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현실과 사용자 리서치 경험을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디자인 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학과에서는 UX 관련 수업도 듣고 있고, Figma 등 툴을 활용한 UI 설계 프로젝트도 진행해 봤어요. 그런데 팀 프로젝트나 외부 공모전에 참여할수록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게 하나 있어요.
"UX란 사용자가 중심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실제 사용자와 직접 인터뷰하거나 관찰을 해본 경험은 거의 없어요. 대부분은 가상의 페르소나를 만들어놓고 그 기반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게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무에서는 정말 사용자랑 '직접' 이야기할 기회가 많나요? 아니면 디자이너는 리서처가 해준 자료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더 많은 걸까요? 만약 직접 할 수 있다면, 학교나 개인 프로젝트 수준에서 어떻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볼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하고 싶다는 욕심이 점점 커지는데,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멘토님의 경험에서 나온 현실적인 조언, 꼭 듣고 싶습니다!
➥ 멘티님은 현재 디자인 학부에 재학 중으로 UX 수업과 UI 프로젝트를 경험하셨고, 그러던 중 "사용자 중심"이라는 것이 실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잘 와닿지 않았다는 고민을 주셨네요. 솔직히, 실무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는 것이 현실이긴 합니다. 특히 가상의 페르소나에 의존한 프로젝트가 많아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진다고 하셨고, 실무에서는 실제 사용자와 얼마나 소통하는지, 그리고 학부 수준에서 현실적인 리서치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제 조언을 구하셨군요. 답변드리겠습니다.
실무에서 사용자를 ‘직접’ 만나는 경험은 조직의 성격과 역할에 따라 정말 다르긴 합니다. 저 역시 대기업 인하우스 UX 조직에 있지만, 항상 사용자를 직접 인터뷰하거나 관찰하는 건 아닙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역할은 다른 조직이 대신하기에 기회가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사용자 리서치 전담 조직이 따로 있거나, 리서치 전문 에이전시와 협업하는 구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가 속한 제조업에서는 양산 업무가 루틴한 업무입니다. 양산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물리적 제품과 관련된 UX 이슈가 매일같이 반복됩니다. 이 시급한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 정교한 리서치보다는 빠른 개선안 도출이 주가 되곤 합니다. 반면, 리서치 중심의 에이전시나 대학원 연구실에선 사용자 중심을 넘어 ‘사용자만’ 보는 듯한 경험도 있습니다. 즉, ‘사용자 중심’이라는 말이 실제로는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구현된다는 점을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실무 UXer의 역할도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회사에서는 UXer가 리서처가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구조이고, 어떤 곳에서는 UXer가 직접 리서치를 기획하고 실행하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프로젝트나 조직의 필요에 따라 직접 사용자 인터뷰를 기획하고 실행해 본 경험도 있긴 합니다. 다만 그것이 일상이 되진 않았고,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할 수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네요.
예를 들어, 특정 신규 제품을 준비하면서 사내 외 사용자 인터뷰를 직접 준비해 보고서를 정리한 적도 있었지만, 이런 기회는 전사적으로도 소수입니다. 특히 이런 류의 활동이 특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비용이 드는 일이다 보니 그 효용성이 불분명하면 회사로서는 투자 행위로써 고심하게 되는 것도 당연한 처사거든요. 그러니 사용자를 만날 기회라는 게 UXer라고 해서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닌 것이 현실입니다. 역설적으로 사용자와의 접점이 많은 일은 그래서 고되기도 하겠지만, 원론적인 UXer의 역할에 비추어 본다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겠죠.
멘티님처럼 사용자 경험 중심 설계를 정말 해보고 싶다면, 학교나 개인 프로젝트 차원에서도 충분히 현실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리서치란 신뢰타당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맞으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리서치와 그 결과가 논문을 작성하는데 일조하는 검증된 데이터까지는 아닌 이상 눈높이를 낮추고 실용성 위주의 데이터를 추출해 낼 줄 아는 것도 어찌 보면 중요한 융통성이자 응용력, 즉 이것이 실무라는 것의 핵심 아닌 핵심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첫째는 지인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입니다. 사용자라 하면 꼭 낯선 대상일 필요는 없습니다. 동료 학생이나 부모님, 혹은 해당 도메인의 경험이 있는 친구를 대상으로 해도 충분히 좋습니다. 친밀도는 데이터 오염의 가능성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피험자와 모종의 관계가 있기에 이미 좋은 라포(Rapport)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어 원활한 리서치를 도울 수도 있답니다.
둘째는 관찰 중심의 리서치입니다. 카페나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사용자 행동을 눈여겨보는 것도 소중한 인사이트가 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모바일 도메인을 경험할 당시, 즉각적으로 사용자들의 반응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흥미로운 경험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물론 그만큼 영향력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여야겠지만 사용자를 만나는 무대가 꼭 정형화된 리서치뿐만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셋째는 설문지보다 인터뷰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설문지만 돌리는데, 실제로 ‘이 사람이 왜 이렇게 행동했을까’를 알아내는 데는 인터뷰가 훨씬 유용하다고 느꼈습니다. 원하는 바, 즉 궁금한 것이 명확하다면 설문보다 인터뷰를 통한 정성조사가 어떻게 보면 더 가성비 있게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주는 열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위의 방향성은 전통적 리서치의 관점에서는 취약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융통성과 응용력 측면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해 내는지는 또 하나의 역량이라고 저는 생각한답니다.
사실 사용자 관점에서 설계한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무에서는 여러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도 부족하고, 이해관계자도 많고, 개발 일정은 이미 확정되어 있는 경우도 허다하거든요. 애당초 아예 사용자 목소리를 비벼볼 기회조차도 없이 일이 진행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따라서, 현실의 UXer란 그런 환경에서도 어떻게 고객을 대변하는가가 더 중요한 역할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용자 목소리를 대변하려면, 그만큼의 근거와 전달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팀의 신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학교나 프로젝트 단계에서라도 최대한 리서치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수치는 작더라도, 사용자의 말 한마디를 근거로 들이밀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UXer로서의 무기입니다.
만약 더 나아가고 싶다면, 작게라도 실사용자를 만나보는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기획해 보시길 권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 내 도서관 시스템이 불편하다 느꼈다면 학생 몇 명에게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개선안을 제시해 보는 겁니다. 주변의 문제, 일상적 이슈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라면 해당 사용자 역시도 내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일 확률이 높기에 위에서 언급한 융통성과 응용력을 발휘하기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UX 포트폴리오에 담을 때도 ‘가상의 퍼소나’보다는 ‘이런 불편을 말해준 실제 사용자’를 근거로 제시하면 훨씬 설득력이 높습니다. 퍼소나라는 것을 ‘가상’에 방점을 찍다 보면 허구적인 인물을 마치 소설처럼 써 내려가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퍼소나의 진가는 데이터에 의해서 근거 있게 만들어진 의도된 캐릭터성에 있습니다.
멘티님의 고민은 아주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UX의 핵심은 ‘사용자에게 귀 기울이는 태도’인데, 실무에서 그게 늘 가능하진 않다는 점에 당혹감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작은 실천들이 의미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한 명이든, 관찰 일면이든, 그것을 프로젝트에 녹여내고 스스로 해보는 경험이야말로 향후 커리어에 있어 값진 자산이 될 것입니다.
좋은 고민을 해주셔서 고맙고, 언제든지 다시 질문 주세요. 실무에서 마주치는 현실의 벽을 넘어서고자 하는 이 고민 자체가 이미 반은 길을 찾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멘티님의 UX 길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