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27살 비전공자, 커리어 리셋이 늦은 건 아닐까요?

비전공자의 커리어 전환, 실행과 경험이 답이다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27살, 지방 사립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취업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졸업 전까지는 막연히 공공기관 취업을 목표로 했지만, 스스로와 맞지 않는 방향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 진로를 전환하려고 해요.

최근엔 서비스 기획이나 데이터 기반의 분석 직무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공부(Figma, SQL, GA 등)도 조금씩 시작하고 있어요. 하지만 비전공자이기도 하고, 관련 경험도 없다 보니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인지 확신이 없어요. 요즘은 "내가 너무 늦게 돌아선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계속 따라다녀요… 스타트업 인턴이라도 먼저 경험을 쌓는 게 좋을지, 아니면 스펙부터 제대로 준비해서 중견기업 이상을 노리는 게 맞는지 방향을 못 잡고 있습니다.

주변엔 이미 취업한 친구들이 많다 보니 더 조급해지기도 하고요. 멘토님께서 보시기에, 저 같은 비전공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커리어 전환 전략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떤 기준으로 방향을 선택해야 할까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 멘티님은 현재 27살에 행정학 전공자이자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다 진로 전환을 결심한 상태로 이해했습니다. 서비스 기획과 데이터 분석 직무에 관심을 두고 Figma, SQL, GA 등을 공부 중이지만 비전공자라는 점과 커리어 방향 설정에 대한 불안을 토로하고 계시네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인턴부터 경험을 쌓는 게 좋을지, 중견기업 이상을 목표로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지 고민 중입니다.




전공보다 중요한 실무 경험


UX, 기획 등 관련 직무는 소위 말하는 비전공자에게도 열려 있는 만큼 대체로 융합학문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전공의 전제 조건 자체가 아예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무엇이 전공자라는 개념조차 사실 세우기 애매하다는 것이죠. 그러니 비전공이란 개념도 모호할 수밖에 없어집니다.


실제로 현업에서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이들이 UX나 기획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멘티님의 전공은 직접적인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때문에 오히려 전공보다는 직무를 위해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 경험이란 꼭 대기업 인턴일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조직에서도 실제 사용자와 데이터를 다루어본 경험은 향후 UX 포트폴리오나 사용자 인터뷰에서 보다 유의미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조직이든 상관없으니 관련 직무 혹은 그와 유사한 일을 직접 경험해 보셨음 하는 게 제 첫 번째 조언입니다.



조급함보다 실행력이 먼저


멘티님의 현재 고민에서 가장 크게 읽히는 건 조급함입니다. 친구들은 이미 취업을 했고, 나만 방향을 바꾸고 있으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고 해서 딱히 대안이 있거나 뭔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보니 갈팡질팡하시는 모습입니다. 저 또한 과거에 이러한 시기를 길게 가져봤기에 그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심리적으로 더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고 무언가 갖춘 사람이 되길 희망하고 추구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준비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것’보다 ‘일단 (저지르듯이) 실행해 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UX나 기획 관련 직무는 책상에서 배우는 것과 실무에서 체감하는 게 천지차이입니다. 그러니 어디인지도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 단계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도 좋으니 관련 인턴이나 실무를 하루라도 빨리 경험해 보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업무에 더 맞는지, 내 기대와 같은지 다른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조직이 나와 잘 맞는지를 점차 깨닫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것이 착실한 준비보다도 어떤 의미에서는 커리어를 제대로 설계하는데 보다 의미로운 자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준비를 오래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진출이 늦어진 것도 있는데, 회사를 다니고 난 이후 돌이켜보니 오히려 빨리 진출을 했으면 어땠을까 후회가 되기도 하더군요.



첫 선택보다 방향 조정이 중요


이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대기업, 처음부터 원하는 직무를 골라서 시작한 경우는 사실 드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UX로 귀결된 케이스입니다. 처음에는 원하는 분야가 아니었지만, 막상 일해보니 나와 맞는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꿈꿨던 직무가 막상 해보니 너무 맞지 않아서 다른 길을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첫 회사에서 어떤 직무로 시작하느냐’보다 중요한 건 ‘계속해서 배우고 이동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갖고 임하냐’입니다. 그래야 조금 잘못된 선택에 대해서도 긍정적 요소를 찾으며 ‘성장’을 일으킬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직이나 전환이 자연스러운 요즘의 커리어 생태계에서는 스타트업에서 실무력을 기른 뒤 중견이나 대기업으로의 전환이 현실적입니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대기업 같은 경우, 인력 충원 자체를 잘하지 않기도 합니다. 따라서 문이 열리기만 수동적으로 기다려서는 내 커리어에 이로울 게 전혀 없습니다. 그 사이 경력을 부지런히 쌓아 두어 어쩌다 문이 열렸을 때 적극적으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는 것이 진짜 준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무에 기반한 역량 설계


Figma, SQL, GA 등 도구 중심의 학습도 의미 있지만, 실무에서는 그것들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Figma를 단순히 ‘툴’로 배운 것과, 실제 사용자 플로우에 기반한 와이어프레임을 작성해 본 경험은 전혀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GA도 단순 수치를 읽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표의 변화에 대해 ‘왜?’를 묻고 행동 개선을 제안하는 사고력이 핵심입니다.


툴 이전에 사고방식과 관점을 함양하는 것이 실은 먼저인데, 보통 그렇게 하지 않곤 하죠. 근본적인 원인을 저는 조급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학습이 덜 되어 있어도 실제 프로젝트에서 해당 도구들을 어떻게 쓰는지를 경험하는 쪽이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비유하자면, 동작을 익히고 안무를 외우는 것과 공연을 하는 것의 차이와 같다랄까요? 공연에서는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서 안무에 충실한 것보다는 관객의 흥을 돋우는 게 더 필요한 상황도 존재합니다. 이런 것들에 열려 있고 융통성도 발휘할 여유를 갖지 못하면 사실 퍼포머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실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 그것을 실제 업무에서 써봤을 때 빛이 납니다. 그러니 실무에 가까운 경험을 할 기회에 자신을 더 부지런히 노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후회 없는 방향 설정을 위한 기준


멘티님께서 “후회하지 않기 위한 선택 기준”을 질문하셨는데, 저는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시길 권합니다. “2년 후, 혹은 4년 후, 지금 어떤 경험을 해보지 않은 것을 가장 후회할까?”


단기적으로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 관심 가는 일을 직접 해보고, 거기서 내가 ‘왜 잘할 수 있었는지’를 분석해 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이 경험이 누적되면 결국에는 나만의 강점과 방향성이 명확해집니다. 거창한 기준보다도, 지금의 내가 무엇을 배우고 싶고, 어떤 일을 해봤을 때 에너지가 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입니다.




UX든 기획이든 분석이든, 방향이 아직은 흐릿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향은 ‘생각을 오래 한다고 명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행들을 통해 스스로를 시험하면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심스레 말씀드리지만, 지금의 멘티님 상황에서는 스타트업 인턴이나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작게라도 발을 들여놓는 것이 가장 빠르고, 후회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작이 조금 늦었더라도, 방향이 맞고 실행이 쌓인다면 결코 늦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첫 회사는 서른에 입사했고, 돌고 돌아 UX라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멘티님의 고민과 상황은 너무 늦지도,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전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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