’를 도맡거나 자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의 생리가 일이 없으면 그 조직의 존폐를 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래 고객 여정 시뮬레이션, 고객 감정 맵핑, 잠재적인 불만 요인 탐색 등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미리 찾아내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역할도 합니다. 기존 UX 조직에서 건드릴 법한 것을 초월한 도메인을 건드리거나 전사 초월적 업무를 도메인 삼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당연히 또한 모호해지기 마련인 것입니다. 사각지대를 찾아야 하는 것이 일종의 숙명이기에. 이를 통해 CX는 단순히 땜질식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인 고객 경험 전략 수립에도 물론 기여할 수 있습니다. 원론적으로는요.
따라서 CX 직무를 준비한다면, 문제 해결을 즐기고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는 태도가 아무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셈이에요. 늘 정해진 답이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UX, 서비스 기획, 운영 개선, 데이터 분석이 모두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객의 목소리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이를 설득력 있는 전략으로 풀어낼 수 있는 공감력과 스토리텔링 능력도 필요합니다. 버젓이 문제라고 여겨지는 게 아니라 문제인가 싶은 것을 문제 삼는 것부터가 일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심리학 전공 배경은 이러한 해석력과 공감 능력에서 분명히 강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리하자면, CX는 기존 UX가 감당하지 못하는, 특히 오프라인 연계 경험과 긴급한 고객 문제 해결을 맡으면서 동시에 선행적 고객 경험 설계까지 담당하는 직무 아닌 직무입니다. 그냥 그런 역할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고객경험 소방대 같고, 때로는 전략 부서 같으며, 좋게 말해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갈피가 잡히지 않는 게 당연하지만, 경험을 쌓으면서 본인만의 CX 역할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경력의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유사한 직무를 직접 경험하며 역량을 키우는 수밖에 뾰족한 수가 정말 없다고 볼 수 있어, 조언을 드리는 입장에서도 참 안타깝네요. 부족하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