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er 통과의례: 디자인(?)이란 요물의 미스터리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산업디자인 전공으로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는 25살 대학생입니다. 대학에서는 물성 중심의 제품디자인에 가까운 수업을 주로 들었지만, 졸업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사용자 경험 설계 쪽으로 진심으로 흥미를 가지게 됐고, 지금은 UXer로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UX 분야를 공부하면서 멘토님이 쓰신 책도 읽어보게 되었고, 덕분에 "기획과 리서치 능력이 시각화 역량보다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관점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툴(Figma 등)이나 그래픽 스킬보다는 인터뷰나 여정지도 같은 방법론을 더 익히는 데 시간을 쓰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 ‘내가 너무 비주얼 역량을 등한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자주 들어요. UXer로 입사했지만 UI 업무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회사에선 결국 눈에 보이는 성과를 중요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포트폴리오도 UI 쪽이 강해 보이는 게 유리할 것 같고요.
멘토님! 혹시 제가 지금처럼 UX 기획과 리서치에 집중하는 방향이 괜찮은 걸까요? 아니면 실무에서는 결국 시각적인 결과물을 먼저 기대하니 UI 툴과 감각을 더 강화하는 게 맞을까요? 아직 취준 전이라 방향을 잡고 싶습니다. 조언 부탁드릴게요.
➥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졸업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UX에 진심으로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UXer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다는 확고한 목표를 갖게 되셨군요. 그래서 툴(Figma 등)이나 그래픽보다는 인터뷰, 여정지도 같은 방법론 학습에 집중하고 계시고요.
한편으로는 UI 업무가 많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고 비주얼 역량을 등한시하는 게 아닌지 불안감을 느끼고 계시는데, 이는 제가 대학생 때는 물론 주니어 시절까지도 함께했던 고민의 실체랑 정확히 같습니다. 특히 프로덕트 디자이너(d/D) 포트폴리오 준비에서도 시각적 완성도가 중요한 것 같다 보니 더 혼란이 생기셨을 것 같아요.
결국 질문의 핵심은, 지금처럼 UX 기획과 리서치 즉, 디자인(D)에 집중하는 방향이 맞는지, 아니면 시각적 성과물 즉 디자인(d)을 더 강화해야 하는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조언을 구하고 있다는 점으로 봤습니다.
저는 멘티님의 고민을 디자인(d)과 디자인(D)이라는 두 축으로 나눠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디자인(d)은 툴을 다루고 시각적인 완성도를 만들어내는 영역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채용 단계에서 바로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나 면접에서는 분명히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반면 디자인(D)은 문제 정의, 사용자 경험의 흐름, 서비스 방향을 설계하는 본질적인 힘을 뜻합니다. 실무에서 오래 살아남고 인정받으려면 결국 디자인(D)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많은 회사에서는 UX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뽑아도 실제 업무는 어느 부분을 조준하고 있기 마련입니다. 즉, UX라 에둘러 표현했지만, 실상은 UI 중심 디자인(d)에 몰두하는 일일 수 있으며, 반대로 그래픽 능력을 필요치 않는 디자인(D) 전형도, 심지어는 프로덕트 디자인(d/D) 같은 경우는 양쪽을 모두 겨냥합니다. 따라서 이방향성 고민은 정답을 찾는 문제풀이가 아닙니다.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하는가, 아니면 균형을 잡을 것인가”는 결국 내가 어떤 UXer가 되고자 하는가 철저히 내 ‘선택’의 문제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 더 낫다”라는 식의 단순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AI 시대에는 디자이너(d)도, 디자이너(D)도 어떤 방식으로든 재정의될 것이고, 각 전문성의 가치는 희석되기도 하고 다시 확장되기도 할 겁니다. 따라서 요점은 비교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만약 멘티님께서 디자인(d)에 대한 욕심과 자부심이 강하다면, 그것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후회로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디자인(d)을 버리고 디자인(D) 중점적 업무로 전향을 하셔도 후회가 없을 것 같다면 괜찮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디자인(d)에 큰 집착이 없었고, 오히려 디자인(D)에서 충분히 일의 의미와 성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제 옆의 동료들이 저보다 디자인(d)을 잘한다고 생각했고, 되려 그들에게 일을 맡기고 싶어 했으니까요. 그것이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하리란 확신마저도 저는 있었답니다. 이런 유형이라면 오히려 디자인(D)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이는 옳고 그름이 아닌 그냥 ‘선택’의 문제입니다.
다만 선택과는 별개로 현실적인 취업 준비 과정에서는 최소한의 디자인(d) 역량이 필요합니다. 대개 많은 수의 직무가 프로덕트 디자이너(d/D)를 원하기 때문이죠. 이 경우 UX 포트폴리오에서 시각적인 결과물이 전혀 없다면 면접의 기회조차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취업을 생각하면 디자인(d)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 보일 겁니다. 그래서 자꾸 갈팡질팡 하는 것이죠.
조금 더 현실적 전략을 말씀드리면, 디자인(d) 역량을 보는 전형이 아무래도 많은 이상, UX 포트폴리오 단계에서는 일단 디자인(d) 위주로 취업의 물꼬를 열고, 입사 이후에는 점차 디자인(D)을 인정받을 수 있는 UX 포트폴리오를 통해 조금씩 원하시는 직무를 향해야 하는 것입니다. 디자인(D)을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 큐레이션이 필요하고, 이 전형이 많지 않을 것이기에 장기적으로 계속 눈치를 봐야 합니다. 끝내 내가 하고 싶은 원하는 UXer가 되려면 내가 선택하고 그 선택을 지지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고민은 본질적으로 방향성의 문제이기도 하면서도 현실적으론 그냥 ‘선택’의 문제입니다. 디자인(d)을 안 하고 디자인(D)만 하는 UXer는 현실에 존재합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희소할 뿐이죠. 실제로 저 역시 디자인(D)에서 더 큰 보람을 느끼며, 디자인(d)을 잘하는 동료들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왔습니다. 반대로 디자인(d)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면, 그것을 놓치지 말고 끝까지 가져가야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정리하면, 멘티님께서 지금처럼 UX 기획과 리서치 같은 디자인(D)에 집중하시는 건 장기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다만 입사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디자인(d) 역량을 활용하는 것도 현실적입니다. 이후에는 본인이 더 의미를 두는 쪽을 선택해 몰입하면 됩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답은 있고, 중요한 건 자기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확신을 갖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