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최근 서비스 종료한 27년 된 서비스의 과거 인터뷰]
최근 27년간 하드웨어 전문 리뷰 컨텐츠를 제공하던 미국의 아난드테크(Anandtech)가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이 서비스 종료를 다루는 기사에서 언급한, 아난드테크 창업자가 2011년에 했던 말이 나를 사로잡았다.
요즘 인터넷이 케이블 TV를 닮아가는 것 같아요. 최근 몇 년 동안 온라인 콘텐츠들이 깊이 있는 이해를 추구하기보다는 선정적이고 피상적으로 변해가는 추세예요. 마치 미국 케이블 TV 뉴스에서 볼 법한 그런 식이죠. 아직 완전히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돼요.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그걸로부터 배워야 해요. 단순히 더 좋은 기술을 쓴다고 해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되겠죠.
- 아난드 심피, 아난드테크 창업자
Something I call the cable-TV-ification of the internet. For the past several years it seems as if there has been a trend away from ultimate understanding in content online and towards the tenets of modern mainstream media (sensationalism and the general silliness you see on US cable TV news). The transition isn't anywhere near complete, but I feel like that's the direction things are headed. We have to learn from the mistakes of our predecessors, not repeat them with sweeter technology.
- Anand Shimpi
아난드테크 창립자는 위와 같은 말을 하며, 온라인 미디어가 점점 선정성(sensationalism)과 낚시성(clickbaity) 컨텐츠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었다. 물론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맞게 생존 전략을 탁월하게 취하지 못한 아난드테크의 잘못도 분명히 있겠으나, 저 말이 현재 온라인 세계에서 범람하고 있는 정보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굉장히 깊은 연관이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요즘 온라인 마케팅에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기만적 행위가 눈에 들어온다.
[다크 패턴(Dark Pattern)]
다크 패턴이라는 말은 제품 관리와 마케팅에서 종종 언급되는 용어다. 다크 패턴이란,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선택을 하거나, 원하는 것을 이루기 힘들도록 UX를 설계하는 것이다. 다크 패턴은 다양한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사용된다. 회원 탈퇴를 막기 위해 일부러 회원 탈퇴 기능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던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자동 결제 기능에 카드 번호를 입력하도록 강력히 요구하는 경험을 설계하는 등으로 구현된다.
다크 패턴은 사업의 존속을 위해 이따금 사용되는 필요악인 경우도 있지만, 정도를 넘어서 사용되면 사회악으로 변한다. 요즘 사회악 수준의 마케팅 집행이 종종 보인다. 최근에 실제로 목격한 두 사례를 소개드려 보고자 한다.
[최근 실제로 본 다크 패턴 마케팅들]
(1) 과장을 넘어선 기만 수준의 말장난: “쿠팡 PM 합격 포폴 받아가세요”
참여중인 단톡방에 어느 회사의 홍보가 올라왔다. 이전에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었던 곳이었고, 저품질의 강의로 인해 실망했던 플랫폼이었다. 쿠팡에서는 PM을 신입으로 거의 뽑지 않을 뿐더러, 저런 강의가 쿠팡에 합격시킬 PM을 배출시킨다는 게 말이 될까 싶어 호기심에 랜딩페이지에 들어가봤다.
아니나 다를까. “쿠팡(서비스를 역기획한 수강생이 어떤 회사에) PM 합격(했는데, 그 역기획 결과물 공유하는) 포폴 받아가세요”였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기만 혹은 사기 아닌가 싶었던 부분이었다. 저품질의 강의에도 모자라 이러한 소비자 기만 형태의 마케팅을 당당히 하고 있다는 게 실망스러웠다.
(2) 이상한 숫자 계산: 최소 주문 금액을 왜 합쳐…?
어떤 스타트업의 마케팅을 칭찬하는 글이 있어 포스팅을 읽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해당 광고를 돌리는 회사는 낮은 최소 주문 금액과 낮은 배달팁을 USP(고유 가치 제안, Unique Selling Proposition)으로 삼고자 하는 것 같았는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대놓고 경쟁사(배민)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차치하고, 주문 금액 계산을 이상하게 해둔 것이다. 최소 주문 금액은 주문 금액에 합산되면 안 되는 것인데, 경쟁사의 계산서에는 최소 주문 금액을 포함해 배달팁과 음식 금액을 합산한다. 그렇게 배민은 2만원이 더 비싼 플랫폼이 돼버렸다.
