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logy
해당 글은 Bloomberg Businessweek의 'Big Tech’s Next Big Thing? Making You Pick a Team'를 번역 및 의역, 일부 재구성한 글입니다.
아마존의 부회장 데이비드 림프는 출근길 아침마다 아마존과 파트너십을 맺은 미니 쿠퍼 차량 안에서 알렉사(Amazon Alexa)가 아마존 뮤직(Amazon Music)에서 음악을 틀도록 요청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사무실에서는, 킨들 스크라이브(Amazon Kindle Scribe)로 회의 내용을 정리한다. 퇴근길에는 아마존 독점 팟캐스트인 스마트리스(SmartLess)를 듣는다. 집의 부엌 한켠에는 벽걸이 디스플레이인 아마존 에코쇼(Amazon Echo Show)가 그의 아마존 프라임 클라우드(Amazon Prime’s cloud)에 저장된 아이들의 사진을 전시해주고 있다. 데이비드가 자전거를 탈 때, 아마존 스마트 안경인 에코 프레임즈(Echo Frames)를 장착한다. 가족과의 영화 감상 시간에는 아마존 파이어 티비(Amazon Fire TV)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9월 28일에 진행된 아마존의 신제품 공개 온라인 행사에서, 부회장 데이비드는 충성스러운 일과(loyal routine)을 설명했다. 음성인식 스피커인 에코(Echo), 수면 측정기기인 헤일로(Halo), 가정용 감시카메라인 링(Ring)까지 이르는 차세대 아마존 제품들이 얼마나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녹아드는지를 보여주려 했다.
데이비드는 가전제품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기술이 개인화되고 직관적으로 변하면서 소비자들의 환경에 딱 맞아떨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실제 현실과는 약간 동떨어진 면이 있다. 사람들은 여러 기기를 섞어서 쓰지, 부회장처럼 편집증 환자(monomanicacal)같이 한 회사의 기기들을 광적으로 쓰지는 않는다.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구독자들이 애플 기기를 쓰면서 구글의 여러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오랜 기간 동안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플랫폼 우위(platform dominance)를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고객들이 각 플랫폼 간의 결합을 원하더라도, 기업들은 타 플랫폼에 상당히 배타적인 전략을 취해왔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PC의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애플이나 구글 안드로이드에 호환되는 오피스 제품을 내놓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아마존은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와 호환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애플과 구글의 TV 스트리밍 장치 판매를 금지시켰던 적도 있었다.
지금처럼 불경기가 지속되면 빅테크 기업들의 이러한 자기중심적인(self-interested) 행동은 더욱더 심화될 것이며, 이들은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방법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시장 조사 기업인 IDC는 2022년에 스마트폰 배송(shippment)량이 6.5%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러한 감소는 애플이 아이폰 생산량을 늘리겠다던 기존 계획을 취소시켜 버리기까지 했다. 또한 IDC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 스피커, 스트리밍 기기 등에 대한 수요 또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 구글, 삼성이 올 가을에 진행한 신제품 출시 행사들을 일종의 지표로 삼자면, 현재 테크 산업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자사의 생태계에서 가장 잘 호환되는 액세서리와 구독 상품을 업셀링(upselling)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략은 타 플랫폼과의 호환이나 타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더욱 힘들게 만들 것이다. 각 기업의 내부인들은 타 기기 생태계와 잘 호환될 수 있다고 주장하긴 하지만 말이다.
IDC 애널리스트 데이비드는 미국 가계의 30%가 애플 매출의 71%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해당 가계의 구성원들이 애플 기기를 5개 이상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적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데이비드는 애플의 광범위한 기기 생태계가 디자인 혁신 덕분이기도 하지만, 애플의 충성도 강제 전략(forcing loyalty) 또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번 아이폰 14 공개 행사에서 아이폰 데모 디스플레이에 있었던 앱들이 모두 애플의 앱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아마존도 비슷하게, 쇼케이스 행사마다 다른 테크 기업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을 매우 꺼려한다. 아마존이 대부분 소프트웨어 제품일 텐데, 데모 시연을 위한 하드웨어(대표적으로 노트북)는 무엇을 쓸까?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혹은 타 유명 회사의 노트북을 사용하지만, 로고를 가려버린다.
소비자가 경쟁사의 기기 생태계로 넘어갈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을 락인(lock-in)이라고 칭한다. 이 락인은 테크 기업의 충성도와 매출을 강화시켜줄 수 있지만, 사용자 경험과 혁신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가상 비서 스피커(speakers with virtual assistants)를 사용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애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가상 비서 스피커는 아마존을 많이 사용한다. 애플의 홈팟(Homepod)을 사용하는 아이폰 사용자라면 그저 아이폰을 주위에 갖다 대기만 해도 연결이 되지만, 아마존 알렉사(Alexa)를 사용하려면 어플리케이션을 별도로 설치한 후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로 페어링 하는 등 온갖 과정이 추가된다.
이러한 자기선호(self-preferencing) 전략은 빅테크 기업이 반경쟁적 행위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일례로, 분실물 추적 태그 제품을 개발하던 타일(Tile)은, 애플이 자신의 생태계를 경쟁우위로 삼아 자신들의 제품을 무단으로 복제하여 에어태그(AirTag) 출시했다는 주장을 했다. 타일의 법적 자문위원이 이와 같이 말했다. “이건 축구 경기로 생각해볼 수 있어요. 우리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축구팀이라고 해도, 상대가 축구장, 축구공, 경기장, 더 나아가 리그 자체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 입맛대로 규칙을 바꿔 우리가 이길 수 없게 만드는 것과 같아요.”
http://www.itdaily.kr/news/articleView.html?idxno=205250
빅테크 기업들이 ‘자칭’ 자랑스럽게 여기는 고객 우선(customer-first) 디자인 원칙은 오히려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 더 잘 발휘될 것이다. 이상적인 상황은 타일이 에어태그와 호환되고, 알렉사와 시리가 호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은 일반적으로 확실한 시장의 선두자가 없거나 혹은 경쟁자들이 사라진 경우다. 아마존, 애플, 구글, 삼성은 최근 매터(Matter)라고 불리는 상호 이용성(interoperatability) 증진을 위한 IoT(Internet of Things) 협약을 맺었다. 또한, 아마존 부회장 데이비드는 근래 들어 크로스 플랫폼(cross-platform) 서비스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의 에어플레이(AirPlay)는 몇몇 아마존 파이어 TV(Amazon Fire TV)에서 작동하며, 애플 뮤직(Apple Music)이 아마존 에코(Amazon Echo)에서 작동된다. 누군가 데이비드에게 직접 ‘고의적으로 아마존 고객들이 타 플랫폼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건가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당연히 아닙니다. 에코에 애플 뮤직을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자마자, 우린 연동될 수 있도록 했어요. 당연히 (고객을 위해서) 해야할 일(no-brainer)이니까요.”
데이비드는 고객들의 제품 사용이 더욱 다차원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데 아마존 링(Amazon Ring) 앱이 없으면 사용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데이비드조차 다른 빅테크 기업에 푹 빠져있다는 것을 밝혔다. 그는 1990년대에 매킨토시(Macintosh)부터 사용했기 때문에 아이폰과 맥북이 매우 자식과도 같은 존재라고 했다. 그는 알파벳(Alphabet Inc., 구글)의 제품에 발들이는 것에 관심조차 없으며, 자신이 구글 제품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