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디테일 하나가 전체 인상을 바꾸나 본질을 압도해선 안 된다
시나몬 가루는 조금만 뿌려도 커피의 맛과 향을 제압한다.
카푸치노에 뿌려진 시나몬 가루는 비율로 따지면 극소량이다.
하지만 우유와 우유 거품보다 훨씬 적은 시나몬 가루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뉜다.
이 문장은 UX에서 ‘디테일’의 양면성을 표현하기 위해 썼다. 좋은 디테일은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지만, 잘못된 디테일은 전체 경험을 왜곡시킨다.
UX 실무에서 이런 ‘시나몬 가루’ 같은 현상은 아주 흔하게 등장한다. 버튼의 색상, 문구의 어조, 인터랙션의 속도… 이 작은 요소들이 전체 인상을 결정짓기도 하기에 중요해지는 것이다. 사용자는 화면을 분석하지 않는다 그저 인지하고 느낀다.
이렇듯 부지불식 간에 의도든 아니든 받아들여버리는 어떤 경험을 우리는 통제할 수 있을까? 하지만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노력이란 의외로 대단한 것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러니 해볼 만하고 해봐야만 하는 것 아니겠는가?
불현듯 떠올랐던 이 시나몬 가루의 교훈은 UX를 넘어 조직과 관계의 UX에도 통한다.
강한 인상은 작은 디테일에서 시작되고, 신뢰 또한 작은 일관성에서 쌓인다.
우리는 종종 크고 대단한 혁신을 꿈꾸지만, 사실 사용자를 감동시키는 것은 로딩 중의 한 줄 문장, 버튼 클릭 후의 반응음, 혹은 친절한 에러 메시지에서도 발생한다.
이 시대의 UX란 오로지 ‘대단한 기능’만이 아니라 감정의 질서를 어루만지는 일도 포함한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나 사용자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존폐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감행한 결과는 사업적 이득을 가져다줄지는 몰라도 분명 뼈가 되어 돌아오리라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보자면 이런 디테일은 예술이나 기법이 아니라 어쩌면 윤리나 문화인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품은 진심이 결국 사용자 경험의 맛을 결정한다.
다음 화인〈감각보다 논리의 편들기〉로 이어진다. 디테일의 미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감각보다 논리를 우선시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할 때다. UXer의 직관은 중요하지만, 그 직관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근거 위에 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