[심각한 다크 패턴이 악질인 이유]
최악의 경우는 마케팅은 심각한 다크 패턴 그 자체이면서, 실제 제품이 굉장히 질이 낮은 경우다. 첫 번째 사례의 경우, 실제로 많은 매출을 내고 있는 회사다. 다크 패턴이 자행되면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종종 몇몇 회사는 더 성장한다.
그 이유를 짐작해보자면, 간절한 사람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시장이라서 같다. 개인적으로 간절한 사람들 등쳐먹는 서비스들을 혐오한다. 다단계 회사들이 인생에서 절망적인 시기를 겪은 사람들을 감언이설로 꼬시듯이 말이다. 다크 패턴에 낚여서 실망한 고객이 떠날지라도, 계속해서 간절한 사람들은 발생하기 때문에 돈이 마를 일이 없다. 그리고 이 다크 패턴에 공포 마케팅까지 끼얹어주면, 업셀링이든 크로스셀링이든 매우 간편한 일이 된다.
사업자 입장에서,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돈도 벌었으면 모두 행복한 거 아니냐고 물을 사람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난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왜 문제가 되는가?]
법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그렇기에 함부로 제정하지 않는 것이다. 법은 윤리를 모두 포괄할 수 없으며, 포괄해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아무 행동조차 못 하는 세상이 되어버릴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정말 안 되는 것만 제정해 둔 것이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법에 없다고 해서 만행을 반복적으로 벌이면 말이 달라진다.
(1) 회사의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진다.
마케팅의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본디 기업이 시장에 던지는 지속적인 메세징(messaging)으로 성립된다. 다크 패턴을 일삼으며 시장에 이상한 메세지를 보내는 기업의 브랜드의 가치는 떨어진다.
(2) 경쟁사나 타 산업군이 벤치마킹을 한다.
이게 돈이 된다고 용인 되면 너도나도 이 비윤리적 행위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한다. ‘다크 패턴이 돈이 된대!’가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렇게 스캠 수준의 마케팅 집행이 만연하게 될 것이다. 적절한 제품은 존재하지 않고, 허풍만 떠드는 회사들이 늘어갈 것이다.
마케팅 개념과 직무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더욱 커질 위험이 있다. 마케팅은 고객 중심적 사고로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는 행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행에 있어서 이런 다크 패턴이 ‘마케팅’으로 칭해진다면, 마케팅 자체의 가치에 굉장히 위해한 일이다. 그리고 현재는 법이 아니겠지만, 이 문제가 심각해져 사회적인 문제로 발현된다면, 이와 관련되어 더 많은 법과 규칙을 만들게 될 것이며, 전체 사업 생태계를 옥죌 것이다.
이게 정말 아무런 가책 없이 지속적으로 퍼지게 된다면, 결국 마케팅 워딩만 번지르르한 제품만 가득한 시장이 될 것이다. 특히 이런 다크 패턴은 온라인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IT 업계나 스타트업에 유독 많다. 이러한 문제의 반복은 고객들의 신의를 잃게할 것이며, 이는 생태계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까봐 되려 두렵다.
[바라는 것]
나는 마케팅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다. 대학교 때 심화 전공으로 들은 대부분의 수업이 마케팅 관련이었고,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직무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도 마케팅과 접점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의 사익에 눈이 멀어 생태계를 망치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과장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과장과 유난은 마케팅에서 필수적인 감초다. 하지만 기만과 사기는 절대 감초가 아니다. 그건 산업 자체를 뒤흔들 독과 같은 존재다. 잘못된 목표 달성 의식과 직업 윤리는 근시안적인 행동이나 주객전도된 행동을 하게 만들 수 있다. 단기적으론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과 사업에 모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다. 과거 웰스파고(Wells Fargo) 은행은 잘못된 직업 윤리를 직원들에게 심어, 유령 계좌를 350만개를 만들어 실적을 뻥튀기 시켰다가 결국 1억 달러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IT 업계와 스타트업 업계는 구성원의 다양성, 빠른 속도감, 깊은 고객 이해로 시장에서 장점을 가진다(아니더라도 그렇다고, 혹은 그렇게 될 것이라 믿고 싶다.). 한명한명의 윤리적인 자정 작용이 업계를 성장시키고 고객에게 더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공감이 됐다면, 함께 더 좋은 마케팅을 위한 세상에 힘을 써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