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언제나 육중하다.
마치 긴 시간 멈춰 있던 열차가 마찰력을 이겨내며 바퀴를 굴리기 시작하는 것처럼, 시작에는 거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는 용기, 결심, 때로는 절박함이다.
누군가는 그 순간을 “반”이라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작의 반’만큼만 세상이 기억한다. 겨우. 시작은 화려하고, 첫걸음은 언제나 박수를 받는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실상 그 이후부터인데.
속도는 무척 인상적이지만, 지속은 새삼 존경스럽다.
열차의 아름다움은 출발선이 아니라 궤도를 따라 묵묵히 나아가는 시간의 길이에 있다. 가속이 전부라면, 모든 시작은 곧 질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인생은 가속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속 또한 필요하다. 속도를 줄이는 법을 아는 사람만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속력은 단순히 ‘계속하는 힘’이 아니라, 속도를 조절하며 끝까지 가는 감각이다. 기술이다.
나는 커리어를 ‘지구력의 총체’로 부른다.
가치판단을 하기에 앞서 무엇을 얼마나 오래 붙들고 늘어져 왔는지, 그 시간과 여정 견디는 동안 어떤 형태로 자신을 단련시켰 왔는지... 그 축적이 바로 나라는 사람을 증명한다.
처음의 열정은 멀지만 방향을 보여주지만, 지속의 지구력은 어느새 서사를 세운다.
그 여정의 기록들이 쌓여 커리어가 된다면, 그건 단순한 경력의 합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궤적이란 나이테’이다. 열차가 도착한 목적지는 표지판이 아니라, 수많은 궤도와 정차의 기억들이다.
나머지 반은 지구력이다.
그리고 그 지구력은 가속력 못지 않게 나를 지치게 하지 않기 위한 기술, 즉 감속의 미학과 더불어 완성된다. 때로는 멈춤이 지속의 일부고, 느림이 꾸준함의 다른 이름이다. 커리어의 절반은 속도의 기록이 아니라, 속도를 다루는 사람의 내면이다.
시작이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멈추지 않기 위한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