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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rent May 21. 2024

완벽한 인터뷰 - 천재이승국님의 퓨리오사

유저 인터뷰를 위한 레퍼런스

제품 관리(Product Management)에 있어서 필수적인 과정인 제품 발견(Product Discovery)에서는 고객, 사용자, 이해관계자에 대한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인터뷰란 것은 인터뷰이가 숨겨둔 정보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고도의 설계와 진행중에 있어서 의도적이고 인지적인 포착의 노력이 필요하다.


음료수를 마시며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알고리즘으로 추천된 천재이승국님의 퓨리오사 영상을 보게 되었다. 원래 안야 테일러 조이를 좋아하는지라 아무 생각없이 보게 됐는데, 인터뷰를 이끌어나가는 과정에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다. 지향하고자 하는 인터뷰의 형식과 흐름이 거의 완벽하게 구현된 영상이었다.


(1) 이 인터뷰는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출처: 천재이승국 유튜브 - 퓨리오사 인터뷰

1. 시간이 부족함에도 오히려 배우들이 흔쾌히 질문을 받아주겠다고 하는 것

2. 안야 테일러 조이 배우가 '최애의 인터뷰'라고 칭찬해준 것, 크리스 헴스워스 배우도 좋은 인터뷰였다고 칭찬한 것

3. 인터뷰가 마무리되고 안야 테일리 조이 배우가 수고했다며 포옹까지 해준 것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들은, 어떻게 보면 천재이승국님이 노력하여 촘촘하게 설계한 인터뷰에 당연지사로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마치 잘 만든 제품이 폭발적인 사용과 만족을 이끌어내듯 말이다. 이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란 것이 아니라, 이 결과 자체로만 마무리 짓기에는 더 주목할만한 것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2) 결과에 대한 영향 요소 - 이 인터뷰는 어떤 분위기를 갖고 있는가?

이 인터뷰의 결과는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매우 짙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왜 이 우호적인 분위기가 중요할까?


인터뷰의 목적은 '얻고자 하는 정보'를 얻는 것에 있다. 하지만 정말로 '얻고자 하는 정보'만이 목적이었다면, 단순 설문조사를 돌리거나, 짧은 내용의 질문지를 전달하여 속전속결로 끝내면 된다.


하지만 일정을 따로 내어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단순 원하고자 하는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서, 그 얻고자 하는 정보가 어떤 맥락으로 나왔는지, 그리고 그 얻고자 하는 정보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다른 정보들을 얻고자 하는 본질이 있기에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인터뷰에서 얻는 좋은 정보란 무엇인가?


인풋(질문) -> 아웃풋 (답변)의 건조한 정보가 아니라, 생생한 정보여야 한다. 승국님 인터뷰의 질문을 통해 나온 아무도 모를 개인의 경험과 그 진정성이 인터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인터뷰이가 굉장히 인터뷰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 자체에 대해서 '멋지다.', '화려하다.'의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수행한 개인의 진정한 노력들을 술술 뱉어낸다는 점에서 굉장히 탁월한 인터뷰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면 어떻게 인터뷰이들은 '술술 뱉어낼' 수 있었을까?


(3) 분위기에 대한 영향 요소 - 이 분위기는 어떻게 형성됐는가?

비즈니스든, 일상 생활이든, 타인에게서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이란, '텔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실 상대를 흡수시키는 '스토리'가 더욱 중요하다. 이 스토리가 상대를 흡수시킬 수 있으려면, 진솔함과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


'자신이 인식되고 이해되며 중요하게 여겨진다.(feel known)'라는 감정


출처: 천재이승국 유튜브 - 퓨리오사 인터뷰

영상을 보면, 인터뷰이(배우들)은 인터뷰어(승국님)에게 굉장히 집중하고 있다. '와, 굉장히 좋은 질문이네요.'라고 칭찬하는 말은, 다양하고 심오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질문 자체의 노련함뿐만 아니라, '와, 이런걸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니.'의 맥락으로, 인터뷰이의 답답한 심정을 긁어냈으리라 추측해본다.


이렇듯, 우호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는 상대가 생각하기에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이 나를 '이용'해먹는 게 아니라, '정말로 관심이 있구나'라는 감정을 촉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감정은 어떻게 촉발됐는가? 바로 인터뷰 설계와 질문에 있다고 생각한다.


(4) 긍정적 감정에 대한 영향 요소 - 질문은 어떻게 설계됐는가?

인터뷰는 시간적 제약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특성을 가진다. 시사회라는 특성상, 이 시간적 제약은 제품 발견 과정에 있어서 유저 인터뷰보다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질문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야한다. 위의 과정에서 알 수 있듯, 질문들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어야 하며, 인터뷰이의 감정적 라포(rapport)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 철저한 공감, 그리고 이를 맛깔나게 표현할 다양한 차원의 질문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예시 1) 각 배우에 대한 칭찬과 관심으로 시작된 아이스브레이킹

출처: 천재이승국 유튜브 - 퓨리오사 인터뷰

사실상 여기서 '인터뷰이에 대한 관심'을 성공적으로 증명해냈고, 사실상 감정의 장벽을 처음부터 완전히 허물어버렸다고 생각한다. '말씀하기도 전까지 그걸 깨닫지도 못했네요.'라는 말은, 승국님께서 이미 상대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했을 뿐만 아니라, 이 사람이 처했을 상황에 대해 깊은 공감을 하여, 인터뷰이 스스로가 의식하고 있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캐치해냈다.


또한, 크리스 헴스워스 배우에게도 '호주분이 자랑스러워 하는 것들 중에 크리스 헴스워스도 분명히 있을 거에요.'라는 어떻게 보면 익살스러운 칭찬또한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예시 2) 인터뷰 과정의 지루함을 달랠 입체적 질문과 개인에게 밀착된 질문

출처: 천재이승국 유튜브 - 퓨리오사 인터뷰

인터뷰를 보면 '영화' 자체를 그저 객체로서 다루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영화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뿐만 아니라, 그 영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배우 각자가 개인적으로 했을 '내적 고민들'에 대해서 심오한 질문을 굉장히 깔끔하게 던진다.


철저히 조사하고 공감하지 않았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질문들을 그저 날것으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맛깔나게 저글링하면서 상대가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유도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새벽에 급삘받아, 좋은 에너지를 충전한 느낌!

오랜만에 유튜브에서 너무 좋은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어 괜히 나도 뿌듯해지는 느낌이다. 유저 인터뷰를 할 기회가 생기면, 다시 이 글을 보면서 꼼꼼하게 설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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