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Holy UXit

카카오야 새집줄게 헌집다오 — 4부

대국민 UX 상식을 높여줄 새로운 교육의 장을 향해

by UX민수 ㅡ 변민수

롤백(Rollback)의 개념과 기술적 한계


롤백(Rollback)이란, 시스템을 ‘문제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행위를 뜻한다. 데이터베이스, 애플리케이션, 운영체제 등 거의 모든 IT 환경에서 사용되는 기본 개념이지만, 그 단어가 주는 인상은 단순하지 않다. 돌아간다는 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안정성의 회복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단순한 개념이 현실 속에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의 소프트웨어는 수많은 기능과 의존 관계, 데이터베이스 구조가 겹겹이 얽혀 있다. ‘이전 버전으로 복귀한다’는 것은 코드만 되돌리는 일이 아니라, 그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용자 경험(UX)의 연속성까지 되돌리는 일이 된다. 그렇기에 롤백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 즉 ‘사용자와의 약속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느냐’의 문제로 확장된다.




카카오톡 업데이트와 사용자 반발


카카오는 메신저를 넘어선 ‘커뮤니티형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대화 중심의 UI를 피드 중심으로 개편하며, ‘더 많은 연결’을 추구하는 SNS형 구조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그 실험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확장’이 아니라 침범으로 받아들여졌다.


업데이트 이후 첫 화면에는 대화가 아닌 피드가 등장했다. 친구의 프로필 수정, 게시물 업데이트가 자동으로 노출되고, ‘메신저’가 아닌 ‘타임라인’이 사람들 눈앞에 펼쳐졌다. 메시지를 보내기 전부터 피로감이 밀려왔고, 카카오톡은 어느새 “소통의 공간”에서 “관찰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친구와 대화하고 싶은데, 카카오는 나를 구경하게 만든다.” 그 한마디에 이 사태의 본질이 담겨 있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감정을 따라오지 못할 때, 그 결과는 혁신이 아니라 소외의 UX로 귀결된다.



카카오의 ‘부분 롤백’ 결정과 기술적 입장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카카오는 급히 대응에 나섰다. 첫 화면을 다시 친구 목록으로 돌리고, 피드 노출 구조를 일부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핵심적인 한마디가 나왔다. “완전한 롤백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국정감사에서 카카오 우영규 부사장은 “카카오톡은 기존과 다른 아키텍처로 전환되어 있어, 과거 버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2.0에서 1.0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2.0 이후 2.1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즉, 이미 새 집의 기초 공사가 끝난 상태이기에, 예전 설계도로는 다시 지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기술적으로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UX 관점에서 보면, 그 말은 **‘우리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사용자에게 ‘기술적 불가능’은 언제나 ‘소통의 단절’로 받아들여진다. 카카오는 기술을 말했지만, 사용자는 감정을 들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신뢰는 무너졌다.



기술적 한계를 둘러싼 논쟁과 사용자들의 대응


기술적 한계라는 말은 언제나 모호하다. 불가능이라기보다, 리소스 대비 우선순위의 문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완전한 시스템 복귀가 어렵더라도, 기능 단위의 복원은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 피드 기능을 ‘선택적 노출’로 전환하거나, 사용자가 원하는 홈 화면을 직접 설정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카카오는 그 ‘가능한 부분’을 택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용자들은 스스로 행동에 나섰다. ‘이전 버전 APK’, ‘카톡 다운그레이드’ 같은 검색어가 폭증했고, APKPure 같은 외부 사이트를 통해 직접 과거 버전을 설치하는 이용자들이 늘었다. 기업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하자, 사용자들은 “그럼 우리가 해보겠다”라고 응수한 셈이다.


이 장면은 상징적이다. 기술의 주도권이 기업에서 사용자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카카오는 시스템을 지켰지만, UX의 주도권을 잃었다. 이 사건이 단순한 기능 논쟁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줄다리기의 서막: 카카오와 사용자 간의 심리전


이 사태는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기업은 ‘기술적 불가’를 주장하며 구조를 방어했고, 사용자들은 ‘감정적 불편’을 내세워 그 논리를 흔들었다. 결국 두 집단은 ‘누가 진짜 플랫폼의 주인인가’를 두고 줄을 잡아당겼다.


카카오는 안정성을 말했고, 사용자들은 신뢰를 말했다. 카카오는 진화를 말했고, 사용자들은 회복을 말했다. 그 두 언어의 간극 속에서, 서비스는 점점 제 기능을 잃어갔다.


이것은 단순히 UI의 문제도, 피드 노출의 문제가 아니었다. ‘경험의 리더십’이 사라진 결과였다. 사용자 경험의 철학을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대변할 사람이 없을 때, 기업은 기술의 언어만 남기고 감정의 언어를 잃는다. 카카오는 바로 그 공백 위에서, 자신이 만든 ‘카징어게임’을 치르고 있었다.



신뢰 회복을 위한 소통과 균형의 중요성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UX는 기술보다 ‘감정의 질서’를 설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서비스의 변화가 언제나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이해되지 않은 변화는 폭력처럼 느껴진다.


기업은 이제 단순히 개발자나 디자이너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술적 효율보다 공감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수행할 사람이 바로 CXO(Chief Experience Officer)다.


CXO가 부재한 조직은 언제나 기술 중심적 판단으로 흐른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누가 어떻게 쓸 것인가를 묻지 않는 태도다. UX는 결국 기업의 양심이다. 그 양심이 부재할 때, 혁신은 쉽게 오만으로 변한다.




기술은 진보하지만, 신뢰는 복원되어야 한다


카카오톡의 ‘새 집’은 기술적으로 더 단단해졌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낡은 집이 되었다. 새로운 기능보다 필요한 건, 익숙함의 복원이다. UX는 새것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머물고 싶은 공간을 유지하는 일이다.


카카오 사태는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기술이 진보할 때, 당신의 신뢰는 함께 진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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